RSS 서비스 http://lib.jnue.kr/JNUE 전주교육대학교 도서관 : 최신소장자료 ko 2024-09-28T00:01:01+09:00 Copyright (c) 전주교육대학교 도서관 All right reserved <![CDATA[가연물]]> 米澤穗信 2024-09-12 <![CDATA[글쓰기의 힘:읽지 않는 시대에 글을 써야 하는 이유]]> 사이토 다카시 2024-09-12 <![CDATA[나는 매일 두 번 출근합니다:본업 수의사, 부업 작가의 글쓰기 노하우]]> 박근필 2024-09-11 <![CDATA[나르치스와 골드문트 :헤르만 헤세 장편소설]]> 헤르만 헤세의 성장기 체험이 고스란히 담긴 ‘영혼의 자서전’ 20세기를 대표하는 독일 작가 헤르만 헤세. 그가 “나의 성장기 체험이 고스란히 담긴 내 영혼의 자서전”이라며 애정을 드러낸 작품이 바로 『나르치스와 골드문트』다. 이성과 종교의 수호자 나르치스, 감각과 예술의 방랑자 골드문트. 서로 다른 세계를 상징하는 두 사람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이 소설은 헤세의 다른 작품들이 그렇듯, 그가 평생 천착했던 ‘자기만의 길’을 주제로 삼았다. 특히 이 소설은 『데미안』과 깊은 연관성을 지닌다. 두 명의 주인공이 등장해 특별한 우정을 맺는다는 점, 둘 중 한 명이 실질적인 주인공이고 다른 한 명이 그를 돕는다는 점 등 기본적인 설정이 유사한 것은 물론이고 생물학적 어머니를 넘어선 ‘근원 어머니’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 역시 동일하다. 등장인물의 연령대로 보면 마치 『데미안』 이후의 이야기가 『나르치스와 골드문트』에서 펼쳐지는 듯한 느낌마저 든다. 중세 독일의 한 수도원에서 시작하는 이 아름답고 풍요로운 이야기는 헤세 생전 가장 널리 읽힌 베스트셀러로서, 당대 헤세의 작가적 명성을 공고하게 만들어주었다. 오늘날에도 전 세계에서 꾸준히 읽히는 소설이며, 한국에서는 일본어판의 영향을 받은 ‘지知와 사랑’이라는 제목으로 소개된 적이 있다. 나르치스와 골드문트, 극점에 서 있는 두 사람의 우정과 사랑 수도원의 젊은 수사이자 보조교사인 나르치스는 뛰어난 학식과 범접할 수 없는 고상함으로 주위의 감탄을 불러일으킨다. 그러나 바로 그런 특성 때문에 시기와 질투를 받아 진정으로 친하게 지내는 사람이 별로 없다. 한편 골드문트는 아버지 손에 이끌려 수도원학교에 갓 입학한 소년이다. 동물과 식물을 벗 삼는 천진난만한 성격으로 금세 주위의 호감을 산다. 두 사람은 겉모습에서도 뚜렷한 대비를 이루는데, 나르치스가 검은 머리에 검은 눈동자, 엄격한 수도원생활로 마른 체격인 반면, 골드문트는 금발에 푸른 눈, 생기 넘치는 미소를 띠고 있다. 두 사람은 금세 서로를 특별한 존재로 인식하고 우정을 쌓아가기 시작한다. 그런데 골드문트가 사랑과 헌신으로 상반된 요소들을 극복할 수 있다고 믿음에도 불구하고, 사색가 나르치스는 “네가 나와는 얼마나 완벽하게 다른지 네게 보여주는 것”이 우정의 유일한 목적이라고 잘라 말한다. 그리고 골드문트가 잊고 있던 어머니에 대한 기억을 끄집어내어 결국 골드문트가 수도원을 벗어나 넓은 세상으로 방랑을 떠나게 한다. 수도원을 떠난 골드문트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가지각색의 사랑과 모험에 뛰어든다. 그는 마치 어린아이가 놀이에 빠져드는 것처럼 호기심과 순진무구함으로 주저 없이 새로운 경험을 맞이한다. 출산의 장면이나 죽음의 장면을 목격하기도 하고, 방어 살인으로 사람을 죽이는 극단적인 체험까지 하게 된다. 그렇게 방랑생활을 이어가던 중 골드문트는 아름다운 성모상을 보고 그것을 만든 장인을 찾아가 조각가, 즉 예술가로서의 삶을 시작한다. 그가 예술가가 되는 과정, 작품을 만들어내는 과정은 이 소설 전체를 일종의 예술론으로도 읽히게 한다. 놀라운 재능을 발휘해 주목을 받지만, 스승의 파격적인 제안도 거부하고 다시 방랑을 떠난다. 페스트가 휩쓸고 있는 세상을 떠돌던 그는 지금까지 본 여인 중 가장 아름다운 여인과의 사랑 때문에 죽을 위험에 처한다. 그리고 운명적으로 나르치스를 다시 만나 목숨을 건져 수도원으로 돌아간다. 읽는 사람을 ‘자기만의 길’로 이끄는 명작 이 소설에는 두 명의 주인공이 있지만, 독자가 그 여정을 함께하게 되는 실질적 주인공은 골드문트다. 소설의 거점은 초반부 골드문트가 나르치스와 우정을 쌓아가는 수도원, 중반부 골드문트가 예술가로 피어나는 주교도시 두 군데다. 거점 사이에는 각각 첫번째와 두번째 방랑생활이 있고, 결말부에 이르러 골드문트는 다시 처음의 수도원으로 돌아간다. 출발점으로 돌아가 마무리되는 이야기는 근본적으로 우리 삶의 여정과도 같다. 초반부 독자들은 나르치스가 설명해주듯, 두 사람의 차이에 주목하게 된다. 그러나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두 사람이 각기 다른 두 세계를 상징할 뿐만 아니라 한 사람의 내면에 존재하는 양면성을 상징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결국 우리는 나르치스인 동시에 골드문트인 것이다. 독일에서 태어나 스위스에서 삶의 대부분을 보낸 헤세는, 골드문트와 마찬가지로 거처를 이리저리 옮겨다니며 개인사에서 힘든 경험을 여러 번 했다. 특히 생애 동안 제1차세계대전과 제2차세계대전을 모두 경험했고, 조국에서 자기 작품이 금서가 되는 지경에 처했으며, 인간이 인간을 대량학살하는 광경을 목격했다. 이러한 아픔 속에서도 헤세는 ‘자기만의 길’에 대한 탐구를 멈추지 않았다. 소설 속 골드문트에게 ‘골드문트의 길’을 걷도록 이끌어준 나르치스라는 존재가 있었듯이, 우리에게는 헤세의 이 소설이 바로 그런 역할을 해주고 있다. [추천사 이어서] 깊이를 더해가는 대담성과 통찰력으로 고전적 인도주의의 이상과 높은 품격의 문체를 보여주는 직관의 글쓰기. _노벨문학상 선정 이유
저자 : Hesse, Hermann, , 출판사 : 문학동네 , 입수일자 : 2024.09.11 ]]>
Hesse, Hermann, 2024-09-11
<![CDATA[나의 두 번째 이름은 연아입니다]]> 신아현 2024-09-12 <![CDATA[당신의 직장생활은 안녕하십니까]]> 이용화 2024-09-12 <![CDATA[댓글부대 :장강명 장편소설]]> 경쾌하고 날렵한 문체, 거침없이 이야기를 밀고나가는 힘! 지금 한국문학이 주목하는 작가 장강명, 화제의 신작 장편소설 “이 음모가 앞으로도 계속될 거라는 불길한 상상!” _제3회 제주4·3평화문학상 심사위원단 “제가 쓴 소설 중 가장 빠르고 가장 독합니다.” 출간 전부터 화제를 모았던 장강명 장편소설 《댓글부대》가 마침내 독자들에게 선을 보인다. 올해 제3회 제주4·3평화문학상 수상작으로, 2012년 대통령선거 이후 진보적인 인터넷 사이트에 잠입해 악의적인 댓글을 달면서 여론을 조작하고 해당 사이트를 무력화하려는 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이다. 《표백》 《열광금지 에바로드》 《한국이 싫어서》 등 전작들에서 한국 사회를 관통하는 심리 기저의 문제들을 날카롭게 묘파했던 작가는 이번 여섯 번째 장편소설 《댓글부대》에서 특유의 치밀한 취재력과 현장감, 경쾌하고 날렵한 문체, 서사를 밀고나가는 힘을 한껏 증폭시켜 이전 작품들에서보다 훨씬 더 강력한 목소리로 부박한 현실에 정면 돌파를 시도한다. 짐작하듯 이 소설은 국정원 불법 선거개입 사건이 모티프가 되었다. 합리적으로 안전하게 설계됐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 인터넷 공간이 사실은 기둥 몇 개만 부러뜨리면 금방 무너질 수 있는 허약한 구조물에 불과하다는 것, 다음에 또다시 힘을 가진 개인이나 조직이 불순한 의도로 ‘작전’을 편다면 누구라도 당할 것이라는 불안감이 그로 하여금 《댓글부대》를 쓰도록 했다. 작가는 《댓글부대》를 집필하는 동안 여느 때보다 더 힘들었다고 고백한 바 있다. 원고지 800매 남짓의 길지 않은 소설이지만, 우리 사회에서 자행되었고 한편에서 현재진행형일지 모를 ‘댓글부대’에 대한 충격과 분노를 소설의 문장으로 온전히 담아내는 일이 결코 녹록치 않았다는 것이다. 자신이 쓴 소설 중 “가장 빠르고 가장 독하다”는 고백에는 그런 사연이 있다. 한편 제주4·3평화문학상 심사위원단(문학평론가 염무웅, 소설가 현기영, 소설가 이경자)은 “해박한 지식과 풍부한 상상력으로 여론조작의 폭력성을 선명히 드러낸 한편 정치적으로 교활하고 사악한 음모가 앞으로도 행해질 수 있다는 불길한 상상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을 높이 평가하며 작가에게 수상의 영예를 안겼다. “쓰는 동안 줄곧 파탄의 상태로 나를 몰았다. (…) 내가 받은 충격을 그대로 글에 옮기고 싶었다. 그런 독기 없이 이 소설을 쓴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_장강명, ‘작가 인터뷰’에서 조작하고 교란하고 초토화하라! 한국 사회를 조종하는 보이지 않는 손들의 음모 작가는 2012년에 출간한 소설집 《뤼미에르 피플》에 수록된 〈삶어녀 죽이기〉의 세 주인공들을 이 작품에 다시 호출한다. 한 여성에 대한 무자비한 인터넷 댓글 테러를 그린 이 단편을 발표한 뒤 국정원 댓글사건이 ‘단순의혹’에서 ‘사실’로 판명되자 그는 《댓글부대》를 쓰는 작업에 착수했다. 전작에도 음모 세력이 배후에서 여론을 조종하는 과정이 있지만 치밀한 취재에 힘입은 《댓글부대》의 깊이와 생생한 현실감, 적나라한 묘사, 그것에 비할 수는 없다. 소설은 인터넷 여론조작업체 팀-알렙의 멤버 찻탓캇이 진보 성향 일간지 K신문 기자에게 자신들이 해온 조작 사실들을 폭로하는 인터뷰 형식과, 팀-알렙이 실제로 현실에서 벌이는 일들이 교차되면서 진행된다. 팀-알렙의 멤버들 삼궁, 01査10, 찻탓캇 세 명은 이십 대 청년들로 모두 일베 ‘죽돌이’들이며 여자라면 일단 ‘김치녀’로 싸잡고, 여론조작으로 번 돈으로 안마방이나 유흥업소에서만 여자를 만나는 일그러진 청춘들이다. 처음에 기업 상품평과 유학 후기 등을 지어내며 쏠쏠히 용돈을 벌던 이들은 W전자 생산라인에서 일하다 백혈병으로 죽은 노동자를 다룬 영화가 개봉하자 회사 측에서 고용한 홍보대행업체로부터 연락을 받는다. 노동실태를 고발한 그 영화에 대해 안 좋은 입소문을 내달라는 의뢰다. 팀-알렙의 지략꾼 삼궁은 그런 식의 공작은 효과가 없다고 판단하고 과감하게 역제안을 한다. ‘노동자 인권 문제를 다룬다는 영화사가 오히려 더 스태프를 착취했다’는 악성 루머를 퍼뜨리자는 것. W전자는 삼궁의 제안을 거절하지만, 수수께끼의 조직 ‘합포회’가 나타나 팀-알렙을 고용해 그 작전을 실행에 옮기게 한다. 작전은 대성공을 거두고, 영화는 여론의 역풍을 받아 흥행을 거두지 못한다. 보잘것없는 자신들이 세상을 바꿀 수도 있다고 믿게 된 팀-알렙의 멤버들은 자부심을 느낀다. 그들에게 이제 합포회는 단지 비용을 지급하는 의뢰자가 아니라 사회에서 격리된 존재인 자신들을 믿고 격려해주는 유일한 존재가 된다. 얼마 뒤 팀-알렙은 합포회를 이끄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인물 ‘이철수’와 ‘남산의 노인’으로부터 현실 속 저항세력의 근거지인 인터넷 주요 커뮤니티를 무력화하고 십 대들 사이에 “386세대를 씹는” 문화를 일으키라는 지시를 받고 작업에 착수하는데…… ‘진보’라 불리는 또는 자처하는 온라인 커뮤니티 속에서 어떻게 권력이 생겨나고, 언제 회원들이 서로의 등에 칼을 꽂는지, 그들의 허위의식과 추악한 면모도 가감 없이 드러난다. 읽다보면 무엇이 진실이고 거짓이며 무엇으로 그것을 판단할 수 있을까 궁금해진다. 또 온라인과 오프라인, 소설과 현실의 경계는 어떤 것인지, 마지막까지 반전을 거듭하는 소설은 시종 긴장감을 유지하면서 흥미로운 질문을 던진다.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걸 건드려야 해. 두려움과 죄의식. 백만 명, 이백만 명을 한꺼번에 공략하는 방법은 그것뿐이야.” _본문에서 “읽는 모두가 조금씩 불편해지길 바라며 썼다!” 장강명, 인터넷을 통한 새로운 파시즘의 도래를 경고하다 국정원 댓글조작 사건에 착안해 쓰였지만, 《댓글부대》가 단지 여론조작을 꾀하는 권력과 보수 세력의 문제를 지적하는 소설만은 아니다. ‘팀-알렙’이 진보 사이트의 폐쇄성을 역이용해 사이트를 붕괴시키는 부분에 이르면 진보 진영의 모순에 대한 비판으로도 읽힌다. 남성우월주의적이며 보수적인 시각을 체화한 팀-알렙, 권력의 하수인으로 임무를 수행하다 결국 용도 폐기되는 세 멤버들에게도 결코 미워할 수만은 없는 애잔함이 든다. 작가는 《댓글부대》에 수록된 〈출처에 대하여〉라는 글에서 ‘이 소설은 전적으로 허구’라는 점을 강조한다. 익숙하거나 어떤 것을 연상시키는 이름들을 사용한 것은 그럴듯한 분위기를 내고 싶어서였을 뿐 자신은 어떤 견해나 어떤 인물도 지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잘 짜인 허구는 언제나 그럴듯한 현실에 기반을 둔다. 실제와 유사한 설정이 독자들에게 실감 나는 리얼리티를 선사하지만, 불편함을 자극할 수도 있다. 작가는 모두가 조금씩 불편해지길 바라며 썼다고 했다. 전체적으로 반어법이지만 극단의 상상을 몰아붙여 쓴 소설이다. “거짓과 진실의 적절한 배합이 100%의 거짓보다 더 큰 효과를 낸다.” “승리한 자는 진실을 말했느냐 따위를 추궁당하지 않는다.” 거의 백 년 전 나치 독일의 선전상 요제프 괴벨스가 한 말이 현재에도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한 사회의 구성원들이 결핍감을 느끼고 정신적으로 무력해질 때 파시즘이 모습을 드러낸다는 것을 우리는 역사에서 배운 바 있다. 우리가 어느 순간 좌절감과 무력감을 살짝만 건드려도 금세 증오로 변해버릴 것 같은 그러한 파시즘의 시대의 초입에 들어선 게 아닌지, 지금의 인터넷 세계는 언제든 당신을 포섭하고 속일 준비가 되어 있다고 작가는 《댓글부대》를 통해 경고한다. 심사평 《댓글부대》는 작가의 경쾌하고 날렵한 문체, 이야기를 밀고나가는 힘, 치밀한 취재로 현장감으로 좋은 평가를 끌어냈다. 해박한 지식과 풍부한 상상력으로 대중조작을 하고 있는 정치적 암흑세력을 현실적으로 그려, 우리에게 그런 정치적으로 교활하고 사악한 음모가 앞으로도 행해질 거라는 상상을 불러일으킨다. _제주4·3평화문학상 심사위원 염무웅(문학평론가), 현기영(소설가), 이경자(소설가) 이경자(소설가)
저자 : 장강명, , 출판사 : 은행나무 , 입수일자 : 2024.09.05 ]]>
장강명, 2024-09-05
<![CDATA[라비우와 링과]]> 김서해 2024-09-05 <![CDATA[로재나]]> 전 세계 36개국 출간, 1000만 부 판매 경찰소설의 모범이자 북유럽 미스터리의 원점 ‘마르틴 베크’ 시리즈 국내 최초 출간! 요 네스뵈, 헨닝 망켈 등 유수의 범죄소설 작가들이 가장 사랑하는 시리즈, 북유럽 미스터리의 원점, 경찰소설의 모범 ‘마르틴 베크’ 시리즈가 엘릭시르에서 국내 최초로 정식 출간되었다. 시리즈의 첫 작품 『로재나』와 두 번째 작품 『연기처럼 사라진 남자』가 동시에 출간되었으며, 특히 첫 권에는 저자 마이 셰발이 직접 쓴 한국어판 서문이 수록되었다. 각 권에 사건이 벌어지는 장소의 지도를 첨부하여 낯선 배경에 대한 이해를 돕고 있다. 또한 장르 소설 전문 평론가인 박광규의 해설을 실어 북유럽 범죄소설에 대한 거리감을 한층 줄여준다. 열 권으로 이루어진 ‘마르틴 베크’ 시리즈는 스웨덴 국가범죄수사국에 근무하는 형사 마르틴 베크를 주인공으로 하는 경찰소설이다. 공동 저자인 마이 셰발과 페르 발뢰는 이 시리즈에 ‘범죄 이야기’라는 부제를 붙여 부르주아 복지국가인 스웨덴이 숨기고 있는 빈곤과 범죄를 고발하고자 했다. 또한 긴박한 전개와 현실적인 인물이 자아내는 위트도 갖추고 있어 뛰어난 오락성도 동시에 제공하는, 두 마리 토끼를 훌륭하게 잡은 작품이다. 작품성과 대중성을 모두 갖춘 이 시리즈를 기점으로 북유럽 범죄소설은 ‘셜록 홈스’ 식 수수께끼 풀이에서 탈피하여, 현실적이고 입체적인 인물이 등장해 사회의 문제점을 고발하는 방향으로 흘러갔다. 스웨덴 범죄소설작가 아카데미는 이 시리즈가 기여한 바를 기리기 위해 마르틴 베크상을 제정하여 매년 훌륭한 범죄소설에 시상하고 있다. ●‘마르틴 베크’ 시리즈의 시작: 『로재나』 스웨덴을 가로지르는 유명한 관광지 예타운하에서 한 여성의 시신이 발견된다. 성폭행과 교살의 흔적 말고는 아무 단서도 없는 답답한 상황. 스웨덴 최고의 형사 마르틴 베크가 가세하지만 수사는 진전을 보이지 않는다. 마르틴 베크와 동료들은 모든 증거들을 하나하나 재검토하는 것으로 실마리를 찾는다. ‘마르틴 베크’ 시리즈의 첫 권 『로재나』에 대한 아이디어는 셰발과 발뢰가 사건의 배경이 되는 예타운하를 여행할 때 얻었다. 이 소설가 커플이 탄 운하 여객선에 검은 머리카락의 아름다운 미국인 여성이 타고 있었고, 발뢰가 그 여성을 빤히 보고 있다는 것을 눈치챈 셰발이 “저 여자를 죽이는 걸로 이야기를 시작하면 어때?”라는 농담을 던졌다. 이야기는 정말로 그렇게 시작되었다. 『로재나』는 출간 당시 스웨덴 사회에 신선한 충격을 던져주었다. 말 그대로 ‘현실적인 경찰 수사’가 나오기 때문이었다. 영웅적인 면모로 범죄를 해결하거나 번뜩이는 직관력으로 수수께끼를 푸는 탐정 대신, 여러 명의 경찰관들이 등장해 함께 애를 쓰고 난관을 넘어서며 차근차근 사건을 해결한다. 천재적인 추리력보다는 충분한 물적증거를 통한 공동의 판단이 유효한 현실적인 세계관이다. 저자들은 경찰이라는 직업을 있는 그대로 화려하지 않게 그리는 데 공을 들였으며 느리고 짜증스러운 현실의 수사에서 유발되는 긴장감을 사용해 철저한 사실주의를 구현했다. ‘마르틴 베크’ 시리즈의 첫 권으로서 『로재나』는 경찰소설로서의 성격을 가장 잘 보여주고 있는 작품이다. ●‘마르틴 베크’ 시리즈의 특징: 노련한 설계로 만들어진 작품 마이 셰발과 페르 발뢰는 전직 기자였다. 그들은 기자 생활에서 얻은 통찰력으로 스웨덴 사회에 숨겨진 범죄를 알아보았고, 철두철미한 조사 능력을 활용해 범죄와 경찰 수사의 현실적인 모습을 담은 소설을 썼다. ‘마르틴 베크’ 시리즈는 범죄 현장의 모습, 작중 인물들이 이동하는 거리와 시간까지 사실을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작은 에피소드 하나하나까지 당시 스웨덴 사회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현실적이고 상세하며 탄탄하게 설계된 플롯을 토대로 두 사람은 처음 계획대로 열 권짜리 시리즈를 완성했다. ‘마르틴 베크’ 시리즈의 플롯의 우수성은 출간 오십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빛이 바래지 않았다. 밸 맥더미드나 헨닝 망켈 등 유수의 작가들이 아직까지도 감탄을 금치 못할 정도다. 이 시리즈는 사건 현장에 대한 독특한 묘사가 담긴 도입부로 독자를 단번에 작품 속으로 끌어들인 후, 기막힌 솜씨로 숨겨놓은 복선들로 클라이맥스에서 독자들의 허를 찌른다. 타고난 재능을 가진 두 저자가 만들어낸 기발한 스토리 라인들은 후대 작가들이 몇 번이나 재사용했다. 밸 맥더미드가 말했다시피 “경찰 수사물이라는 하위 장르에서 클리셰가 되다시피 한 갖가지 핵심적인 장치들이 바로 이 열 권의 소설에서 탄생”했다. 무엇보다 필력이 무르익기를 기다릴 필요 없이, ‘마르틴 베크’ 시리즈는 첫 권에서부터 작가들의 노련한 솜씨를 만끽할 수 있다. ●북유럽 범죄소설사에 큰 획을 그은 시리즈 셰발과 발뢰는 보다 많은 사람들이 경각심을 가지길 원했기에 범죄소설이라는 대중적인 형식을 택했다. ‘마르틴 베크’ 시리즈에는 현실의 범죄가 담겨 있기 때문에 반드시 현실적인 경찰 수사가 등장해야 했다. 그전까지 스웨덴에서는 범인의 정체를 알아내거나 트릭의 수수께끼를 푸는 범죄소설이 유행했지만, 셰발과 발뢰의 데뷔 이후 현실적이고 입체적인 인물이 등장해 사회의 문제점을 고발하는 풍조가 자리잡았다. 비판의 대상은 복지국가의 이면, 부유층의 비리 등에서 첨단 기술의 역효과, 환경문제 등 사회문제 전반으로 확장되었다. ‘마르틴 베크’ 시리즈 이후 범죄소설은 사회를 비추는 거울의 역할을 수행한다. ‘마르틴 베크’ 시리즈의 영향을 받은 작가로는 영미권에서 선풍적인 인기몰이를 한 ‘쿠르트 발란데르’ 시리즈의 저자 헨닝 망켈,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인 ‘밀레니엄’ 3부작을 쓴 스티그 라르손, 그리고 국내에서 큰 사랑을 받은 ‘해리 홀레’ 시리즈의 작가인 요 네스뵈가 있다. 놀라운 재능을 가진 후대 작가들이 나올 때마다, ‘북유럽 미스터리의 원점’이라는 명예로운 이름과 함께 ‘마르틴 베크’ 시리즈는 거듭 언급되며 불후의 명작으로서 가치를 증명하고 있다. [추천사] ●이 시리즈에 바치는 찬사들 “스릴러소설의 정점을 찍은 시리즈.”_리 차일드 “경찰 수사물이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것.”_ 마이클 코널리 “경찰 수사물의 핵심적인 장치들을 탄생시킨 시리즈.”_ 밸 맥더미드 “범죄소설의 모범을 제시했다. 북유럽 범죄소설의 시작점.”_ 요 네스뵈 “이 시리즈는 현대의 고전이 되었다. 내게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시리즈.”_ 헨닝 망켈 “도스토옙스키 이후 가장 복잡하고 탐구적이며, 궁극적으로는 당신을 서글프게 만들 범죄소설.”_ 미국 《시카고 선타임스》 “평온한 수면 아래 숨어 있는 위험에 대한 흥미롭고 충격적인 작품.”_ 미국, 《퍼블리셔스 위클리》
저자 : 발뢰, 페르 , 출판사 : 엘릭시르 , 입수일자 : 2024.09.05 ]]>
발뢰, 페르 2024-09-05
<![CDATA[면도날]]> 『인간의 굴레에서』, 『달과 6펜스』와 함께 서머싯 몸의 3대 장편소설 중 하나 비정한 현실을 정면으로 마주하려는 모든 젊은이들에게 바치는 작품 평범한 삶의 위대함, 그 위대함을 넘어서는 고귀한 여정 “몸은 위대한 예술가다. 그는 천재다.” ―시어도어 드라이저 “보기 드물게 뛰어난 몸의 스토리텔링 능력은 상상력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선데이 타임스》 “이 시대의 정직한 작가라면 서머싯 몸의 작품에 도저히 무관심한 척할 수가 없다. 몸은 작가로서 빛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고어 비달 서머싯 몸의 장편소설 『면도날』은 1930년대 유럽, 그 풍요와 야망의 시대를 배경으로 꿋꿋이 자신만의 길을 개척하는 한 젊은이의 구도적 여정을 그린다. 『달과 6펜스』, 『인간의 굴레에서』와 함께 서머싯 몸의 대표적인 장편소설로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아 온 『면도날』은 날카로운 면도날을 넘어서는 것처럼 고되고 험난한 구도의 길을 선택한 한 젊은이를 통해 삶이 무엇인지에 대한 본원적인 질문을 던진다. 몸은 ‘구원’이라는 다소 무겁고 진지한 주제를 다루면서도 그 특유의 명쾌하고 간결한 문체와 유머를 잃지 않아, ‘소설은 재미를 위한 것’이라는 자신의 문학관을 이 작품에서도 성공적으로 보여 준다. 치밀한 구성으로 주인공 래리뿐 아니라 그 주변 인물들이 발산하는 젊음의 색깔들을 고르게 펼치는 『면도날』은 이 시대의 움츠러든 청춘들에게 인생에서 가장 가치 있는 것이 무엇인가 하는 진중한 화두를 던진다.■ 대중이 사랑한 20세기 작가 서머싯 몸 서머싯 몸은 자전적 회상록 『요약(The Summing Up)』에서 “나는 20대에는 비평가들의 잔인한 평을 받았으며, 30대에는 건방지다는 평을, 40대에는 냉소적이라는 평을, 50대에는 유능하다는 평을, 그리고 60대에는 천박하다는 평을 받았다.”라고 말했다. 많은 작품이 사랑받았고, 말년에는 명예 훈위, 문학 훈위 칭호까지 받은 작가에 대한 평가치곤 가혹하게 느껴지지만, 이 고백이 작가의 엄살만은 아니다. 실제로 그는 생전에 비평가들에게 외면당한 작가였고, 그 명성에 비해 작품에 대한 진지한 연구는 아직까지도 의외로 적다. 하지만 우리가 잘 알고 있듯이 몸은 많은 독자들에게 재미와 감동, 통찰과 발견을 제공한 20세기 대표적인 작가이다. 그는 91세까지 사는 동안 장편소설 20편, 희곡 25편, 여행기와 평론집 11편, 단편소설 100편을 완성해 “정력의 작가”라는 별명을 얻었을 만큼 성실하게 작품 활동을 했는데, 문학을 향한 그의 높은 열정은 당대의 대중들에게 고스란히 전해졌다. 따라서 몸의 표현을 빗대어 그를 다시 소개하자면, 그는 살아서는 대중의 열광적인 사랑을 받았고, 죽어서는 불멸의 고전으로 기억되는 거장이 되었다. 특히 그의 몇몇 장편은 날카로운 관찰력과 생생한 인물 묘사를 바탕으로 심오한 세계를 창조해 고전의 반열에 올랐다. 그중 하나가 뒤늦게 우리나라에 정식으로 소개되는 『면도날』이다.■ 평범한 인간이 추구할 수 있는 가장 고결한 가치 이 작품의 가장 중요한 축은 주인공 래리의 구도적 여정이다. 비록 어려서 부모를 잃었지만, 유복한 후견인 집안에서 부족할 것 없이 자란 래리는 여느 젊은이들처럼 교회에도 나가고 골프도 즐기는 평범한 청년이었다. 어려서부터 사귀어 온 예쁜 여자 친구와의 결혼도 아무런 장애 없이 받아들일 만큼 그의 미래는 순탄해 보였다. 하지만 비행기를 탈 수 있다는 소박한 기대로 1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뒤로 래리의 삶은 보통의 젊은이들과는 다른 궤도에 들어선다. 부대에서 친해진 쾌활한 친구가 교전 중에 자신을 구해 주고는, 눈앞에서 숨을 거두는 장면을 목격하게 된 것이 계기였다. 전쟁이 끝나고 고향으로 돌아왔지만, 삶의 날카로운 일면을 경험한 그는 무엇이라고 정확하게 설명할 수 없는 존재론적 질문들에 사로잡힌다. “나는 순간, 직감이랄까, 이 청년의 내면에서 어떤 혼란스러운 갈등이 요동치고 있지 않은가 하는 느낌이 들었다. 그런 갈등이 어느 정도 깊은 생각에서 기인한 것인지, 아니면 막연한 감정에서 비롯된 것인지는 나도 알 수 없었지만, 혼란과 불안감에 사로잡혀서 어딘지도 모르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 같았다.” 결국 래리는 안정된 직장과 결혼을 앞둔 약혼녀, 평범하게 상류사회의 일원이 될 수 있는 기회를 모두 버리고 인간 존재에 대한 철학적인 답을 찾아 먼 길을 떠난다. 그 구도의 여정은 프랑스의 탄광과 수도원, 독일의 농장,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곳곳을 돌아 마침내 인도의 아슈라마에까지 이른다. 이 작품 속 시대는 1차 세계대전에서 시작하여 대공황기를 거쳐 2차 세계대전까지 이어진다. 여러 굵직한 사건들로 인해 전통적 가치가 붕괴되고 새로운 가치는 미처 성숙하지 못한 사회적 혼란기이다. 하지만 『면도날』은 이 혼돈을 소모적인 허무주의나 현실 도피로 연결하지 않는다. 세속적인 허영과 불안에 주목하기보다 래리라는 인물을 통해 인간은 왜 사는가, 어떻게 살 것인가와 같은 삶의 근본적인 물음에 몰입한다. 소설 속 래리의 구원은 동양적 세계관과 닿아 있다. 래리는 로이스부르크 같은 신비주의자의 책을 탐독하고, 개개인의 영성적 변화에서 구원을 찾으며, 방랑자적인 면모를 풍긴다. 이것은 서머싯 몸 자신의 관심과도 일치한다. 실제로 몸은 젊은 시절 인도 여행을 통해서 많은 철학적 영감과 얻었으며, 그 경험을 이 소설에서 생생하게 녹여 낸다.■ 세속적 삶 속에 숨겨진 성스러운 씨앗 한편 래리의 약혼녀 이사벨은 인생의 갈림길에서 래리와 전혀 다른 결단을 내린다. 어려서부터 한동네에서 함께 자라서 래리에 대해서라면 모르는 게 없다고 자부하는 이사벨이지만, 전쟁에서 돌아온 래리가 예전과는 다른 사람처럼 낯설게 느껴져 불안해한다. 결혼은커녕 취직할 의지도 없이 “빈둥거리는” 래리를 보다 못한 이사벨은 파리에 가서 2년간 원하는 공부를 실컷 하고 돌아오라고 제안한다. 하지만 약속한 2년이 다 흐르도록 래리가 “바보 같은 소리”만 늘어놓자 미련 없이 그를 포기한다. “하지만 래리, 그거 알아? 당신은 나한테 맞지도 않는 삶을 요구하고 있어. 내가 관심도 없고, 또 관심을 갖고 싶지도 않은 삶 말이야. 난 그저 평범한 여자일 뿐이라고. 몇 번이나 말해야 알겠어? 난 이제 겨우 스무 살이야. 10년 후면 늙어 버릴 거고, 지금 시간이 있을 때 삶을 즐기고 싶어. 아, 래리, 난 당신을 너무나 사랑해. 하지만 당신이 말하는 삶은 시시해.” 사랑 대신 안정되고 화려한 생활을 선택한 이사벨은 래리의 친구이자 재벌 2세인 그레이와 결혼한다. 하지만 작가는 이사벨을 단순히 악녀로만 묘사하진 않는다. 오히려 순수하고 욕망에 솔직한 사랑스러운 여성으로 그린다. 그녀뿐만 아니라 무리한 고집으로 사업을 벌이다 대공황 때 빈털터리가 된 그레이나, 남편과 아이를 잃고 미쳐 버린 소피, 몽마르트르 화가들의 첩으로 살아가는 닳고 닳은 수잔, 파리 사교계의 지독한 속물 엘리엇마저도 작가는 “사랑할 만한” 사람이었다고 말한다. 몸은 여러 가지 희망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통해, 이 시대에 존재하는 다양한 가치들을 아름답게 진열한다. 결국 그것이 개인적인 행복이나 이기적인 욕망을 위한 것이라 할지라도 『면도날』의 인물들은 적어도 자신이 원하는 것에 당당하고, 그것을 위해 성실하게 노력한다. 이 작품에서 우리는 세속적 삶 속에 숨어 있는 성스러움의 씨앗을 볼 수 있다. 세속적 삶과 가장 동떨어진 래리조차도, 긴 여행의 깨달음을 바탕으로 현실과의 접점을 만들어 나간다. 이로써 작가는 시끌벅적하고 서로 부대끼는 구체적인 현실이 마냥 천박하고 비루한 것이 아니라 성스러움을 구현하는 장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야기 안팎을 오가며 펼쳐지는 생생한 입담 이 책의 독특함 중 하나는 작가 자신이 소설 속 인물로 등장한다는 것이다. 이야기의 화자이자 작품 속 조연인 ‘서머싯 몸’은 때론 인물들의 가까운 이웃으로, 때론 몇 년 동안 연락이 닿지 않는 옛 친구로 그들의 삶을 전해 준다. 소설 속 서머싯 몸은 명백히 가공된 인물이지만 작가라는 직업과 이름이 똑같을 뿐 아니라, 취미, 버릇, 성격 등 실제 자신을 모델로 실감나는 이야기를 창조한다. 또한 이러한 참신한 설정을 활용해, 작가는 이야기 밖에서 자신의 고민을 솔직하게 털어놓기도 한다. “지금껏 이렇게 염려스러운 마음으로 소설을 시작해 본 적이 없다. 내가 이 글을 소설이라고 부른다면 그것은 단지 마땅히 붙일 다른 이름이 떠오르지 않기 때문이다. 줄거리다운 줄거리도 별로 없고 결말이 죽음이나 결혼으로 끝나지도 않는다.” 말년의 몸은 여전히 독설가이고, 냉소적인 개인주의자이지만, 동시에 타인의 이기심에 관대하고, 아집을 포용하는 어른의 태도를 보여 준다. 작가는 『면도날』을 통해, 방황하는 모든 젊은이들에게 열성적인 후원자는 아닐지라도, 필요할 때 손을 내밀어 따뜻한 온기를 전한다. 『면도날』은 세상이 정해 놓은 레일을 뛰어 넘은 래리를 통해 인간 존재에 대한 깊은 성찰을 보여 준다. 누구에게나 잠재하는 숭고함의 씨앗은, 삶을 통해서 증명될 때 비로소 명징한 빛을 밝힐 수 있음을 역설하는 것이다. 동시에 작가는 자신이 창조한 숭고함을 절대시하기보다, 가치 판단은 독자들의 몫으로 남긴 채 각자의 자리에서 고군분투하는 모든 이의 삶에서 감동과 공감을 이끌어낸다.
저자 : 몸, 윌리엄 서머싯 , 출판사 : 민음사 , 입수일자 : 2024.09.11 ]]>
몸, 윌리엄 서머싯 2024-09-11
<![CDATA[무명의 감정들 :나를 살아내는 일]]> “나는 꿋꿋이 행복해질 거야. 슬픔도 내 것이지만 행복도 진정한 나의 것이다.” 진정한 나의 이름을 찾는 여정 〈무명의 감정들 - 나를 살아내는 일〉 인생이란 결국 행복을 찾는 여정이다. 그 여정이 쉬울 리는 없고 그 괴리에서 우린 머리를 부여잡으며 괴로워한다. 하지만 성장은 모두 고통에서 비롯된다. 아파본 사람이 남에게 상처 주지 않고, 불행에 본 사람이 행복의 농도를 더 짙게 만끽할 수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삶에서 느낀 좌절과 극복, 흔들리는 마음과 관계, 소중한 인연과 두려움 등 현대인이라면 느끼는 공통된 고민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우리가 이 책을 통해 위로받을 수 있는 이유는 누군가를 위해 건네는 뻔한 위로의 말이 아니라 모두 저자의 실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누구나 한 번쯤 겪었을, 그리고 겪고 있을 상황을 읽다 보면,‘나와 비슷한 사람이 있구나’와 같은 동질감의 위로를 짙게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책에는 꿈, 행복, 두려움, 불안, 관계, 사랑, 직장 등 다양한 주제가 포함되어 있어 읽을거리가 풍성하다. 저자의 진중한 문장과 마음을 관통하는 그림을 본다면 복잡한 생각을 정리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무명의 감정들』은 거창한 이야기가 아니다. 그저 치열히 사색하고 살아가는 한 사람의 이야기로 우리는 ‘어느 어른’의 깊은 내면을 이 책을 통해 들여다볼 수 있을 것이다. 남의 일기장이 제일 재밌듯, 일상 곳곳에서 〈무명의 감정들〉을 통해 위안을 받길 바란다. “만약 당신이 지금 갈림길에 서 있다면, 이 이야기가 수많은 참고서 중 한 권이 되기를. 끝내 당신도 당신의 정답을 고르길. 정답은 당신 마음속에 있다.” - 작가의 말 중
저자 : 쑥 글·그림 , 출판사 : Deep&wide , 입수일자 : 2024.09.12 ]]>
쑥 글·그림 2024-09-12
<![CDATA[변신:1916년 오리지널 초판본 표지디자인]]> 불안한 꿈을 현실로 투영시킨 프란츠 카프카의 단편선 모음집 음울하면서도 현실적인 현대인들의 고민을 날카로운 시각으로 묘사한 걸작 프란츠 카프카는 자기 정체성에 대해 끊임없이 성찰하는 작가다. 그리고 자신의 인간적 한계와 그에 따른 고통을 문제작으로 재구성한 작가이기도 하다. 글을 쓰는 일에 집중하고 싶어 했고 시간이 주어질 때마다 글쓰기에 몰입한 그였지만, 현실은 생계유지를 위해 보험사에서 일하며 생활비를 벌어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이 책의 대표작 〈변신〉의 등장인물들도 인간 존엄성보다는 돈을 우선시하며, 벌레로 변해서 일하지 못하게 된 주인공은 결국 버림받고 홀로 죽음을 맞이한다. 세상에서 소외되어 버림받은 인간을 탐구하는 카프카의 《변신》이 더스토리 1916년 오리지널 초판본 표지디자인으로 새롭게 출간되었다. 이 책에 실린 9편의 작품들에는 평생 아버지와 대립을 겪으며 작가의 길과 생활인의 길에서 방황한 카프카 자신의 고뇌가 녹아 있다. 결국 그는 독자들에게 태어나자마자 주어진 사회라는 테두리 안에서 적응하면서 본래의 자신을 잃어버리고 살아가느냐, 아니면 그것을 부정하면서 자신의 꿈에 도전하면서 살아가느냐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을 숙제로 남겼다. 〈변신〉의 주인공이 벌레로 변해 가족들에게 외면당하고 버려지는 상황은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슬픈 자화상이 된다. 자신의 방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가 방 밖으로 나가려고 시도하는 장면은 가족 구성원의 역할을 유지하고 싶어 하는 몸부림이다. 하지만 가족들은 흉측한 해충으로 변해서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그를 외면하고 결국 감금해버린다. 이 장면은 가족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못하면 그저 짐덩이로 전락해버리는 뼈아픈 현실을 냉정하게 반영한 것이다. 돌아오는 이득이 없으면 소통도 없다는 가혹한 상황을 보여준다. 이렇듯 극단적인 가상 상황을 통해 현실을 드러내는 대표작 〈변신〉을 비롯해 아버지와의 다툼 때문에 결국 주인공이 자살하는 〈판결〉, 무력한 의사가 마법처럼 말을 빌려 타고 간 환자의 집에서 희한한 상황에 휘말리는 〈시골 의사〉, 아주 짧은 단편인 〈갑작스러운 산책〉 〈옷〉 〈원형극장의 관람석에서〉 등 프란츠 카프카의 단편 9편을 엄선해 실었다. 무거운 환상을 보여주는 카프카 단편선이 우리가 살아온 길과 살아갈 길을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저자 : 한영란 , 출판사 : 더스토리 , 입수일자 : 2024.09.11 ]]>
한영란 2024-09-11
<![CDATA[비나이다 비나이다]]> 신도윤 2024-09-12 <![CDATA[셰익스피어 4대 비극:1577년 홀린셰드의 연대기 초판본 표지디자인]]> 김민애 2024-09-11 <![CDATA[수요일의 편지]]> 작은 기적들 속에서 삶의 기운을 되찾아주는 모리사와 아키오의 신간! 《에밀리의 작은 부엌칼》로 친숙한 감성 작가 모리사와 아키오는 실존하는 ‘수요일 우체국’을 모티프로, 작은 우연이 인생을 새롭게 바꿔놓는 기적을 우리에게 전해준다. 그 기적의 이야기 《수요일의 편지》는 ‘행복’을 향한 아주 단순한 행로를 매우 섬세하게 직조해낸다. 내가 웃으면 너도 웃는다. 사람은 웃는 것만으로 즐거워진다. 그리고 웃는 얼굴과 웃는 얼굴에서 생겨난 즐거운 기분이 일상에서 파문처럼 번지고, 해피 배턴을 이어간다. 애초에 이 세상은 그런 곳이 아닐까, 라고 저자는 생각한다. 지금 이 순간의 기분이 현재의 모습을 만들고 미래의 모습으로 이어진다는 것. 한 마리 나비가 파닥이면 그 영향이 점점 커져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태풍이 일어난다는 ‘나비효과’처럼 우리 인간도 단지 살아 있는 것만으로 누군가와 스쳐 지나며 이 세계에 크고 작은 영향을 주고 있다. 그리고 그 인연이 끝없이 연쇄되어 이 지구의 낯선 어딘가에서 낯선 누군가에게 영향을 준다. 그리하여 수요일 우체국에서 보낸 편지처럼 낯선 누군가의 수요일이 낯선 누군가의 인생을 바꾸기도 하는 것이다. 작중 편지가 작중 캐릭터들의 인생을 바꾸었듯이, 《수요일의 편지》는 독자 여러분의 일상에 작은 소용돌이를 일으킬 것이다. 그리고 새로운 기운으로 당신의 오늘을 일으켜줄 것이다. 진심으로 이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기만 한다면.
저자 : 모리사와 아키오 , 출판사 : 문예춘추사 , 입수일자 : 2024.09.12 ]]>
모리사와 아키오 2024-09-12
<![CDATA[액체 상태의 사랑 :김연덕 에세이]]> ■흐르는 발걸음이 닿는 곳 “엄마와 옛집에 다녀왔다. 종로구 부암동 산자락, 지금은 가정집 대신 박물관이 되어 버린, 내 유년기의 창백한 기쁨이자 글쓰기의 전부인 곳. 언니의 방이 있던 자리가 이제 매표소가 되어 버린, 노크만 하면 드나들었던 방문 대신 차례로 줄을 서 표를 끊고 들어가야 하는 곳. 나는 그 거칠고 높고 기이한 곳에서 태어나 11년을 살았다.” 시인은 자신이 잘 담겼던 곳들을 잊지 않는다. 그 장소는 11년 동안 살아온 옛집이기도 하고, 발견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카페이기도 하며, 아침저녁으로 오가는 산책길의 고궁이기도 하다. 자유롭게 흘러가는 그의 문장처럼 부지런히 걷는 액체 상태의 시인은 흐르던 자신의 몸을 알맞게 담을 공간을 명민하게 찾아내고, 찾아낸 곳을 결코 소홀히 하거나 놓치지 않는다. 김연덕에게 다양한 공간들은 다채로운 감정으로 남는다. 남자 친구와 다툼 후에 그를 만나러 가던 길의 공단은 거칠고 차가운 쓸쓸함으로, 〈대산대학문학상〉 등단의 부상으로 가게 된 런던은 함께 갔던 이들과 나누었던 신비롭고 오래된 설렘으로, 우연히 단골이 된 카페와 와인 바는 첫눈에 우정을 느끼게 될 것이라고 확신하는 뿌듯한 다정함으로 남아 있다. 시인의 마음이 입혀진 공간은 결코 단순하게 묘사되지 않는다. 그의 눈동자를 통과하고 나면, 추운 겨울 할머니와 함께 있던 요양원의 모습도 건조하고 두렵게만 보이지 않는다. 그가 한 장소를 두 번 방문하기 때문이다. 처음 발걸음이 닿았을 때와 문장으로 다시 한번 닿을 때. 첫눈에 흐리고 앙상했던 곳도, 혹은 처음 본 순간부터 명쾌하고 온화했던 곳도 데생의 빈 부분을 채우듯 다시 손을 뻗어 그려 본다. 시간과 문장이 한 차례 더 어루만진 공간은 시인의 글 속에서 서서히 일어선다. 우리는 그 공간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가게 될 것이다. ●마침내 다정한 사람에게 고일 때 “그날의 상처에 대해 쓴 것인지, 다정하고 싶은 의지에 대해 쓴 것인지, 사랑하는 사람의 뒷모습과 그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던 나에 대해 쓴 것인지, 오늘 만난 바위산, 부드럽게 파열되던 풍경에 대해 쓴 것인지 잘 모르겠다. 전혀 아름답지 않게 피로하고 어지러운 모양으로 얽힌 글이 되어 버렸다. 다만 이것만은 분명하다. 이 글이 이 시기를 지나고 있는 나에게 유일하게 쓸 수 있고, 써야만 하는 글이었다는 것.” 시인의 친구는 시인에게 말한다. “연덕은 사랑할 때도 꼭 공무원 시험 준비하는 것 같아. 어떻게 그렇게 성실해?” 시인은 그 말에 당황해서 자신을 부정하거나, 안도해서 자신을 부풀리지 않고 그저 다짐한다. “사랑을 포기하지 않게 해 주세요. 차가워지지 않도록 해 주세요.” 사랑을 주고받는 일에, 그 마음에 몰두하는 시인의 성실함은 아주 대단한 것은 아니지만, 퍽 쉬운 일도 아니다. 세계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친구가 그에게 조개껍데기로 엮은 장식품을 선물하면, 그는 멀리서 온 마음에 답장을 하기 위해 공방에서 유리로 조개와 소라를 깎으며 한겨울을 보낸다. 단골이 된 카페에서 편한 자리와 맛있는 커피를 건네주면, 어느 날 여행을 떠난 시인은 카페 주인을 떠올리며 그에게 건넬 빈티지 접시를 고른다. 그것은 쉬운 교환인 것 같지만 아무나 가능한 교환은 아닐 것이다. 설령 그가 경험한 모든 관계가 등가교환이 아니더라도 그 마음의 접촉을 간직한다. 김연덕에게 사랑하는 일은 해 온 것을 후회하지 않고 해 나갈 것을 포기하지 않는 일이다. 시인의 산문에는 그런 그의 사랑하는 자세가 다부진 모양으로 담겨 있다. 받기만 하거나 주기만 하는 관계는 없어, 그렇게 믿는 듯한 태도로 신념과 혼돈 사이를 거닐며 소원을 빌 듯 그 사람에 대한 일기를 적는다. 그 일기를 차곡차곡 쌓은 『액체 상태의 사랑』은, 겨울을 닮은 시를 쓰는 시인의 봄 같은 기도처럼 보인다. ■영원을 담은 매일의 쓰기, 문학론 에세이 시리즈 ‘매일과 영원’ 하루하루 지나가는 일상과, 시간을 넘어 오래 기록될 문학을 나란히 놓아 봅니다. 매일 묵묵히 쓰는 어떤 것, 그것은 시이고 소설이고 일기입니다. 우리의 하루하루는 무심히 지나가지만 그 속에서 집요하게 문학을 발견해 내는 작가들에 의해 우리 시대의 문학은 쓰이고 있으며, 그것들은 시간을 이기고 영원에 가깝게 살 것입니다. ‘매일과 영원’에 담기는 글들은 하루를 붙잡아 두는 일기이자 작가가 쓰는 그들 자신의 문학론입니다. 내밀하고 친밀한 방식으로 쓰인 이 에세이가, 일기장을 닮은 책이, 독자의 일상에 스미기를 바랍니다.
저자 : 김연덕, , 출판사 : 민음사 , 입수일자 : 2024.09.11 ]]>
김연덕, 2024-09-11
<![CDATA[여름]]> ■ 미국 문단의 우뚝 솟은 봉우리, 이디스 워튼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에 걸쳐 활약한 이디스 워튼은 미국 여성 작가들 중에서 순수 문학의 길을 걸은 최초의 작가다. 이 무렵 인쇄술의 발달과 함께 대중 소설을 쓰는 여성 작가는 폭발적으로 늘어났지만 대다수 작품이 시간의 흐름과 함께 잊혔다. 하지만 워튼의 소설들은 미국 문학사에서 정전의 반열에 올랐으며, 대표작 중 하나인 『순수의 시대』는 1921년 워튼에게 여성 최초로 퓰리처상을 안겼다. 특히 1970년대 이후 페미니즘 열풍과 함께 이디스 워튼이 재조명되면서, 자전적 요소가 짙은 『이선 프롬』과 미국 본격 문학 최초로 여성의 성적 열정을 다룬 『여름』 등이 널리 읽히기 시작했다. 1993년 전미 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고어 비달은 “미국 문학이라는 산에서 이제까지는 헨리 제임스가 이디스 워튼보다 약간 위쪽 봉우리를 차지했지만 이제 동등한 위치를 차지한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 사랑을 통해 현실에 눈뜨는 여성 “그녀의 새로운 자아가 신비롭게 펼쳐지는 것, 그녀의 오그라든 덩굴손이 빛을 향해 손을 뻗는 것만이 유일한 현실이었다, (…) 늘 사랑이란 혼란스럽고 비밀스러운 무엇이라고 생각해 온 채리티에게 하니는 사랑을 여름 공기처럼 밝고 싱그러운 것으로 만들어 주었다.” ─『여름』에서 ‘채리티’는 올해 열여덟 살의 여성으로 산에서 태어나 후견인인 ‘로열’ 씨의 손에서 자랐다. 하지만 이 무렵 채리티는 노인에 가까운 로열 씨에게 청혼을 받고는 그에 대한 증오로 가득 차 있다. 그러던 어느 날 마을 도서관에서 사서로 근무하는 채리티의 눈앞에 도서관장의 조카이자 대도시 출신 건축가인 ‘하니’가 나타난다. 무심하게 책의 위치를 묻다가 채리티와 눈이 마주친 순간, 잠시 할 말을 잃은 그의 모습에서 채리티는 처음으로 자신이 특별한 존재라고 인식한다. 서로에게 당연한 듯 이끌려 밀회를 즐기는 두 연인. 함께 있으면 여름밤 폭풍우도 두렵지 않은 그들이지만, 우연한 말 한마디에서 느껴지는 교육의 격차는 채리티를 주저하게 만든다. 채리티는 하니가 책의 위치를 물어볼 때 사서이면서도 책의 존재조차 몰랐던 것, 그리고 그가 무엇을 연구하는지 아무리 설명해도 이해하지 못했던 순간을 떠올리며 얼굴이 화끈거리는 부끄러움을 느낀다. 이전에 채리티는 좋은 사립학교에 입학할 수 있었지만, 후견인인 로열 씨가 혼자 남겨질 것을 걱정해 스스로 기회를 포기했더랬다. 그 선택 때문인지 또래 어떤 여성도 무지에 대해 무안을 느끼지 않지만, 채리티만은 좋은 교육이 갖는 힘과 그 부재가 의미하는 것을 정확히 알고 있다. 하니와의 밀회가 깊어질수록 채리티는 신분과 계급 그리고 교육의 견고한 격차를 실감하며 자신의 현실을 객관적으로 인식하기 시작한다. ■ 본격 문학에서 여성의 성적 욕망을 표현한 ‘사건’ “『여름』은 한 여성의 삶에서 일어나는 성숙에 초점을 맞춘 최초의 성장 소설은 아니다. 그러나 그러한 과정의 필수 요소로서 성적 열정을 노골적으로 다룬 최초의 작품이다.” -신시아 그리핀 울프(평론가) 미국 문학에서 남성이 아닌 여성이 성장 소설의 주인공인 작품은 많지 않다. 본격적인 성장 소설에 속하는 하퍼 리의 『앵무새 죽이기』도 『여름』이 출간되고 무려 사십여 년 뒤에나 세상에 나왔다. 게다가 성장의 요소로서 여성의 성적 열정을 다룬 것은 20세기 초 본격 문학의 범주에서는 좀처럼 시도되지 않았던 하나의 ‘사건’이었다. 당시 미국의 잡지 편집자들은 이른바 ‘점잖은 전통’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않으려 했는데, 이 때문에 토머스 하디는 『이름 없는 주드』의 원고를 수정해야 했고 남녀의 성애는 물론 음주마저도 금기로 간주되었다. 하지만 『여름』이 고전 반열에 올라 오랫동안 사랑받은 것은 단지 여성의 성적 욕망을 소재로 삼았기 때문만은 아니다. 인습과 전통에 맞서 자신의 욕망을 직면하는 솔직한 여성상을 그려 냈기 때문이다. 가령 채리티는 자신보다 사회적 신분이 높은 하니에게 휘둘리거나 유혹당하지 않는다. 남자의 달콤한 거짓 약속에 속아 사랑에 빠지는 인물도 아니다. 후견인인 로열 씨에게 청혼을 받고 강한 혐오감을 표현했던 채리티는 젊고 지적인 남성 하니의 매력에 빠져 기꺼이 그를 선택한다. 심지어 하니에게 약혼녀가 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조차 사랑 없는 결혼을 요구하느니 호기롭게 그에게 선택권을 넘긴다. 이렇듯 자신의 욕망을 분명하게 인지하고 이를 성숙하게 표현하는 여성 캐릭터의 탄생은 당시 독자들에게 엄청난 해방감을 안겨 주었다. ■ 쌍둥이 소설의 탄생 - 『이선 프롬』과 『여름』 /“왜 네가 나 같은 폐인을 쳐다보겠어? 다른 친구를 원하겠지…… 넌 네가 본 것 중에 최상의 것을 택했어…… 하기야 그건 나도 언제나 마찬가지였지만.” -『여름』 중에서/ 1911년과 1917년에 출간된 『이선 프롬』과 『여름』은 작가 워튼에 의해 자매편으로 간주되면서 흔히 문학적 쌍둥이로 불린다. 특히 두 소설 모두 뉴잉글랜드의 시골 마을을 그려 내고 있다는 점, 남녀의 삼각관계를 소재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꼭 닮았다. 『이선 프롬』의 주인공 ‘이선’과 『여름』의 주인공 ‘채리티’가 배움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한 인물이라는 점도 중요한 공통점으로 꼽을 수 있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지리적 한계 때문에 두 사람은 도시로 나가 교육받을 기회를 놓치고 끝내 좌절한다. ‘이선’과 ‘채리티’는 손바닥만큼 좁은 시골 마을에서 자유로이 상대를 탐색하는 연애 과정을 생략한 채 애정 없이 이성과 맺어질 위기에 처한다. 이런 조건에서 두 사람이 외지 출신의 ‘매티’와 ‘하니’에게 마음을 빼앗기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도 모른다. 20세기 초 뉴잉글랜드 농경 사회에서 살아가는 젊은이들의 사회적 좌절과 성적 고립을 그린 두 작품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휴화산처럼 살아 있는 사랑을 향한 욕망 앞에서 각각 다르게 반응하는 두 주인공을 비교하며 읽는 재미를 선사한다.
저자 : Wharton, Edith, , 출판사 : 민음사 , 입수일자 : 2024.09.11 ]]>
Wharton, Edith, 2024-09-11
<![CDATA[영원한 천국 :정유정 장편소설]]> 정유정 2024-09-11 <![CDATA[오렌지와 빵칼 =Orange and bread knife :청예 장편소설]]> “나는 너를 존중할 수 있다. 단 네가 나를 존중할 때만.” 거꾸로 서 있던 스스로의 세상이 뒤집히자 드디어 숨쉬기 시작한 사람을 그리다 “억눌려 있던 그녀의 잿빛 마음이 형형색색으로 빛나기 시작한다. 그녀는 진심으로 끝내주게 웃는다. 그리고 나도 웃었다. 근래 이렇게 무언가를 허겁지겁 먹어치우듯, 탐욕스럽게 읽어 내려간 소설이 또 있었던가.” _강화길(소설가) 추천사 중에서 “유쾌한 필체로 유려하게 쓰여가는 이야기가 공감을 넘어 그것을 마치 내 얘기라고 받아들이게 한다. 소설 속의 ‘나’는 드디어 진짜의 ‘내’ 이야기를 하기 시작한다. 모든 세상이 ‘네!’를 외쳐야 마땅하다고 강요할 때 ‘아니!’라는 소리를 내지르는 주인공을 보면 카타르시스가 느껴진다.” _정해연(소설가) 추천사 중에서 『오렌지와 빵칼』의 주인공 오영아. 27세. 유치원 교사. 오영아의 주변 사람들은 모두 자신만의 정의를 위해 그녀에게 동의와 양해를 요구한다. 잘 웃고 잘 배려하고 잘 참는 게 장점이었던 오영아는 부담스러워하면서도 그들의 가치관을 동경하며 또한 존중한다. 오영아는 환경과 동물과 연인을 사랑하는 건 ‘바람직하기’ 때문에 동참해야 한다고 스스로를 설득한다. 오영아는 주변과의 갈등을 피하려 억지로 웃고 사과한다. 취미와 습관도 바꾼다. 무리하던 오영아는 결국 우울과 무기력에 시달리며 웃는 법과 살아 있다는 감각을 잃는다. “마음이 힘들면 상담을 받아보는 게 어때?” 주변의 걱정에 힘입어 오영아는 심리치료를 결심한다. 뇌 시술을 연구하는 ‘서향의학연구센터’에서 오영아는 4주 동안 효과가 지속되는 ‘정서 조절’ 시술을 받는다. 그 여파로 통제력이 완전히 사라진다. 스프링처럼 눌려 있던 욕망. 자기 합리화, 분노, 억울이 폭발적으로 튀어 오른다. 그녀는 파괴적인 충동을 느끼기 시작한다. 속으로 ‘시발 새끼’라는 욕을 한다. 담아뒀던 말을 토해낸다. 나쁜 사람이 된 것 같은 자책과 더불어 쏟아지는 건 강렬한 해방감이다. 오영아는 당황하고, 이 시술의 정체를 알기 위해 다시 센터를 찾지만 시술 효과가 끝나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는 답을 듣는다. 자신이 달라지고 있다는 것을 자각하면서도 해방이 주는 달콤함에 중독되기 시작하는 오영아. 그녀는 자신을 ‘선함’으로 이끌어 준 소중한 사람들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묵은 감정을 쏟아붓기 시작한다. 정성 들여 쌓아 올린 ‘관계’라는 감옥을 부수려는 시도. 하지만 시술의 효과가 사라지는 날은 매정하게 다가온다. 그녀에게는 과연 어떤 종말이 기다리고 있을까? “미안해하지 않아도 돼.” 사회와 관계를 위해 우리는 과연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할까? “우리는 결여를 채우는 게 가끔은 버겁다. 있는 그대로 수용되길 원한다. 비록 내 도덕성이 상대의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해도, 내가 이 사회의 정의를 실현하지 못해도, 심지어 그 정의에 균열을 만드는 존재라 할지라도. 그냥 살아 있고 싶다. 있는 그대로”_‘작가의 말’ 중에서 사회인으로서 기능하기 위해서는 절제하고 양보하는 훈련을 해야 한다. 그걸 돕기 위한 기관이 존재하며, 그곳에서 일하는 직업인이 어른이 되지 않은 사람을 훈련한다. 그들은 ‘선생님’이라고 불리지만, 정작 사람들은 그들이 사회를 위해 얼마나 희생하는지 잘 모른다. 오히려 그들에게 당당히 요구한다. 보는 눈이 많으니 언제나 무결해야 한다고.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그 ‘모범’이라는 것은 대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를 의미하는 것일까? 오영아는 유치원 교사다. 아이들을 가르치며, 싸움을 말리기 위해 원아의 발길질을 맨몸으로 맞고, 학부모 여론이 나빠지지 않기 위해 자진해서 고개를 조아린다. 오영아는 불쑥불쑥 느껴지는 분노를 ‘나쁜 감정’이라고 치부하려 한다. 정도 넘는 절제와 예민함을 지닌 오영아. 오영아의 자기 검열은 세상이 만들어 놓은 ‘선함’의 굴레에 개인이 희생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까지 치닫는다. 오영아의 생각을 따라가다 보면 답답해진다. “그렇게 살면 안 피곤해요?”라는 순수한 아이의 물음에 고개를 연신 끄덕이며 페이지를 넘기면, 시술 후 고삐 풀린 듯 마음대로 행동하는 오영아를 보며 ‘어?’ 하고 뒷걸음치게 된다. ‘선생님이 저래도 돼?’라는 생각도 들 것이다. 사실 주인공 오영아의 면면은 우리의 일부와 매우 닮아 있다. 친구의 헛소리를 귓등으로 들으며 맞장구를 치고, 애인이 챙겨주는 음식을 마다하지 못해 먹고, 직장에서 싫은 소리를 들어도 반박을 삼키고 쓴 입으로 ‘죄송하다’고 말한다. 세상은 이상하지만, 관계를 위해 진심을 가리고 거짓을 말하는 일은 일상 속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이상한 세상에 적응하려면 목적을 위해 남을 이용하는 일은 해도 된다고 스스로를 속인다. 이런 우리가 모두 ‘나쁜 사람’일까? 반대로, 우리에게 거짓으로 대하는 사람들은 모두 ‘나쁜 사람’일까? 『오렌지와 빵칼』은 과장된 설정과 상황을 통해 선해지고 싶은 욕망과 있는 그대로 있고 싶다는 욕망을 나열하며 독자에게 호소한다. 가끔은 혀의 즐거움을 위해 건강에 나쁜 음식을 먹고 싶다고. 가끔은 일하다가 속으로 욕지거리를 되뇌고 싶다고. 그런 나를, 부정적이고 충동적인 나를 받아들여 달라고. 세상에 대고 확성기를 든다. 오영아의 생각을 따라가다 보면 이런 생각이 든다. 그녀는 과연 미친 걸까, 아니, 원래 모습이 미친 상태이지 않았을까. 답이 없는 질문이 샘솟는다. 오히려 오영아에게 과한 통제를 요구한 주변이 미친 게 아닐까. 세계를 썰어 해체하고 재조합하는 건 어렵지만 반복적으로 쑤시며 외칠 수는 있다고 말한다. 그 외침이 누군가에게는 소음이라 느껴질지라도 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섬뜩할 정도로 강렬한 무언가가 필요하며, 그것은 역설적으로 반드시 어느 누군가에게는 반드시 큰 위로가 될 것이다. 『오렌지와 빵칼』이 바로 청예가 내놓은 답이다. 우리에게는 ‘오렌지’도 있고, ‘빵칼’도 있다. 쉼 없이 달려나가는 기세를 지닌 이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무엇을 선택할 수 있을까? ** 독자서평 표지의 상큼한 색깔과 얇은 볼륨으로 즐겁게 읽기 시작했던 책이 점점 무거워졌다. _독자 서평단 후기 (@book_readingwhale) 물론, 이렇게 터프하고 단호한 이야기를 예상하지는 않았다. 오렌지는 상큼하고 빵칼은 그렇게 위협적이지는 않으니까. 아, 그래서 오히려 뒤도 돌아보지 않고 직진하는 걸지도. 걱정 말고 탑승하셔도 좋습니다. 다소 안전한 편입니다. _독자 서평단 후기 (@kim_zeroq)
저자 : 청예 , 출판사 : 허블 , 입수일자 : 2024.08.30 ]]>
청예 2024-08-30
<![CDATA[오롯이 내 인생이잖아요]]> 장명숙 2024-09-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