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SS 서비스 http://lib.jnue.kr/JNUE 전주교육대학교 도서관 : 최신소장자료 ko 2024-11-11T00:01:01+09:00 Copyright (c) 전주교육대학교 도서관 All right reserved <![CDATA[1026 :한국 현대사의 가장 미스터리한 하루, 10월 26일 :김진명 장편소설]]> 박근혜를 사랑했던 한 정보원의 죽음, 그것은 끝이 아닌 시작이었다! 보스턴의 천재 변호사 이경훈에게 걸려온 죽음을 앞둔 퇴역 정보원의 전화 한 통. ‘10ㆍ26의 비밀’이라는 정보원의 마지막 유언을 듣게 된 이경훈은 한국 현대사의 미스터리로 남아 있던 10ㆍ26의 진실을 파헤쳐간다. 어둠에 숨겨져 수수께끼로 남아 있는 진실을 향해 다가가는 과정이 흥미진진하게 전개되어, 책에서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대통령들의 죽음, 그 배후는 누구인가? 1979년 10월 26일,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암살당했다! 대통령을 신처럼 받들던 최측근으로 하여금 방아쇠를 당기게 만든 배후는 누구인가? 다시 10년이 지나 총구는 김대중 대통령에게 겨누어졌다. 여전히 한국사의 미스터리로 남아 있는 박정희 대통령 시해사건과, 김대중 대통령의 남북 정상회담 방해사건을 다룬 이 소설은 10ㆍ26에 대해 더욱 면밀하고 치밀한 접근을 시도했다. 고인이 된 김대중 대통령의 육성을 다시 듣는 듯 생생한 장면도 이채롭다. 거기에 케네디의 죽음, 김형욱 실종 미스터리까지 이야기가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2010년, 김진명 소설이 다시 태어났다! 한국 출판역사상 경이적인 판매부수를 기록한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를 비롯해 밀리언셀러 〈하늘이여 땅이여〉 〈가즈오의 나라〉 〈황태자비 납치사건〉 〈한반도〉 〈코리아닷컴〉이 작가의 섬세한 손을 거쳐 재출간된다. 2010년판은 기존의 스토리라인을 유지하면서, 독자들의 감동을 오롯이 하기 위해 문장과 어휘를 섬세하게 손질하였다. 또한 미처 발견하지 못했거나 출간 후에 새롭게 밝혀진 역사적 사실의 오류 등을 바로잡았다. 이 가운데는 제목이 바뀔 만큼 많은 변화가 있는 책도 있다. 페이퍼백이던 것을 모두 고급 양장본으로 바꾸어 오래 소장할 수 있도록 하였고, 개정ㆍ통합하는 과정에서 밀도 있게 권수를 줄이기도 하는 등 독자들의 독서 편의를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 1차적으로 3월 1일,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몽유도원〉 〈황태자비 납치사건〉 〈1026〉이 출간되었다. 추후 〈하늘이여 땅이여〉 〈코리아닷컴〉도 3월 중 출간 예정이다.
저자 : 김진명, , 출판사 : 새움(새움출판사) , 입수일자 : 2024.10.18 ]]>
김진명, 2024-10-18
<![CDATA[8월은 악마의 달]]> O'Brien, Edna 2024-11-05 <![CDATA[가라앉은 자와 구조된 자:아우슈비츠 생존 작가 프리모 레비가 인생 최후에 남긴 유서]]> 수용소의 피해자가 40년이 흘러 관찰자의 입장에서 나치즘과 인간의 위기를 치밀하게 분석한 문제작 프리모 레비는 1987년에 토리노의 자택에서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가라앉은 자와 구조된 자』는 사실상 유서에 해당하는데, 거기에는 40여 년에 걸친 그의 사상적 고투가 알알이 맺혀 있다. 본서에는 강제수용소 체험에 대한 매우 투철한 고찰, 인간 존재에 대한 한 점의 타협도 없는 인식이 관통하고 있으며, 그렇기에 끝 모를 깊은 절망감이 배어 있다. 이 책은 프리모 레비 문학의 도달점에 머무르는 게 아니라 우리가 끊임없이 되돌아가야 할 사상적 좌표축이라고 할 수 있다. 나치즘이나 유대인 학살에 관한 서적은 셀 수 없을 만큼 많지만, 개중에 굳이 딱 한 권만 꼽으라고 한다면 나는 주저 없이 이 책을 권할 것이다. - 서경식(도쿄케이자이 대학교 교양학부 교수) 인생의 마지막 대목에서, 레비는 홀로코스트의 가르침이 역사의 일반적인 잔혹한 사건들 가운데 하나로 그렇게 잊힐 것이라고 점점 확신하게 되었다. 이 책은 40년이 지난 시점에서 쓴 나치의 절멸 체제에 관한 어두운 명상이다. - 『뉴욕타임스』 북 리뷰 ▶ 아우슈비츠를 통해 인간 존재의 위기를 들여다본 20세기 증언문학의 걸작 아우슈비츠 생존 작가 프리모 레비의 생애 마지막 작품 『가라앉은 자와 구조된 자』(1986)가 국내에 첫 번역·소개된다. 프리모 레비는 증언문학의 고전 반열에 오른 『이것이 인간인가』로 국내에도 널리 알려진 작가이다. 『가라앉은 자와 구조된 자』는 레비가 수용소에서 풀려난 지 40년, 『이것이 인간인가』를 집필한 지 38년 만에 쓴 책으로, 아우슈비츠 경험을 바탕으로 나치의 폭력성과 수용소 현상을 분석한 탁월한 에세이다. 특히 레비가 자살로 생을 마감하기 한 해 전에 쓰고, 생환자로서 그의 삶의 핵심 주제였던 아우슈비츠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그에게는 유서遺書와도 같은 작품이다. 레비는 이 책에서 강제수용소 안에서 벌어졌던 현상들을 통해 가해자와 피해자, 가라앉은 자(죽은 자)와 구조된 자(살아남은 자)를 가로지는 기억과 고통, 권력 관계의 문제를 날카롭게 파헤친다. 1933년부터 1945년까지 독일에서는 계통적이고 조직적으로 유대인, 집시, 장애인, 성적 소수자, 정치적 반대파 등을 박해하여 대학살로 몰아넣었다. 이 사건은 규모로 보나 성격으로 보나 인류사에 유례없는 사건이었다. 이 책은 상상을 뛰어넘는 폭력의 피해자이자 ‘인간성 파괴’의 희생자인 당사자가 그날의 사건을 냉철하게 분석하고 있다는 점에서 유대인 학살을 증언하는 책들 가운데서도 기념비적인 작품이다. 보통은 증언자와 분석자(연구자)는 불가피하게 분리되어 비록 의도하지 않았다고 해도 그 둘 사이에는 왜곡이나 거리감이 생기기 마련이다. 그러나 레비는 철저한 자기성찰과 비판정신을 통해 그와 같은 왜곡의 여지를 남기지 않는다. 작가는 자신을 포함한 생존자에게도 가차 없이 비판의 칼날을 들이댄다. 생환자의 기억 속에서 무의식적으로 이뤄지는 왜곡 문제, 해방의 순간 그들이 경험했던 수치심과 죄책감의 근원을 깊숙이 파고든다. 레비는 아우슈비츠 경험에서 나치에 한정할 수 없는 인간 존재의 위기를 보았다. 레비가 그려 보이는 수용소 세계는 인간 세계의 축소판이다. 그 안의 포로들 한 줌의 권력을 위해, 또 자신보다 더 낮은 계층을 만들려고 치열한 싸움을 벌인다. 레비는 폭력의 체제에 노출된 인간이 어떻게 그 체제와 닮아가는지 수용소라는 실험실을 통해 생생하게 보여준다. 이 책은 서문, ‘1장 상처의 기억, 2장 회색지대, 3장 수치, 4장 소통하기, 5장 쓸데없는 폭력, 6장 아우슈비츠의 지식인, 7장 고정관념들, 8장 독일인들의 편지’의 8장과 결론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각의 주제들은 비단 아우슈비츠 문제에 머물지 않고, 인간 존재를 둘러싼 굉장히 논쟁적인 질문을 품고 있다. 폭력(이토록 끔찍한 폭력이, 왜?), 책임(그 책임은 누구에게, 어디까지?), 기억(이 사건은 어떻게 기억에 남을 것인가?), 증언(이 사건은 증언 가능한가, 그 증언은 전해질 수 있는가?), 윤리(극한의 피폐와 갈증 속에서 우연히 손에 넣은 물 한 모금을 동료와 나누지 않은 것을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가?) 등등, 실로 아우슈비츠는 우리에게 여러 가지 위기적 물음을 던져준다. ▶ 억압이 만들어내는 회색지대 - 인간은 어떻게 권력에 현혹되는가? 출간 당시 가장 논란을 일으킨 부분이 2장 「회색지대」이다. 여기에는 수용소의 포로들이 자신보다 약한 희생자에게 권력을 행사하는 것에 대한 분석이 담겨있다. 레비는 흔히 영웅의 귀환으로 표현되는 생환자들에 대한 수사修辭에 저항하면서, 그 이면에 감추어진 그들의 수동적이고 폭력적인 세계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신입 포로들은 불행을 같이하는 동료들의 연대감을 기대하며 입소했지만, 최초의 폭력은 특권을 지닌 동료 포로로부터 온 것이었다. 이들은 “최종 해결책”(가스실)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또는 죽 한 그릇을 더 먹기 위해 당국에 협력함으로써 크고 작은 특권을 손에 쥔 자들이었다. 특권층 포로는 수용소 전체 인구 중에서 소수였지만 생존자들 가운데서는 압도적 다수를 차지했다. 레비는 우치 게토의 위원장 하임 룸코프스키의 이야기를 통해, 억압의 체제 속에서 한 인간이 어떻게 그 체제와 닮아가는지 생생하게 묘사한다. 실패한 기업가이자 유대인 자선단체들의 책임자로 알려진 룸코프스키는 사악한 나치식의 조롱에 의해 게토 위원장에 오른다. 그는 절대 왕정의 군주를 흉내 내기 시작한다. 화폐를 만들고, 자신의 친위대를 세우는 한편, 뛰어난 예술가들과 장인들을 시켜 자신의 초상을 넣은 우표를 인쇄한다. 또 학생들에게는 자신을 칭송하는 작문 과제를 내주기도 했다. 그 와중에 그는 점점 자신이 메시아이자 자기 민족의 구원자라고 확신하게 된다. 그러나 1944년 9월, 러시아 전선이 가까워오자 나치는 우치 게토를 해산하기 시작했다. 수만 명의 포로들이 아우슈비츠로 강제 이송되었다. “겁쟁이든 영웅이든, 겸손하든 오만하든 독일의 수중에 있던 유대인들의 운명은 오직 하나였다.” 유대인의 왕 룸코프스키의 운명도 이들과 다를 바가 없었다. 룸코프스키는 권력과 위신에 쉽게 현혹되는 우리 인간의 나약함을 표상한다. 레비가 보기에 이것은 역사 속에서 되풀이되는 광경이다. 레비는 제2차 세계대전 막바지에 히틀러의 궁정에서, 살로 공화국의 장관들 사이에서 벌어진 피비린내 나는 암투를 떠올린다. 그들 역시 회색 인간들로, 처음에는 맹목적이었다가 나중에는 범죄자가 되었고, 죽어가는 사악한 한 줌의 권력을 나눠가지려고 맹렬히 싸웠다. 레비는 룸코프스키의 이야기가 곧 우리들의 이야기임을 강조한다. 한 체제를 위해 일하고 그 체제의 죄에는 자진해서 눈감아버리는 하위 권력층들의 이야기이다. 서명에는 돈이 드는 것도 아니니까 모든 것에 죄다 서명을 하는 중간간부들의 이야기이다. 고개를 가로젓지만 묵인하는 사람의 이야기이며, “내가 하지 않으면 나보다 더 못한 다른 사람이 할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의 이야기이다. (……) 우리 모두 게토 안에 있다는 것을 (……) 그 밖에는 죽음의 주인들이 있으며 그리 멀지 않은 곳에 기차가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잊어버린다. 그렇게 우리는 자발적이든 아니든 간에 권력과 타협하게 되는 것이다.(79~80쪽) 그러나 레비의 관심은 거대한 억압기구의 각 층위에서 어쩔 수 없이 죄에 가담한 한 사람 한 사람을 단죄하는 일이나 용서하는 일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는 그러한 체제 자체의 범죄성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선악의 이분법으로 갈라낼 수 없는 보통 사람들이 억압기구의 범죄에 의해 가담자나 공범자가 되어버리는 메커니즘에 주의를 기울였다. ▶ 나치의 폭력성의 본질 - ‘적’은 죽어야 할 뿐만 아니라 고통 속에 죽어야 한다 레비는 히틀러주의를 규정하는 하나의 특징으로 쓸데없는 폭력을 들고 있다. 살인자는 보통 돈 때문이든, 적을 진압하기 위해서든 살인을 위한 분명한 동기를 갖고 있다. 전쟁 또한 나쁘거나 사악한 목표라 하더라도 어떤 목표를 겨냥한다. 그 자체로 고통을 가하는 것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 그러나 나치 체제하에서 벌어진 일련의 사례들은 포로들에게 쓸데없는 잔인함을 보여준다. 강제이송자들은 식량, 물, 심지어 요강까지 아무 준비 없이 열차에서 태워졌다. 며칠, 몇 주간 이어진 지옥여행으로 미쳐버리는 사람도 있었다. 수용소에 도착한 후에도 매일 저녁 이뤄지는 집계점호(죽은 자도 누워서 나타나야 했다), 일상적인 벌거벗겨짐, 맨손으로 죽 먹기 등 포로들은 자신들이 동물화되는 끔찍한 경험을 하게 된다. 레비는 이와 같은 나치의 잔혹함에 몸서리를 친다. 왜 죽어가는 사람들의 집 대문 역시 치고 들어가야 했단 말인가? 왜 그들을 머나먼 곳에서, 무의미한 여행 끝에 폴란드의 가스실 문턱에서 죽게 만들려고 굳이 끌고 가 기차에 태우는 그 고생을 해야 했단 말인가? 내가 탄 열차에는 (……) 다 죽어가는 아흔 살 노파 두 명이 있었는데, 그중 한 명은 딸들이 곁에서 돌봤지만 헛되이 여행 중에 죽었다. 열차 안의 집단적인 고통 속에 그들의 고통을 보태 넣기보다, 그들을 자신들의 침대에서 그냥 죽게 내버려두거나 차라리 그 자리에서 죽이는 것이 더 간단하고 더 ‘경제적’이지 않았을까? (145쪽) 이와 같은 나치의 폭력성은 주로 유대인들로 구성된 특수부대 존더코만도스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들의 끔찍한 임무는 수용소의 화장터를 관리하는 것이다. 가스실로 보내야 할 사람들 사이에 질서를 부여하고, 가스실에서 시체들을 꺼내 화장터로 운반하고, 재를 꺼내 없애는 일련의 작업을 해야 했다. 곧 “유대인을 화로 속에 넣어야 했던 것도 유대인이었다.” 나치는 이러한 기관을 통해서 희생자들에게 죄의 짐을 떠넘기려고 시도했다. 레비는 특수부대의 존재로부터 하나의 메시지를 읽는다. 지배 민족인 우리는 너희들의 파괴자이지만, 너희들은 우리보다 나은 것이 없다. 우리가 원하기만 한다면 (……) 우리에겐 너희의 육신뿐만 아니라 영혼을 파괴할 능력이 있다. 우리가 우리의 영혼을 파괴한 것처럼. (61쪽) 레비는 히틀러 체제가 위로부터 강요한 선택은 포로들에게 “최대한의 괴로움, 최대한의 정신적·도덕적 고통을 짜내는 것”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적’은 죽어야 할 뿐만 아니라 고통 속에 죽어야 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레비는 트레블링카 전 사령관 프란츠 슈탕글의 인터뷰 속에서 나치의 잔혹행위에 담긴 경악스러운 진실을 마주한다. “그들을 어차피 다 죽일 것이었는데… … 굴욕감을 주고 잔혹행위를 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었나요?” 뒤셀도르프의 감옥에서 종신형에 처해 있던 슈탕글에게 작가가 묻자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실질적으로 임무를 수행해야 했던 사람들을 길들이기 위해서. 그들에게 자신들이 하고 있었던 일을 하는 것이 가능하도록.” (152쪽) 나치가 포로들에게 대하여 잔혹행위를 벌인 기저에는 죽이는 자의 죄책감을 덜려는 목적도 있었다. 죽이는 자가 제대로 일을 할 수 있게끔, 희생자는 죽기 이전에 인간 이하로 비하될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 생환자가 겪는 수치심과 죄책감 - 최고의 사람들은 모두 죽었다 레비에 따르면 포로들에게 해방이 무조건 기쁜 것만은 아니었다. 그들은 자유를 되찾음과 동시에 치욕감과 죄책감에 휩싸였다. “어둠에서 나왔을 때, 사람들은 자기 존재의 일부를 박탈당했다는 의식을 되찾고 괴로워했다.” 그 죄의식의 정체는 무엇이었을까? 생환자들은 모든 것이 끝났을 때, 자신들이 휩쓸려 들어간 체제에 대항해서 아무것도 하지 않았거나 충분히 하지 않았다는 데 인식이 미쳤다. 또한 연대감의 실패라는 측면에서도 그랬다. 생환자들은 그때 도움을 베풀지 않은 데 대해 자신이 유죄라고 느꼈다. 더 약하고 더 서툰 옆자리의 동료는 도움을 청함으로써, 또는 단순히 ‘있다’는 사실만으로 집요하게 괴롭혔다. 보통은 자신들도 매우 도움이 필요한 처지에 있었지만 그 죄책감은 해소되지 않았다. 그러나 레비를 죄의식에 사로잡히게 한 또 다른 수치심이 있다. 레비는 자신이 누군가의 자리를 빼앗고 살아남은 게 아닐까 하는 의심을 떨칠 수가 없다. 다른 사람 대신에 살아남았기 때문에 부끄러운가? 특히, 나보다 더 관대하고, 더 섬세하고, 더 현명하고, 더 쓸모 있고, 더 자격 있는 사람 대신에? (95쪽) 이와 같은 뿌리 깊은 의심, 곧 “다른 사람을 희생하여 내가 살아있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러니까 사실상 죽인 것일 수도 있다”는 의혹은 바로 수용소의 ‘구조된 자’는 최고의 사람들이 아니라, 오히려 최악들의 사람들이었다는 데서 비롯한다. 최고의 사람들은 모두 죽었다. 그들이 못나서가 아니었다. 그들이 가진 용기라는 미덕 때문에 죽은 것이다. 반면 이기주의자들, 회색지대의 협력자와 같은 수용소 체제에 적응한 자들, 최악들의 사람들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그래서 레비는 자신이 구조된 사람들 무리에 어쩌다 섞여 들어간 것처럼 느낀다. 진짜 증인들은 우리 생존자가 아니다. 우리 생존자들은 근소함을 넘어서 이례적인 소수이고, 권력 남용이나 수완이나 행운 덕분에 바닥을 치지 않은 사람들이다. 바닥을 친 사람들, 고르곤을 본 사람들은 증언하러 돌아오지 못했고, 아니면 벙어리로 돌아왔다. 그러나 그들이 바로 “무슬림들”, 가라앉은 자들, 완전한 증인들(……)이다. 그들이 원칙이고 우리는 예외이다.(98~99쪽) 이와 함께 레비는 우리 가운데 의로운 사람들이 느끼는 좀 더 광범위한 수치심을 이야기한다. 많은 이들이 타인들이 저지른 잘못 때문에, 그리고 자신들이 거기에 연루됐다는 생각 때문에 가책과 수치심이라는 고통을 느낀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자신들의 주위와 눈앞, 그리고 내부에서 일어난 일이 돌이킬 수 없는 것이라고 느끼기 때문이다. 레비는 이 고통은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것이라고 덧붙인다. ▶ 사람들은 사실을 모르는 게 아니라 알기를 거부한다 레비는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독일인들이 자신에게 보내온 편지로 장식한다. 레비는 한 독일 출판사가 『이것이 인간인가』의 번역권을 계약했다는 소식을 듣고 흥분한다. 이 책의 진정한 수신자이자 무기처럼 겨냥하고 있던 사람들은 바로 독일인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에게 보내진 40여 통의 편지들 가운데서 몇몇은 “나는 몰랐다”, “어쩔 수 없었다”와 같은 여전한 변명과 기만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책에 해설을 쓴 서경식의 지적처럼 종전이 후 얼마 안 된 시기에는 나치 지도자들을 ‘광기’에 사로잡힌 ‘악마’로 지목하여 설명하려는 경향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고 연구가 심화되어 갈수록 그러한 단순한 논리는 무효화되고, 독일 국민을 비롯하여 다른 유럽 국가의 국민까지 포함한 일반인의 적극적인 동조가 있었기 때문에 ‘홀로코스트’가 실현되었다는 ‘불편한 진실’이 명백하게 드러났다. 레비는 “당시의 거의 모든 독일인들의 진정한 죄는 말할 용기가 없었다”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라거에 대한 진실을 확산시키지 않았다는 것이야말로 독일 민족이 저지른 가장 중대한 집단 범죄의 하나이며 히틀러의 테러로 인해 독일 민족이 다다른 비겁함을 가장 명백하게 증명해주는 것이다. 관습 속으로 들어와버린 비겁함, 너무나 깊어서 남편이 아내에게, 부모가 자식에게도 입을 열지 못하게 만드는 비겁함이다. 이 비겁함이 없었더라면 그토록 극단으로 치닫지는 않았을 것이고 유럽과 세상은 오늘날 달라져 있을 것이다. (14쪽) 이 책의 제목 “가라앉은 자와 구조된 자”는 레비가 단테의 『신곡』 「지옥」 편에서 뽑아왔다. “가라앉은 자”란 수용소의 전멸 체제에 휩쓸려버린 사람들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레비는 그들이야말로 “완전한 증인”이라고 말한다. 살아남은 자들, 곧 구조된 자들은 그들 대신 증언하는 것뿐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자신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레비는 인생의 마지막 대목에서 홀로코스트의 가르침이 역사의 일반적인 잔혹한 사건들 가운데 하나로 그렇게 잊힐 것이라고 점점 확신하게 되었다. 레비의 마지막 유언과 같은 이 책은 그런 점에서 더욱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아우슈비츠란 과연 무엇이었는지, 그 사건은 과연 종결된 것인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그것으로부터 얼마나 안전한지에 대한 물음은 오늘날의 한국 독자들에게도 적지 않은 고민을 안겨줄 것이다.
저자 : 레비, 프리모 , 출판사 : 돌베개 , 입수일자 : 2024.10.28 ]]>
레비, 프리모 2024-10-28
<![CDATA[고요한 읽기 :이승우 산문집]]> 이승우, 2024-10-18 <![CDATA[구름 한 숟가락 ㄱㄴㄷ]]> 상상과 현실을 넘나드는 환상적인 세계! 자음으로 만들 수 있는 여러 가지 이미지를 색다른 시각으로 리듬 있는 글과 함께 즐길 수 있다. -이지원(그림책 기획자), 유문조(그림책 작가) 심사평 중 제3회 비룡소 사각사각 그림책상 대상 수상작 『구름 한 숟가락 ㄱㄴㄷ』이 ㈜비룡소에서 출간되었다. 사각사각 그림책상은 비룡소가 2021년 새롭게 시작한 그림책상으로 사과를 한입 가득 베어 물었을 때 나는 소리 ‘사각사각’에서 느껴지는 신선하고 상큼한 이미지처럼, 신인 작가를 발굴하고 주목하여 유아 그림책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키고자 하는 바람을 담았다. 제3회 사각사각 그림책상에는 총 110편의 작품이 접수되었으며, 그림책 기획자 이지원, 그림책 작가 유문조의 심사로 본심에 오른 총 5편의 작품 중 황숙경의 『구름 한 숟가락 ㄱㄴㄷ』이 대상작으로 최종 선정되었다. 심사 위원들은 ‘그림책의 역사를 찬찬히 보고 연구하고 오랜 작업과 공부의 결론으로 짐작되기도 한다. 어린이들이 좋아할 만한 작품, 어린이들이 가깝게 느낄 수 있는 새로운 ‘ㄱㄴㄷ 그림책’을 수상작으로 선정하게 되어 매우 기쁘다며 ‘꿈속 판타지의 이야기와 한글의 자음, ㄱㄴㄷ 전개가 동시에 이루어지고 있어, 새로운 시각으로 즐길 수 있다.’라고 평했다.
저자 : 황숙경, , 출판사 : 비룡소 , 입수일자 : 2024.10.14 ]]>
황숙경, 2024-10-14
<![CDATA[굿잡:해원 장편소설]]> 붕괴, 살인, 화재, 칼부림…. 이 사회 도처에서 벌어지는 비극적 사건들. 아무리 외면해도 끝내 마음 한 켠이 무너져내리는 순간이 있다. 실업률 최고치, 국가 최악의 부도상황에 처해있었던 1998년대 IMF 시절, 25살 연희는 꿈도, 돈도 없이 빚쟁이들을 피해 뒷골목을 헤매고 있다. 먹고사는 문제 외엔 다른 생각은 할 수조차 없는 상황. 빚쟁이 중 한 명은 돈을 벌 수 있는 좋은 일자리가 있다며 명함 하나를 건넨다. 명함에 적힌 회사의 이름은 ‘미래 클리닝’. 겉보기엔 평범한 청소업체이지만, 사실 그 실상은 범죄 현장의 시체를 처리하고 경찰이 알아챌 수 없도록 범죄 흔적을 지우는 집단이다. 이야기는 주인공 연희가 ‘미래 클리닝’에 취업을 하게 되면서 시작한다. 그곳에서 연희는 폭력과 살인, 마약과 방화 등 사회의 온갖 범죄들이 만들어낸 끔찍한 주검들을 마주한다. 점차 생활은 나아지고 돈이 모여가지만 그럴수록 연희는 범죄세계 깊은 곳으로 빠져 들어간다. 그리고 눈앞에서, 바로 옆에서 펼쳐지는 끔찍한 사건들의 반복을 끝내 외면 할 수 없게 된다. 〈굿잡〉은 이야기 내내 대한민국에 있었던 크고 작은 비극들을 은유한다. 성수대교 붕괴사건, 삼풍 백화점 붕괴 사건, 여성 혐오 범죄들, 크고 작은 화재와 살인 사건…. 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주인공은 이야기 속에서 구체적으로 형상화된 사회의 비극들을 마주하게 되고 결국 자신의 삶을 다 바쳐서 그 비극들과 맞서 싸운다. 타인과 세계의 비극이 마침내 자신의 비극으로 받아들여지는 순간이 올 때 주인공은 온 힘을 다해 달려간다. 우리는 종종 세상에 벌어지는 비극과 우리 자신을 분리시킨다. 그저 먼 나라의 이야기, 사회면 어딘가에 기록되어 전달되는 이야기들은 우리의 일상을 쉽게 변화시키지 못한다. 끔찍한 비극의 얼굴들을 외면해야만 살아갈 수 있는 삶의 부분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무리 외면해도 어느 순간 마음 한 켠이 무너져 내릴 때가 있다. 도대체 이 세상에선 왜 이렇게 이해할 수 없는 참사들이 발생하는걸까. 왜 이렇게 사람들은 죽어나가는걸까. 피해자들의 목소리는 왜 이렇게 잘 들리지 않는걸까. 작가 해원은 소설 〈굿잡〉을 통해 이 사회에 벌어진 비극들을 정면으로 마주한다. 극악의 상황, 벼랑 끝에 몰린 여성들. 그녀들이 오로지 자신의 힘으로 상황을 타개해나가는 모습은 강렬하고 묵직하다. 강렬한 여성 서사로 장르계 주목을 받았던 해원 작가가 두 번째 소설을 출간했다. 북한 특수부대 출신의 주인공이 남미 마약 카르텔의 한복판에서 사건을 겪는 해원 작가의 전작 〈슬픈 열대〉는 현재의 대한민국을 배경으로 하지 않는 이야기다. 그런 소재, 그런 배경에서 여성 주인공은 장단점이 있겠지만 독특한 개성을 나타내는 데 있어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번 두 번 째 소설 〈굿잡〉 은 현재의 대한민국을 배경으로 살인 사건 현장을 청소하는 독특한 직업 설정으로 장르적 성격이 매우 강렬한 기획임에도 작가 해원은 다시 한번 여성 주인공의 서사를 그려낸다. 남성 주인공을 선택하는 것이 훨씬 편안할 수 있는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작가 해원의 여성 주인공들은 자신의 잘못이 아닌 구조적인 문제로, 사회 환경적 이유로 매우 곤란한 상황에 빠져 있다. 주인공다운 격렬한 딜레마 속에서 그녀들은 매 순간 최선의 선택을 하기 위해 몸부림친다. 그녀들을 도와주는 왕자님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녀들은 자신을 그런 상황에 몰아넣은 외부적 상황을 비난하거나 책임을 돌리지 않고 정면돌파를 선택한다. 더 나아가 자신보다 약한 존재들을 향해 손을 내미는 희생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 담담한 처절함이 만들어내는 작품의 무게는 어떤 남성 서사보다 강렬하고 묵직하다. 작품은 작가 해원이 자신의 소설 속 여성 주인공을 향해 살아가라고, 틀리지 않았다고 목소리 높여 외치는 지지선언처럼 힘있게 펼쳐진다. 독특한 설정, 정밀한 묘사, 우리가 살아가는 도시를 낯설게 바라보게 하는 허구적 이야기지만 매일 이 도시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을 위로하는 작가의 마음이 오롯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저자 : 해원, , 출판사 : Cabinet , 입수일자 : 2024.10.14 ]]>
해원, 2024-10-14
<![CDATA[귀여움 수집가]]> 신지영 2024-11-05 <![CDATA[그래도 단독주택 :아파트에서의 삶을 정리하고 단독주택에 살아 보니]]> 김동률, 2024-10-14 <![CDATA[그리다가, 뭉클:매일이 특별해지는 순간의 기록]]> 이기주 2024-10-18 <![CDATA[그린 레터 =Green letter :잎맥의 사랑 연대기 :황모과 장편소설]]> ★2024 서울국제도서전 여름, 첫 책 선정작★ ★한국과학문학상 대상 · SF어워드 수상 작가 신작★ “씨앗처럼, 뿌리처럼, 이야기는 밖으로 터져 나갈 것이다.” 그들을 우리로, 과거를 현재로 호명하는 이야기 조금 느릴지라도 확실하게 도달하는 황모과의 세계 흔히 시간이 지나면 아픔도 무뎌진다고들 하지만, 이 말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아픔의 감각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무뎌질지언정 그 상처는 사라지지는 않는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우리에게 아직까지 현재진행형인 아픔이기 때문에, 황모과만의 섬세한 접근은 더욱 빛을 발한다. 꾸준히 SF를 써온 황모과는 특히 현실에 굳게 뿌리내린 SF를 선보이고 있다. 먼 장소, 먼 미래의 이야기를 통해 현실을 은유하는 게 아닌 지금 현재, 혹은 근미래의 이야기를 통해 지금 우리를 드러내는 것이다. 가상의 국가와 가상의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그린 레터』가 우리의 이야기로 읽히는 것 또한 같은 맥락이다. 실제로 『그린 레터』의 많은 부분은 실재에서 착안했다. 잎을 편지로 선물하는 것은 중국 징포족의 문화를 모티브로 하여 변형했고, ‘그린 레터’라는 제목은 미국 비자 신청 시 서류 미비 등의 이유로 발급 거절을 통지하는 용지를 ‘그린 레터’라고 부르는 것에서 가져와 중의적인 의미로 사용했다. 소설에 등장하는 여러가지 에피소드들에서 역사적인 사건을 어렵지 않게 떠올릴 수 있는 것 또한 결코 우연이 아닐 것이다. 그래서 『그린 레터』는 작가가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결국 세계의 사건을 지금 우리의 이야기로 불러들이는 방법이며 지나간 역사를 현재로 호명하는 작업이다. 그의 소설은 언제나 지금 이곳에서 출발하여 뻗어나간다. 그리고 조금 느릴지라도 확실하고 정확하게 되짚어온다. 이것이 황모과의 세계가 우리에게 도달하는 방식이다. “사랑하는 이여, 부디 건강하길, 어디서든 안전하고 평안하길.” 잎맥에 새겨진 가슴 아픈 사랑의 역사 머물지 못하고 떠나야만 했던 사람들의 이야기 이륀은 증조할아버지가 공들여 키웠다는 비티스디아 잎을 해석하느라 분주하다. 키우는 사람의 메시지를 잎맥에 새기는 식물인 비티스디아는 전 세계를 통틀어 1속 1종인 희귀종이며 현재는 그마저도 찾아보기 힘들다. 얼음산국에 자생하던 마지막 개체들은 몇 년 전 덮친 열파 쓰나미로 완전히 멸종했고, 잎사귀에 마음을 새겨 건넸다는 ‘쿠진족’의 풍습마저도 미신으로 치부되며 세상에서 사라졌다. 이륀의 손에 남겨진 잎새는 증조할아버지 ‘푸룬’이 키운 나무에서 씨앗을 얻어 틔운 것으로, 세상에 남은 마지막 비티스디아다. ‘식물이 말을 한다고? 말이 돼?’ ‘잎사귀로 점을 치는 쿠진의 이야기를 믿는 거냐?’ ‘너 혹시 쿠진이야?’ 등 온갖 편견에 사로잡힌 말들에도 이륀이 해석에 몰두할 수 있었던 것은 증조할아버지의 고향, 밑동 마을의 한 노인에게서 전해 들은 이야기 때문이다. 그러나 잎새를 해독할 수 있는 방법은 쿠진족 사이에 이어져 오던 ‘해독키’를 찾는 방법뿐이다. 날이 갈수록 엉뚱한 단어들의 조합만 찾아내던 이륀에게 어느 날 수상한 메일 한 통이 도착한다. 자신이 해독키를 가지고 있고, 기꺼이 건네주겠다는 낯선 이의 메일. 이미 멸종해 버린 비티스디아가 적도 근처에 숲을 이루고 있다는 그의 말을 이륀은 쉽게 믿을 수 없지만, 그는 정말로 해독키를 보내 온다. 이륀은 자신을 ‘발루’라고 소개한 그를 직접 만나러 가기로 한다. “부디 나의 이야기를 남겨 주렴.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 버텨온 삶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알지 못했거나 잊혀진 이들의 외로운 싸움과 잃어버린 시간을 되살려 선사하는 위안과 위로 황모과의 소설에는 ‘역사’가 주요 맥락으로 등장한다. 이제는 되돌릴 수 없는 지난 시간. 다시는 바꿀 수 없는 과거. 황모과는 그 시간을 소설 속에서 되살려, 과거를 잊은 독자들에게 한 번의 기회를 더 주며 묻는다. 당신이라면 이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했을 거냐고, 이 시간을 건너 어떤 삶을 살 거냐고. 그렇기에 황모과의 소설을 읽는 경험은 공통의 기억을 얻는 일인 동시에, 개인의 기억을 갖는 일이다. 타의에 의해 말과 나라를 잃고 먼 나라를 떠돌아야 했던 푸룬과 로밀야의 이야기가 단순히 연인 간의 만남과 헤어짐이 아니라 한 민족의 역사로 읽히는 건 바로 이런 이유에서일 것이다. 역사의 흐름 속에서 개인이 겪은 아픔은 개인의 것만이 아니게 되기 때문에. 이 소설에서는 언어와 문화를 가졌지만 국가가 없는 민족 ‘쿠진족’이 등장한다. 우리에게 묘하게도 익숙한 이 민족은 주변국에 사람과 자원을 수탈당하며 이름과 언어마저도 잃는다. 세 곳으로 분단된 나라, 자신의 고향임에도 그곳의 이방인으로 사는 이들의 삶은 나라와 말을 잃었던,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분단되어 있는 우리의 모습과 닮아 있다. 고향에서 살지 못하고 낯선 곳으로 쫓겨난 사람들, 존재한다는 이유만으로 멸시를 받던 이들이 ‘비티스디아’의 잎사귀로 고유의 언어를 찾아가는 과정은 ‘만약에’라는 가정으로 울분을 달랠 수밖에 없었던 독자들에게 위안과 위로를 선사할 것이다.
저자 : 황모과 , 출판사 : 다산책방 , 입수일자 : 2024.10.14 ]]>
황모과 2024-10-14
<![CDATA[기암관의 살인]]> 다카노 유시 2024-10-14 <![CDATA[난 거기 가 본 적 없어]]> 페어, 다니엘 2024-11-05 <![CDATA[낭만 수의사, 희망을 처방합니다]]> 린리신 2024-10-28 <![CDATA[눈, 뇌, 문학: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문학적 성찰]]> 석영중 2024-10-28 <![CDATA[눈아이:안녕달 그림책]]> ★ 『눈아이』 사전 서평단 300인의 찬사 ★ “보는 내내 마음이 뜨거워졌다.“ _hey***** “아이에게 전하고 싶은 동심의 세계.“ _seo******** “아이와 어른 모두가 좋아할 수밖에 없는 책.“ _sop*************** “이 책을 보며 내 속의 아이를 만났다.“ _tob************* “자꾸만 눈 위를 서성대던 어린 시절로 나를 데려간다.“ _ang********** “마음을 훈훈하게 덥히는 이야기.“ _mih****** “순수한 마음을 이토록 잘 그리는 작가가 또 있을까. 역시 안녕달이다.“ _pai********* -------------------- 모두가 기다려 온 작가 안녕달이 건네는 다정한 겨울 인사 『눈아이』는 그간 특별한 공간에 어린 보편적인 정서를 그리며 평단은 물론 아이와 어른 독자 모두에게 뜨거운 기대와 호응을 얻은 안녕달 작가의 새 그림책이다. 수박과 소라 속, 외계 행성과 유치원을 판타지 세계로 만들어 온 작가가 이번에는 눈이 소복하게 내리는 계절을 배경으로 뭉클한 우정 이야기를 선보인다.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자연스럽게 허무는 상상력이 돋보이는 이번 작품은 어느 겨울날 한 아이가 들판에 홀로 있던 눈덩이를 찾아오면서 시작된다. 아이는 미처 눈사람이 되지 못한 모양으로 남아 있던 눈덩이를 들여다보다가 눈덩이에게 팔다리와 눈, 입, 귀를 만들어 준다. 눈덩이는 아이로부터 다정한 관심과 인사를 받고 환호로 응답한다. 아이가 눈덩이를 ‘눈아이’라고 부르면서 눈덩이는 안녕달 작가의 새 캐릭터인 ‘눈아이’로 거듭난다. 작가는 만화 형식의 구성을 활용한 섬세한 인물 묘사, 과감한 구도로 탁 트인 시야를 펼치는 풍경 묘사를 오가며 한겨울에 두 아이가 쌓는 우정 이야기를 촘촘하고 풍성하게 풀어낸다. 외로운 순간에 펼쳐 보고 싶은 서정적인 겨울 풍경 『눈아이』를 펼치면 화면 가득히 함박눈 내린 겨울 풍경이 나타난다. 작가는 가지에 쌓인 눈이 녹아 떨어지고 언 땅에서 새싹이 돋아나기까지의 한 계절을 연필과 색연필의 고운 필치로 포근하게 그렸다. 이야기를 숨죽여 읽게 할 만큼 아름답게 표현된 눈밭에서 눈빵을 만들고 책가방 썰매를 타는 등의 놀이를 하며 두 아이가 한겨울을 만끽하는 모습이 보는 내내 기분 좋은 웃음을 자아낸다. 작품에 소소하게 등장하는 작은 소품과 동물들의 배치도 흥미롭다. 아이와 눈아이가 나누어 낀 붉은 털장갑은 작품 곳곳에 등장하여 두 아이를 이어 주는 중요한 역할을 맡는다. 산토끼, 산새, 사슴과 같이 순한 숲속 동물들이 주인공인 두 아이의 시선뿐 아니라 독자의 주의를 환기하며 작가 안녕달이 펼치는 상상 세계의 가이드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눈아이』가 선보이는 서정적인 겨울 풍경이 아이들에게는 다가올 새 계절을 향한 기대와 설렘을, 어른들에게는 추운 계절에 그리워지는 따스한 추억을 선물할 것이다. 아이의 마음을 키우는 눈부신 우정 『눈아이』는 서툴지만 애틋한 마음을 건네는 어린이의 우정을 보여 준다. 처음 만난 두 아이는 친해지고 싶은 마음을 서로에게 동화되는 모습으로 표현한다. 아이는 털장갑을 벗고 맨손으로 찬 눈을 만지며 놀다가 눈아이 모르게 꽁꽁 언 손을 녹인다. 눈아이는 아이가 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나도! 나도!” 하며 따라 하려 한다. 그런 두 아이는 서로가 얼마나 다른지를 깨달은 순간에도 둘 나름대로 가까워질 방법을 찾는다. 우정이 깊어질수록 아이의 마음이 훌쩍 자라고 온기를 모르던 눈아이의 미소가 따뜻해진다. 눈덩이를 들판에 홀로 외롭게 두지 않으려는 마음에서 시작된 이 근사한 이야기는 마음속에 긴 여운을 남기며 세상 모든 우정의 순간들을 소중하게 비춘다. 가장 사랑스러운 기억, 빛나는 유년의 한때를 뭉클하게 그린 그림책 세대를 관통해 모든 사람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추억이 있다. 바로 눈 내리는 날에 눈덩이를 거듭 굴려 눈사람을 만들던 기억이다. 안녕달 작가는 눈이 오면 눈사람을 만드는 게 당연했던 유년의 한때에 사랑스러운 상상을 더해 어린이와 어른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탄생시켰다. 햇볕에 녹아 가는 눈사람과의 이별을 아쉬워하는 어린이들에게 눈아이와의 숨바꼭질을 권하는 작가의 속 깊은 제안을 과연 누가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눈아이의 눈부신 미소로 마무리되는 『눈아이』의 결말은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유년의 안부를 묻는 동시에 멋진 우정을 쌓아 가기를 바라는 응원을 전한다.
저자 : 안녕달 , 출판사 : 창비 , 입수일자 : 2024.10.28 ]]>
안녕달 2024-10-28
<![CDATA[다섯 번째 계절]]> 60여 년 역사의 휴고 상 최초, 3년 연속 최우수 장편상 수상 인류의 뿌리 깊은 차별의 역사를 은유한 혁명적인 판타지 3부작 세계 최고 권위의 SF 문학상인 휴고 상을 3년 연속으로 수상한 「부서진 대지」 3부작의 첫 번째 작품 『다섯 번째 계절』이 출간되었다. 2016년,『다섯 번째 계절』로 아프리카계 미국인 작가로서는 처음으로 휴고 상 최우수 장편상을 수상한 N. K. 제미신은 다음 두 해까지 연이어 수상에 성공하는데, 이는 1953년 휴고 상이 시작된 이래 최초의 기록으로, 오랫동안 백인 남성 작가가 주류를 이루던 이 장르에 부는 변화를 보여 주는 사건이다. 지질학적 개념을 차용한 독특한 세계관과 설정을 바탕으로 한 「부서진 대지」는 강력한 능력을 지녔지만 사회적으로 핍박당하는 종족인 ‘오로진’의 여성이 펼치는 모험과 투쟁 속에 인종 차별과 문화적 충돌이란 주제를 정교하게 담아 내며 독자와 평단의 열렬한 반응을 얻었다. 현재 전 세계 20여 개국에 판권이 판매되었으며, 미국 TNT 채널에서 드라마화도 준비 중이다. 후속작인 『오벨리스크 관문(가제)』과 『돌빛 하늘(가제)』은 2019년 하반기와 2020년 상반기에 순차적으로 출간될 예정이다. 재앙의 계절이 닥친 대륙, 대지를 움직일 힘을 지닌 세 여자의 삶이 교차하는 순간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진다! 겨울, 봄, 여름, 가을. 다섯 번째 계절은 죽음이자 모든 계절의 군주다._본문 중에서 「부서진 대지」의 무대는 대지모신과 정반대되는 ‘아버지 대지’란 개념이 지배하는 혹독한 세계, 그 안에서도 ‘고요’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거대한 초대륙이다. 이곳에는 최소 반년, 길게는 수 세대가 지나도록 지진 활동이나 다른 대규모 환경 변화가 지속적으로 일어나는 재해의 시기인 ‘다섯 번째 계절’이 있다. 인류 중에는 ‘오로진’이라는 소수의 부류가 존재하는데, 이들은 지진 활동과 관련된 에너지를 조종하는 특수 능력인 조산력(造山力, Orogeny)을 지닌 채 태어난다. 그러나 대다수의 인간들은 거대한 능력이 있으나 때로 이 힘을 통제하지 못하는 오로진을 ‘로가’라는 멸칭으로 부르며 적대시하고 두려워하며, 심지어는 오로진으로 발각되는 어린아이를 살해하기도 한다. 그런 한편 대륙 중심지에는 어린 오로진을 모아 가혹한 훈련을 시키며 순종적으로 길들인 후 철저하게 관리하며 착취하는 기관 펄크럼이 있다. 『다섯 번째 계절』은 능력을 숨기고 작은 마을에서 평범하게 살아가다가 자식을 잃고 만 에쑨, 부모에게서 버림받고 낯선 이의 손에 이끌려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게 된 다마야, 펄크럼의 의무에 속박된 채 임무를 수행하러 나선 시에나이트, 이 세 오로진 여성의 시점을 넘나들며 진행된다. 가혹한 운명에 따라 모험을 떠나게 되는 세 인물의 관계가 차츰 밝혀질수록, 억겁의 세월 동안 오로진이 차별과 멸시를 당하게 된 근원과 대륙에 닥친 계절의 비밀 역시 실체를 드러낸다. SF?판타지의 새로운 황금기를 여는 작가, N. K. 제미신 모든 여성들이 읽어야 할 SF 작가―웹진《버슬》 중세 유럽풍의 세계를 배경으로 하는 대다수의 기존 영미권 판타지들과 비교할 때, 제미신은 확연히 색이 다른 배경과 인물을 탁월한 솜씨로 구축했다. 다양한 신화를 탐독하면서 키워진 상상력도 한몫했지만, 작품과 현실이 괴리되어 있지 않다고 믿으며 누구보다 자신의 정체성을 잘 파악하고 있다는 점이 주요한 원동력일 것이다. 『다섯 번째 계절』이 출간되었을 무렵에 《가디언》과 한 인터뷰에서 그녀는 다음과 같이 언급했다. “흑인 여성으로서, 나는 현상 유지에 딱히 관심이 없다. 내가 왜 그러겠는가? 지금의 현실은 해롭다. 상당히 인종차별적이고 성차별적인 데다, 그 외에도 바뀌어야 한다고 내가 생각하는 것들이 한가득이다.” 데뷔한 지 10년도 되지 않아서 ‘휴고 상 최우수 장편상을 수상한 최초의 흑인 작가’이자, ‘3년 연속으로 수상한 최초의 작가’란 타이틀을 거머쥔 제미신이지만, 그 과정이 녹록하지는 않았다. 2000년대 중반에 쓴 첫 장편 원고인 『킬링 문』은 고대 이집트를 연상시키는 배경 하에 유색인 캐릭터가 중심이 되어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는 작품으로, 에이전시의 눈에 띈 이후에 뉴욕의 여러 출판사에 보내졌지만 상업적인 이유로 전부 거절당했다. 본질적으로는 주류의 정체성과 동떨어진 작가와 작품이기 때문이라고 느낀 제미신은 한때 트렌드에 따른 작품을 써 볼까 흔들리기도 하였지만 뚝심 있게 자신의 스타일을 고수하며 집필을 계속해 나갔고, 결국 프로 작가로서 성공을 거두었다. 점차 다양성을 추구해 가는 장르소설계의 흐름에 반발하는 ‘새드 퍼피’ 운동이 문제시되어 휴고 상이 홍역을 치른 이듬해 수상한 제미신의 성과를 실력 덕이 아니라 흑인 여성이어서라고 폄하하는 목소리가 없지는 않았다. 그러나 장편뿐 아니라 단편, 중편, 시리즈 등 대부분의 분야를 여성 작가들이 휩쓴 2018년 휴고 상 시상식에서 제미신은 자신이 상을 받는 이유는 이전의 모든 장편상 수상자와 마찬가지로 노력 때문이라고 소감을 밝히며 반대자들에게 통렬한 한 방을 날렸다. 앞으로 제미신이 보일 활동과 그녀의 업적으로 달라질 SF?판타지 계의 변화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저자 : Jemisin, N. K., , 출판사 : 황금가지 , 입수일자 : 2024.10.14 ]]>
Jemisin, N. K., 2024-10-14
<![CDATA[단단한 사랑이 있는 한, 넘어지지 않는다 :끝까지 견뎌 기적을 만든 너에게 전하는 세상의 목소리]]> 륀후이, 2024-10-28 <![CDATA[대온실 수리 보고서 :김금희 장편소설]]> 김금희, 2024-10-28 <![CDATA[데루코와 루이:인생 2회차, 두 여자의 통쾌한 질주]]> 윤은혜 2024-10-28 <![CDATA[말투만 바꿨을 뿐인데 :찰나의 말투 하나로 당신의 인생이 놀랍게 달라진다!]]> 김민성 2024-10-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