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SS 서비스 http://lib.jnue.kr/JNUE 전주교육대학교 도서관 : 최신소장자료 ko 2024-11-20T00:01:01+09:00 Copyright (c) 전주교육대학교 도서관 All right reserved <![CDATA[3부작 :욘 포세 연작소설]]> “나는 완전히 내 고유의 방식으로 쓴다” “그의 작품은 소설인가 시인가, 글인가 음악인가” 욘 포세의 작품은 그것을 처음 보는 사람들을 당혹스럽게 만든다. 마침표와 구두점 없이 쉼표로만 이어진 텍스트는 작품을 하나의 문장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덩어리로 보이게 하고, 반복되어 사용되는 어휘와 구절은 소설을 자유시나 음악처럼 읽히게 만든다. 이는 다른 작가들에게서는 찾아볼 수 없는 그만의 독특한 글쓰기 방식에서 비롯된다. 욘 포세는 일찍이 음악을 접했고, 바이올린과 기타를 병적으로 연주했으며 록밴드 활동을 하기도 했다. 그리고 16세 이후 음악을 그만두고 글쓰기를 시작하면서 음악의 형식을 글쓰기에 적용했다. 이것이 고유한 구조와 수많은 반복을 지닌 독특한 글을 만들었다. 포세는 어휘, 문장 구조, 수사에서 무척이나 간결한 문장을 쓰는데, 동일하거나 유사한 어구를 반복하고 그 리듬을 살리는 수사법을 적극적으로 사용한다. 불필요한 것이 제거되고 압축된 간결한 문장은 언급되는 것보다 언급되지 않은 것들을 우회적으로 강조하고, 이는 반복을 통해 그 의미가 강화되며 독특한 리듬을 만들어 낸다. 포세는 최소한의 인물과 최소한의 대사로 꾸며지지 않은 현실의 상황을 구현하며, 특별하지 않은 사람들의 자동적으로 행해지는 하루의 일과에서 인간 존재의 본질과 근원적인 고독을 포착해 소리, 리듬, 흐름을 가진 자신만의 문학적 언어로 표현한다. “현대 노르웨이 소설의 정점.” 욘 포세가 7년에 걸쳐 한 권으로 완성한 세 편의 역작 『3부작Trilogien』(2014)은 욘 포세가 가장 최근에 발표한 소설 작품으로 「잠 못 드는 사람들Andvake」(2007)과 「올라브의 꿈Olavs draumar」(2012) 그리고 「해질 무렵Kveldsvævd」(2014) 세 편의 중편 연작을 한 권의 책으로 묶은 것이다. 이 작품은 2015년 북유럽 문학 최고의 영예인 북유럽 이사회 문학상을 수상했다. 북유럽 이사회는 선정 사유에 관해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 “올해의 수상자인 포세는 그가 새롭게 창조해 낸 형식과 시공간을 넘나드는 내용들이 어떻게 조화를 이룰 수 있는지 보여 준 더없이 좋은 본보기이다. 시적인 특질을 명료하게 담아 내고 역사에 대한 의식적이고 유희적인 자세를 더한 산문으로 전시대에 걸쳐 있으면서도 영원한 사랑의 역사가 이야기된다. 작가는 자신만의 매우 독특한 문학 형태를 일궈내는 약간 다른 능력을 지니고 있다. 세상과 역사에 맞서 서로 사랑하는 두 사람에 관한 이야기를 통하여 성경의 기조와 기독교적인 계시가 담긴 운문이 긴장감을 만드는 요소와 시적 이미지와 결합되고 있다.” 『3부작』은 세상에 머물 자리가 없는 연인과 그들 사이에 태어난 한 아기의 이야기이다. 욘 포세는 가난하고 비루한 그들의 삶과 죽음을 통해 소박하고 거룩한 사랑, 쓸쓸한 희망과 좌절, 사라지는 것들과 영원히 이어질 것들을 그의 특유의 문장에 담았다. 아름답지만 비극적이고, 신비하지만 섬뜩하다. 한 편의 긴 시처럼, 음악처럼 이어지는 이 작품 속에서 우리들은 운명과 예술, 죄악과 양심, 가족과 탄생, 소멸 등 인간과 삶을 이루는 굵직한 질문들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각계의 찬사 - 욘 포세는 천재다. _로버트 윌슨(미국 극작가, 연극 연출가) - 욘 포세는 현대 세계 문학에서 현대적 고전의 지위를 얻었다. _하인리히 디터링(독일 어문학자, 번역가 및 시인) - 그는 알려지지 않은 것들의 시인이다. 그것이 우리가 그의 어마어마한 성공을 설명할 길일 것이다. 그는 우리에게 결핍된 무언가를 제공한다. _2010년 국제 입센상 표창장 발췌 - 욘 포세는 입센 그리고 베케트와 비교되어 왔고, 그의 작품은 입센에서 그 감정적 본질만 남겨 놓은 형태로 보기 쉽다. 그러나 그의 작품은 그 이상이다. _뉴욕타임스 - 포세의 희곡들은 유럽에서 쓰이는 것들 가운데 가장 흥미로운 작품 중 하나다. _다겐스 뉘헤테르(스웨덴 일간신문) - ‘포세’는 의심할 여지 없이 세계에서 가장 중요하고 다재다능한 문학의 목소리들 중 하나다. _아이리시 이그제미너(아일랜드 신문) - 500년 뒤에도 여전히 읽힐 수상작.(3부작) _폴리티큰(덴마크 일간신문)
저자 : 홍재웅 , 출판사 : 새움 , 입수일자 : 2024.11.19 ]]>
홍재웅 2024-11-19
<![CDATA[8월은 악마의 달]]> O'Brien, Edna 2024-11-05 <![CDATA[가라앉은 자와 구조된 자:아우슈비츠 생존 작가 프리모 레비가 인생 최후에 남긴 유서]]> 수용소의 피해자가 40년이 흘러 관찰자의 입장에서 나치즘과 인간의 위기를 치밀하게 분석한 문제작 프리모 레비는 1987년에 토리노의 자택에서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가라앉은 자와 구조된 자』는 사실상 유서에 해당하는데, 거기에는 40여 년에 걸친 그의 사상적 고투가 알알이 맺혀 있다. 본서에는 강제수용소 체험에 대한 매우 투철한 고찰, 인간 존재에 대한 한 점의 타협도 없는 인식이 관통하고 있으며, 그렇기에 끝 모를 깊은 절망감이 배어 있다. 이 책은 프리모 레비 문학의 도달점에 머무르는 게 아니라 우리가 끊임없이 되돌아가야 할 사상적 좌표축이라고 할 수 있다. 나치즘이나 유대인 학살에 관한 서적은 셀 수 없을 만큼 많지만, 개중에 굳이 딱 한 권만 꼽으라고 한다면 나는 주저 없이 이 책을 권할 것이다. - 서경식(도쿄케이자이 대학교 교양학부 교수) 인생의 마지막 대목에서, 레비는 홀로코스트의 가르침이 역사의 일반적인 잔혹한 사건들 가운데 하나로 그렇게 잊힐 것이라고 점점 확신하게 되었다. 이 책은 40년이 지난 시점에서 쓴 나치의 절멸 체제에 관한 어두운 명상이다. - 『뉴욕타임스』 북 리뷰 ▶ 아우슈비츠를 통해 인간 존재의 위기를 들여다본 20세기 증언문학의 걸작 아우슈비츠 생존 작가 프리모 레비의 생애 마지막 작품 『가라앉은 자와 구조된 자』(1986)가 국내에 첫 번역·소개된다. 프리모 레비는 증언문학의 고전 반열에 오른 『이것이 인간인가』로 국내에도 널리 알려진 작가이다. 『가라앉은 자와 구조된 자』는 레비가 수용소에서 풀려난 지 40년, 『이것이 인간인가』를 집필한 지 38년 만에 쓴 책으로, 아우슈비츠 경험을 바탕으로 나치의 폭력성과 수용소 현상을 분석한 탁월한 에세이다. 특히 레비가 자살로 생을 마감하기 한 해 전에 쓰고, 생환자로서 그의 삶의 핵심 주제였던 아우슈비츠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그에게는 유서遺書와도 같은 작품이다. 레비는 이 책에서 강제수용소 안에서 벌어졌던 현상들을 통해 가해자와 피해자, 가라앉은 자(죽은 자)와 구조된 자(살아남은 자)를 가로지는 기억과 고통, 권력 관계의 문제를 날카롭게 파헤친다. 1933년부터 1945년까지 독일에서는 계통적이고 조직적으로 유대인, 집시, 장애인, 성적 소수자, 정치적 반대파 등을 박해하여 대학살로 몰아넣었다. 이 사건은 규모로 보나 성격으로 보나 인류사에 유례없는 사건이었다. 이 책은 상상을 뛰어넘는 폭력의 피해자이자 ‘인간성 파괴’의 희생자인 당사자가 그날의 사건을 냉철하게 분석하고 있다는 점에서 유대인 학살을 증언하는 책들 가운데서도 기념비적인 작품이다. 보통은 증언자와 분석자(연구자)는 불가피하게 분리되어 비록 의도하지 않았다고 해도 그 둘 사이에는 왜곡이나 거리감이 생기기 마련이다. 그러나 레비는 철저한 자기성찰과 비판정신을 통해 그와 같은 왜곡의 여지를 남기지 않는다. 작가는 자신을 포함한 생존자에게도 가차 없이 비판의 칼날을 들이댄다. 생환자의 기억 속에서 무의식적으로 이뤄지는 왜곡 문제, 해방의 순간 그들이 경험했던 수치심과 죄책감의 근원을 깊숙이 파고든다. 레비는 아우슈비츠 경험에서 나치에 한정할 수 없는 인간 존재의 위기를 보았다. 레비가 그려 보이는 수용소 세계는 인간 세계의 축소판이다. 그 안의 포로들 한 줌의 권력을 위해, 또 자신보다 더 낮은 계층을 만들려고 치열한 싸움을 벌인다. 레비는 폭력의 체제에 노출된 인간이 어떻게 그 체제와 닮아가는지 수용소라는 실험실을 통해 생생하게 보여준다. 이 책은 서문, ‘1장 상처의 기억, 2장 회색지대, 3장 수치, 4장 소통하기, 5장 쓸데없는 폭력, 6장 아우슈비츠의 지식인, 7장 고정관념들, 8장 독일인들의 편지’의 8장과 결론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각의 주제들은 비단 아우슈비츠 문제에 머물지 않고, 인간 존재를 둘러싼 굉장히 논쟁적인 질문을 품고 있다. 폭력(이토록 끔찍한 폭력이, 왜?), 책임(그 책임은 누구에게, 어디까지?), 기억(이 사건은 어떻게 기억에 남을 것인가?), 증언(이 사건은 증언 가능한가, 그 증언은 전해질 수 있는가?), 윤리(극한의 피폐와 갈증 속에서 우연히 손에 넣은 물 한 모금을 동료와 나누지 않은 것을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가?) 등등, 실로 아우슈비츠는 우리에게 여러 가지 위기적 물음을 던져준다. ▶ 억압이 만들어내는 회색지대 - 인간은 어떻게 권력에 현혹되는가? 출간 당시 가장 논란을 일으킨 부분이 2장 「회색지대」이다. 여기에는 수용소의 포로들이 자신보다 약한 희생자에게 권력을 행사하는 것에 대한 분석이 담겨있다. 레비는 흔히 영웅의 귀환으로 표현되는 생환자들에 대한 수사修辭에 저항하면서, 그 이면에 감추어진 그들의 수동적이고 폭력적인 세계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신입 포로들은 불행을 같이하는 동료들의 연대감을 기대하며 입소했지만, 최초의 폭력은 특권을 지닌 동료 포로로부터 온 것이었다. 이들은 “최종 해결책”(가스실)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또는 죽 한 그릇을 더 먹기 위해 당국에 협력함으로써 크고 작은 특권을 손에 쥔 자들이었다. 특권층 포로는 수용소 전체 인구 중에서 소수였지만 생존자들 가운데서는 압도적 다수를 차지했다. 레비는 우치 게토의 위원장 하임 룸코프스키의 이야기를 통해, 억압의 체제 속에서 한 인간이 어떻게 그 체제와 닮아가는지 생생하게 묘사한다. 실패한 기업가이자 유대인 자선단체들의 책임자로 알려진 룸코프스키는 사악한 나치식의 조롱에 의해 게토 위원장에 오른다. 그는 절대 왕정의 군주를 흉내 내기 시작한다. 화폐를 만들고, 자신의 친위대를 세우는 한편, 뛰어난 예술가들과 장인들을 시켜 자신의 초상을 넣은 우표를 인쇄한다. 또 학생들에게는 자신을 칭송하는 작문 과제를 내주기도 했다. 그 와중에 그는 점점 자신이 메시아이자 자기 민족의 구원자라고 확신하게 된다. 그러나 1944년 9월, 러시아 전선이 가까워오자 나치는 우치 게토를 해산하기 시작했다. 수만 명의 포로들이 아우슈비츠로 강제 이송되었다. “겁쟁이든 영웅이든, 겸손하든 오만하든 독일의 수중에 있던 유대인들의 운명은 오직 하나였다.” 유대인의 왕 룸코프스키의 운명도 이들과 다를 바가 없었다. 룸코프스키는 권력과 위신에 쉽게 현혹되는 우리 인간의 나약함을 표상한다. 레비가 보기에 이것은 역사 속에서 되풀이되는 광경이다. 레비는 제2차 세계대전 막바지에 히틀러의 궁정에서, 살로 공화국의 장관들 사이에서 벌어진 피비린내 나는 암투를 떠올린다. 그들 역시 회색 인간들로, 처음에는 맹목적이었다가 나중에는 범죄자가 되었고, 죽어가는 사악한 한 줌의 권력을 나눠가지려고 맹렬히 싸웠다. 레비는 룸코프스키의 이야기가 곧 우리들의 이야기임을 강조한다. 한 체제를 위해 일하고 그 체제의 죄에는 자진해서 눈감아버리는 하위 권력층들의 이야기이다. 서명에는 돈이 드는 것도 아니니까 모든 것에 죄다 서명을 하는 중간간부들의 이야기이다. 고개를 가로젓지만 묵인하는 사람의 이야기이며, “내가 하지 않으면 나보다 더 못한 다른 사람이 할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의 이야기이다. (……) 우리 모두 게토 안에 있다는 것을 (……) 그 밖에는 죽음의 주인들이 있으며 그리 멀지 않은 곳에 기차가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잊어버린다. 그렇게 우리는 자발적이든 아니든 간에 권력과 타협하게 되는 것이다.(79~80쪽) 그러나 레비의 관심은 거대한 억압기구의 각 층위에서 어쩔 수 없이 죄에 가담한 한 사람 한 사람을 단죄하는 일이나 용서하는 일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는 그러한 체제 자체의 범죄성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선악의 이분법으로 갈라낼 수 없는 보통 사람들이 억압기구의 범죄에 의해 가담자나 공범자가 되어버리는 메커니즘에 주의를 기울였다. ▶ 나치의 폭력성의 본질 - ‘적’은 죽어야 할 뿐만 아니라 고통 속에 죽어야 한다 레비는 히틀러주의를 규정하는 하나의 특징으로 쓸데없는 폭력을 들고 있다. 살인자는 보통 돈 때문이든, 적을 진압하기 위해서든 살인을 위한 분명한 동기를 갖고 있다. 전쟁 또한 나쁘거나 사악한 목표라 하더라도 어떤 목표를 겨냥한다. 그 자체로 고통을 가하는 것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 그러나 나치 체제하에서 벌어진 일련의 사례들은 포로들에게 쓸데없는 잔인함을 보여준다. 강제이송자들은 식량, 물, 심지어 요강까지 아무 준비 없이 열차에서 태워졌다. 며칠, 몇 주간 이어진 지옥여행으로 미쳐버리는 사람도 있었다. 수용소에 도착한 후에도 매일 저녁 이뤄지는 집계점호(죽은 자도 누워서 나타나야 했다), 일상적인 벌거벗겨짐, 맨손으로 죽 먹기 등 포로들은 자신들이 동물화되는 끔찍한 경험을 하게 된다. 레비는 이와 같은 나치의 잔혹함에 몸서리를 친다. 왜 죽어가는 사람들의 집 대문 역시 치고 들어가야 했단 말인가? 왜 그들을 머나먼 곳에서, 무의미한 여행 끝에 폴란드의 가스실 문턱에서 죽게 만들려고 굳이 끌고 가 기차에 태우는 그 고생을 해야 했단 말인가? 내가 탄 열차에는 (……) 다 죽어가는 아흔 살 노파 두 명이 있었는데, 그중 한 명은 딸들이 곁에서 돌봤지만 헛되이 여행 중에 죽었다. 열차 안의 집단적인 고통 속에 그들의 고통을 보태 넣기보다, 그들을 자신들의 침대에서 그냥 죽게 내버려두거나 차라리 그 자리에서 죽이는 것이 더 간단하고 더 ‘경제적’이지 않았을까? (145쪽) 이와 같은 나치의 폭력성은 주로 유대인들로 구성된 특수부대 존더코만도스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들의 끔찍한 임무는 수용소의 화장터를 관리하는 것이다. 가스실로 보내야 할 사람들 사이에 질서를 부여하고, 가스실에서 시체들을 꺼내 화장터로 운반하고, 재를 꺼내 없애는 일련의 작업을 해야 했다. 곧 “유대인을 화로 속에 넣어야 했던 것도 유대인이었다.” 나치는 이러한 기관을 통해서 희생자들에게 죄의 짐을 떠넘기려고 시도했다. 레비는 특수부대의 존재로부터 하나의 메시지를 읽는다. 지배 민족인 우리는 너희들의 파괴자이지만, 너희들은 우리보다 나은 것이 없다. 우리가 원하기만 한다면 (……) 우리에겐 너희의 육신뿐만 아니라 영혼을 파괴할 능력이 있다. 우리가 우리의 영혼을 파괴한 것처럼. (61쪽) 레비는 히틀러 체제가 위로부터 강요한 선택은 포로들에게 “최대한의 괴로움, 최대한의 정신적·도덕적 고통을 짜내는 것”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적’은 죽어야 할 뿐만 아니라 고통 속에 죽어야 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레비는 트레블링카 전 사령관 프란츠 슈탕글의 인터뷰 속에서 나치의 잔혹행위에 담긴 경악스러운 진실을 마주한다. “그들을 어차피 다 죽일 것이었는데… … 굴욕감을 주고 잔혹행위를 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었나요?” 뒤셀도르프의 감옥에서 종신형에 처해 있던 슈탕글에게 작가가 묻자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실질적으로 임무를 수행해야 했던 사람들을 길들이기 위해서. 그들에게 자신들이 하고 있었던 일을 하는 것이 가능하도록.” (152쪽) 나치가 포로들에게 대하여 잔혹행위를 벌인 기저에는 죽이는 자의 죄책감을 덜려는 목적도 있었다. 죽이는 자가 제대로 일을 할 수 있게끔, 희생자는 죽기 이전에 인간 이하로 비하될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 생환자가 겪는 수치심과 죄책감 - 최고의 사람들은 모두 죽었다 레비에 따르면 포로들에게 해방이 무조건 기쁜 것만은 아니었다. 그들은 자유를 되찾음과 동시에 치욕감과 죄책감에 휩싸였다. “어둠에서 나왔을 때, 사람들은 자기 존재의 일부를 박탈당했다는 의식을 되찾고 괴로워했다.” 그 죄의식의 정체는 무엇이었을까? 생환자들은 모든 것이 끝났을 때, 자신들이 휩쓸려 들어간 체제에 대항해서 아무것도 하지 않았거나 충분히 하지 않았다는 데 인식이 미쳤다. 또한 연대감의 실패라는 측면에서도 그랬다. 생환자들은 그때 도움을 베풀지 않은 데 대해 자신이 유죄라고 느꼈다. 더 약하고 더 서툰 옆자리의 동료는 도움을 청함으로써, 또는 단순히 ‘있다’는 사실만으로 집요하게 괴롭혔다. 보통은 자신들도 매우 도움이 필요한 처지에 있었지만 그 죄책감은 해소되지 않았다. 그러나 레비를 죄의식에 사로잡히게 한 또 다른 수치심이 있다. 레비는 자신이 누군가의 자리를 빼앗고 살아남은 게 아닐까 하는 의심을 떨칠 수가 없다. 다른 사람 대신에 살아남았기 때문에 부끄러운가? 특히, 나보다 더 관대하고, 더 섬세하고, 더 현명하고, 더 쓸모 있고, 더 자격 있는 사람 대신에? (95쪽) 이와 같은 뿌리 깊은 의심, 곧 “다른 사람을 희생하여 내가 살아있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러니까 사실상 죽인 것일 수도 있다”는 의혹은 바로 수용소의 ‘구조된 자’는 최고의 사람들이 아니라, 오히려 최악들의 사람들이었다는 데서 비롯한다. 최고의 사람들은 모두 죽었다. 그들이 못나서가 아니었다. 그들이 가진 용기라는 미덕 때문에 죽은 것이다. 반면 이기주의자들, 회색지대의 협력자와 같은 수용소 체제에 적응한 자들, 최악들의 사람들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그래서 레비는 자신이 구조된 사람들 무리에 어쩌다 섞여 들어간 것처럼 느낀다. 진짜 증인들은 우리 생존자가 아니다. 우리 생존자들은 근소함을 넘어서 이례적인 소수이고, 권력 남용이나 수완이나 행운 덕분에 바닥을 치지 않은 사람들이다. 바닥을 친 사람들, 고르곤을 본 사람들은 증언하러 돌아오지 못했고, 아니면 벙어리로 돌아왔다. 그러나 그들이 바로 “무슬림들”, 가라앉은 자들, 완전한 증인들(……)이다. 그들이 원칙이고 우리는 예외이다.(98~99쪽) 이와 함께 레비는 우리 가운데 의로운 사람들이 느끼는 좀 더 광범위한 수치심을 이야기한다. 많은 이들이 타인들이 저지른 잘못 때문에, 그리고 자신들이 거기에 연루됐다는 생각 때문에 가책과 수치심이라는 고통을 느낀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자신들의 주위와 눈앞, 그리고 내부에서 일어난 일이 돌이킬 수 없는 것이라고 느끼기 때문이다. 레비는 이 고통은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것이라고 덧붙인다. ▶ 사람들은 사실을 모르는 게 아니라 알기를 거부한다 레비는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독일인들이 자신에게 보내온 편지로 장식한다. 레비는 한 독일 출판사가 『이것이 인간인가』의 번역권을 계약했다는 소식을 듣고 흥분한다. 이 책의 진정한 수신자이자 무기처럼 겨냥하고 있던 사람들은 바로 독일인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에게 보내진 40여 통의 편지들 가운데서 몇몇은 “나는 몰랐다”, “어쩔 수 없었다”와 같은 여전한 변명과 기만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책에 해설을 쓴 서경식의 지적처럼 종전이 후 얼마 안 된 시기에는 나치 지도자들을 ‘광기’에 사로잡힌 ‘악마’로 지목하여 설명하려는 경향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고 연구가 심화되어 갈수록 그러한 단순한 논리는 무효화되고, 독일 국민을 비롯하여 다른 유럽 국가의 국민까지 포함한 일반인의 적극적인 동조가 있었기 때문에 ‘홀로코스트’가 실현되었다는 ‘불편한 진실’이 명백하게 드러났다. 레비는 “당시의 거의 모든 독일인들의 진정한 죄는 말할 용기가 없었다”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라거에 대한 진실을 확산시키지 않았다는 것이야말로 독일 민족이 저지른 가장 중대한 집단 범죄의 하나이며 히틀러의 테러로 인해 독일 민족이 다다른 비겁함을 가장 명백하게 증명해주는 것이다. 관습 속으로 들어와버린 비겁함, 너무나 깊어서 남편이 아내에게, 부모가 자식에게도 입을 열지 못하게 만드는 비겁함이다. 이 비겁함이 없었더라면 그토록 극단으로 치닫지는 않았을 것이고 유럽과 세상은 오늘날 달라져 있을 것이다. (14쪽) 이 책의 제목 “가라앉은 자와 구조된 자”는 레비가 단테의 『신곡』 「지옥」 편에서 뽑아왔다. “가라앉은 자”란 수용소의 전멸 체제에 휩쓸려버린 사람들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레비는 그들이야말로 “완전한 증인”이라고 말한다. 살아남은 자들, 곧 구조된 자들은 그들 대신 증언하는 것뿐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자신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레비는 인생의 마지막 대목에서 홀로코스트의 가르침이 역사의 일반적인 잔혹한 사건들 가운데 하나로 그렇게 잊힐 것이라고 점점 확신하게 되었다. 레비의 마지막 유언과 같은 이 책은 그런 점에서 더욱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아우슈비츠란 과연 무엇이었는지, 그 사건은 과연 종결된 것인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그것으로부터 얼마나 안전한지에 대한 물음은 오늘날의 한국 독자들에게도 적지 않은 고민을 안겨줄 것이다.
저자 : 레비, 프리모 , 출판사 : 돌베개 , 입수일자 : 2024.10.28 ]]>
레비, 프리모 2024-10-28
<![CDATA[가을날의 꿈 외]]> <어느 여름날>, <가을날의 꿈>, <겨울> 등 욘 포세의 희곡 3편 수록했다. <어느 여름날>은 2000년 북유럽연극상을 수상했다. 1999년 작 <가을날의 꿈>은 포세의 극작 특성이 가장 선명하게 드러나면서도 연극성이 뛰어나 연극의 정점에 이르렀다는 찬사를 받은 작품이다. <겨울>은 낯선 두 남녀의 만남을 통해 현대인의 고독을 담담하게 그렸다. 욘 포세는 노르웨이의 현대 희곡을 대표하는 작가다. 노르웨이뿐만 아니라 프랑스와 독일에서도 인정받고 있으며 현대 유럽 작가 중 가장 중요한 작가로 손꼽힌다. 입센 이후 가장 성공한 노르웨이 극작가로 평가되기도 한다. 그의 작품은 가족 관계와 세대 간 관계를 통해 볼 수 있는 인생, 사랑과 죽음 같은 보편적인 삶의 모습들을 주로 다룬다. 짧고 서정적인 시어로 표현된 대사들이 작품에 여백을 만들어 내며 독특한 매력을 풍긴다. 올해는 물론 최근 몇 년간 노벨문학상 후보로 노미네이트되었던 작가의 대표 희곡들을 만나 볼 수 있다. 부록으로 지은이 인터뷰를 발췌, 수록했다. 작가의 작품관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저자 : Fosse, Jon , 출판사 : 지식을만드는지식 , 입수일자 : 2024.11.19 ]]>
Fosse, Jon 2024-11-19
<![CDATA[군화가 간다]]> 한중일 공동기획 평화그림책은 어린이들이 전쟁 없는 평화로운 세상에서 서로 돕고 사랑하며 살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한 ? 중 ? 일 세 나라의 작가들과 출판사들이 함께 만드는 그림책 시리즈입니다. 한 ? 중 ? 일 세 나라는 가까운 이웃 나라들이지만 서로 동등하고 평화롭게 지내 오지 못한 것이 사실입니다. 특히 근대에는 힘을 앞세운 제국주의 세력의 욕심 때문에 강자가 약자를 지배하고 괴롭히는 불행한 시기를 보냈습니다. 다시는 그런 일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세 나라 사람들이, 나아가 온 세계 사람들이 평화로이 살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그림책 시리즈를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지난날을 정직하게 기록하고, 오늘의 아픔을 서로 나누며, 평화로운 내일로 함께 나아갈 것을 목표로 서로 의논하고 격려하면서 한 권 한 권 정성껏 만들고 있습니다. 2005년 10월, 다시마 세이조, 다바타 세이이치 등 일본 원로 그림책 작가 4명의 발의로 시작, 2007년 난징에서의 기획회의를 기점으로 본격 진행되어 7년이 지난 지금 6번째 그림책을 펴내게 되었습니다. [군화가 간다] 작품 소개 평화그림책을 발의한 일본 할머니 작가의 첫 마음 책을 집어 들면, 부동자세로 거수경례를 하고 있는 여자아이와 마주하게 됩니다. 아이는 짧은 단발머리에 몸뻬 바지를 입고 게다를 신었습니다. 어깨에 대각선으로 멘 것은 아마도 구급낭일 겁니다. 그렇습니다. 이 여자아이는 제국주의 시절 일본의 ‘군국소녀’입니다. 부릅뜬 눈과 앙다문 입술이 제법 야무져 보이지만, 아이의 자세는 약간 기울어져 어딘가 살짝 위태로운 느낌을 줍니다. 빨간색 제목 글자 아래 표기된 작가의 이름은 와카야마 시즈코. 군국주의의 광기가 전쟁을 향해 치달아가던 1940년 교토에서 태어나, 딱 표지의 아이 만했을 6살 무렵에 조국의 패망을 맞고, 곤궁한 패전국의 소녀로 유년기를 보낸 일본의 여성작가입니다. 그는 이순의 할머니가 된 2005년, 역시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어 있던 동료 작가 3명과 함께 한중일 공동기획 평화그림책 시리즈를 발의했습니다. 자신의 손자와 같은 ‘어린이들이 전쟁이 없는 평화로운 세상에서 서로 돕고 사랑하며 살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서 말이지요. 그리고 9년이 지난 지금 그가 만든 평화그림책 한국어판이 출간된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 그림책은 9년의 숙성을 거쳐 어린이들에게 건네진, 할머니 작가 와카야마 시즈코의 평화그림책에 대한 초심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 첫마음은, 배경을 제거하고 핵심적인 요소만 굵고 검은 선으로 분명하게 표현한 그의 그림만큼이나 간결하고 명료합니다. “나의 미래에 전쟁 따위는 필요 없다.” 이 선언의 바탕은 역시 군더더기 없이 간결한 그의 역사 인식입니다. 군화가 간 곳은 어디인가? 책장을 열면, 척, 척, 척, 척, 군화소리를 표기한 히라가나 글자들이 떼를 지어 어디론가 몰려갑니다. 군화소리는 곧 군화로 바뀌고, 이제 군화들이 말을 시작합니다. “우리는 어디로 가는 걸까?” 그리고 스스로 대답합니다. 척, 척, 척 “우리는 전쟁을 하러 간다.” “바다를 건너 이웃 나라로” “이웃 나라 사람들을 짓밟아 뭉개 버렸다.” “처억! 처억! 처억! 다음 전쟁터로” “처억! 처억! 처억! 우리는 무얼 한 걸까?” “이웃 나라 사람들을 처억, 처억 짓밟아 슬픔의 구렁텅이로 떠밀어 버렸다.” 군화가 짓밟고 지나간 곳은 조선과 중국, 그러는 동안 군화는 저도 모르게 차츰차츰 망가져 갑니다. 그러면서도 남쪽의 섬들, 필리핀과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일대와 남태평양 지역들마저 전쟁터로 만들어 버립니다. 이제 군화의 말인지 작가의 말인지 구분되지 않는 고백이 이어집니다. “우리를 신고 있던 병사들은 먹을 것도, 마실 것도 없이 죽어 갔다.” 전쟁은 수많은 생명을 앗아간다. 작고 어린 생명마저. “우리는 결국 너덜너덜해지고 말았다. 우리에게 명령을 내린 국가도 너덜너덜해지고 말았다.” 돌아오지 못한 수많은 군화들. 고백이 이어짐에 따라, 작고 어린 생명마저 짓밟아 버렸던 군화들의 모습은 점차 너덜너덜해져 가고, 마침내 군화를 신었던 병사들과 함께 희미하게 사라져 버립니다. 그리고 바람에 날아가는 모자 하나. 우리는 어디를 향해 가야 하는가? 모자의 주인은 다시 어린아이입니다. 표지의 소녀를 꼭 닮은 작은 소녀. 그러나 소녀는 몸뻬도 게다도 구급낭도 걸치지 않았습니다. 물론 거수경례를 하지도 않습니다. 천진한 아이의 표정으로 두 발을 자연스레 딛고 있는 모습에서 차분한 안정감이 느껴집니다. 하지만 소녀는 단호하게 말합니다. “나는 나의 미래를 살아간다. 나의 미래에 전쟁 따위는 필요 없다.” 군화 신은 선조들이 저질렀던 오류를 결코 되풀이 하지 않겠다는 선언입니다. 마지막 장에 들꽃이 피어 있습니다. 군화들이 사라져간 들판에 피어난 꽃들입니다. 이제 책장을 덮으면 뒤표지, 소녀가 모자에 들꽃을 담아 놓았습니다. 우리 모두에게 건네는 메시지일까요? 작가는 이 장면에 대해 이런 설명을 보내왔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시인이자 극작가 테라야마 선생님이 노랫말을 쓴 <전쟁은 몰라요>라는 노래가 있습니다. 그 노랫말의 일부를 소개합니다. 들판에 피어 있는 꽃의 이름은 몰라요. 하지만 들판에 피는 꽃이 나는 좋아요. 모자에 한 가득 따 담으면 왠지 모르게 눈물이 납니다. 마지막 장면은 이 노랫말을 그림으로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저자 : 와카야마, 시즈코 , 출판사 : 사계절출판사 , 입수일자 : 2024.11.13 ]]>
와카야마, 시즈코 2024-11-13
<![CDATA[귀여움 수집가]]> 신지영 2024-11-05 <![CDATA[난 거기 가 본 적 없어]]> 페어, 다니엘 2024-11-05 <![CDATA[낭만 수의사, 희망을 처방합니다]]> 린리신 2024-10-28 <![CDATA[내 책은 결재가 필요 없다:공무원의 업무 능력과 독립적인 삶을 위한 책 쓰기 전략(Book writing strategy for civil servants' work skills and independent live]]> 이동윤 2024-11-15 <![CDATA[눈, 뇌, 문학: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문학적 성찰]]> 석영중 2024-10-28 <![CDATA[눈아이:안녕달 그림책]]> ★ 『눈아이』 사전 서평단 300인의 찬사 ★ “보는 내내 마음이 뜨거워졌다.“ _hey***** “아이에게 전하고 싶은 동심의 세계.“ _seo******** “아이와 어른 모두가 좋아할 수밖에 없는 책.“ _sop*************** “이 책을 보며 내 속의 아이를 만났다.“ _tob************* “자꾸만 눈 위를 서성대던 어린 시절로 나를 데려간다.“ _ang********** “마음을 훈훈하게 덥히는 이야기.“ _mih****** “순수한 마음을 이토록 잘 그리는 작가가 또 있을까. 역시 안녕달이다.“ _pai********* -------------------- 모두가 기다려 온 작가 안녕달이 건네는 다정한 겨울 인사 『눈아이』는 그간 특별한 공간에 어린 보편적인 정서를 그리며 평단은 물론 아이와 어른 독자 모두에게 뜨거운 기대와 호응을 얻은 안녕달 작가의 새 그림책이다. 수박과 소라 속, 외계 행성과 유치원을 판타지 세계로 만들어 온 작가가 이번에는 눈이 소복하게 내리는 계절을 배경으로 뭉클한 우정 이야기를 선보인다.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자연스럽게 허무는 상상력이 돋보이는 이번 작품은 어느 겨울날 한 아이가 들판에 홀로 있던 눈덩이를 찾아오면서 시작된다. 아이는 미처 눈사람이 되지 못한 모양으로 남아 있던 눈덩이를 들여다보다가 눈덩이에게 팔다리와 눈, 입, 귀를 만들어 준다. 눈덩이는 아이로부터 다정한 관심과 인사를 받고 환호로 응답한다. 아이가 눈덩이를 ‘눈아이’라고 부르면서 눈덩이는 안녕달 작가의 새 캐릭터인 ‘눈아이’로 거듭난다. 작가는 만화 형식의 구성을 활용한 섬세한 인물 묘사, 과감한 구도로 탁 트인 시야를 펼치는 풍경 묘사를 오가며 한겨울에 두 아이가 쌓는 우정 이야기를 촘촘하고 풍성하게 풀어낸다. 외로운 순간에 펼쳐 보고 싶은 서정적인 겨울 풍경 『눈아이』를 펼치면 화면 가득히 함박눈 내린 겨울 풍경이 나타난다. 작가는 가지에 쌓인 눈이 녹아 떨어지고 언 땅에서 새싹이 돋아나기까지의 한 계절을 연필과 색연필의 고운 필치로 포근하게 그렸다. 이야기를 숨죽여 읽게 할 만큼 아름답게 표현된 눈밭에서 눈빵을 만들고 책가방 썰매를 타는 등의 놀이를 하며 두 아이가 한겨울을 만끽하는 모습이 보는 내내 기분 좋은 웃음을 자아낸다. 작품에 소소하게 등장하는 작은 소품과 동물들의 배치도 흥미롭다. 아이와 눈아이가 나누어 낀 붉은 털장갑은 작품 곳곳에 등장하여 두 아이를 이어 주는 중요한 역할을 맡는다. 산토끼, 산새, 사슴과 같이 순한 숲속 동물들이 주인공인 두 아이의 시선뿐 아니라 독자의 주의를 환기하며 작가 안녕달이 펼치는 상상 세계의 가이드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눈아이』가 선보이는 서정적인 겨울 풍경이 아이들에게는 다가올 새 계절을 향한 기대와 설렘을, 어른들에게는 추운 계절에 그리워지는 따스한 추억을 선물할 것이다. 아이의 마음을 키우는 눈부신 우정 『눈아이』는 서툴지만 애틋한 마음을 건네는 어린이의 우정을 보여 준다. 처음 만난 두 아이는 친해지고 싶은 마음을 서로에게 동화되는 모습으로 표현한다. 아이는 털장갑을 벗고 맨손으로 찬 눈을 만지며 놀다가 눈아이 모르게 꽁꽁 언 손을 녹인다. 눈아이는 아이가 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나도! 나도!” 하며 따라 하려 한다. 그런 두 아이는 서로가 얼마나 다른지를 깨달은 순간에도 둘 나름대로 가까워질 방법을 찾는다. 우정이 깊어질수록 아이의 마음이 훌쩍 자라고 온기를 모르던 눈아이의 미소가 따뜻해진다. 눈덩이를 들판에 홀로 외롭게 두지 않으려는 마음에서 시작된 이 근사한 이야기는 마음속에 긴 여운을 남기며 세상 모든 우정의 순간들을 소중하게 비춘다. 가장 사랑스러운 기억, 빛나는 유년의 한때를 뭉클하게 그린 그림책 세대를 관통해 모든 사람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추억이 있다. 바로 눈 내리는 날에 눈덩이를 거듭 굴려 눈사람을 만들던 기억이다. 안녕달 작가는 눈이 오면 눈사람을 만드는 게 당연했던 유년의 한때에 사랑스러운 상상을 더해 어린이와 어른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탄생시켰다. 햇볕에 녹아 가는 눈사람과의 이별을 아쉬워하는 어린이들에게 눈아이와의 숨바꼭질을 권하는 작가의 속 깊은 제안을 과연 누가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눈아이의 눈부신 미소로 마무리되는 『눈아이』의 결말은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유년의 안부를 묻는 동시에 멋진 우정을 쌓아 가기를 바라는 응원을 전한다.
저자 : 안녕달 , 출판사 : 창비 , 입수일자 : 2024.10.28 ]]>
안녕달 2024-10-28
<![CDATA[다름 :다르지만 같은 우리]]> 우리와는 다른 문화와 정서를 가진 세계로 '다름 문화 여행'을 함께 떠나 봐요! 친구에게 인사를 할 때 뺨을 때려도 괜찮다고요?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워 칭찬을 하면 상대방이 심하게 화를 낼지도 모른다고요? 이 책은 한국과 세계의 문화를 비교하는 그림책으로, 어린이 독자들이 자연스럽게 다양한 문화가 존재함을 이해하게 도와준다. 또한 어떤 문화는 좋고, 어떤 문화는 나쁘다는 문화적 편견과 차별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한다.“틀린 게 아니라 단지 다른 거야!” - 독특한 제본 형식으로 놀이하듯 만나는 세계의 다양한 문화 - 우리는 인사를 할 때 고개를 숙이는데, 왜 이누이트족은 뺨을 때릴까? 우리는 손으로 음식을 먹으면 어른들께 혼이 나는데, 인도에서는 왜 손으로 밥을 먹어도 될까? 바로 문화의 차이 때문이다. 이 책은 우리나라에서는 좋은 의미로 하는 행동이 다른 나라에서는 금기시되거나, 반대로 우리나라에서는 부정적으로 비쳐지는 행동이 다른 나라에서는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여러 예를 살펴보며 세계의 다양한 문화를 소개한 그림책이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독특한 제본 방식을 통해 그린란드, 인도, 호주, 케냐, 그리스, 중국, 멕시코, 이란, 일본, 사우디아라비아의 문화를 우리나라 문화와 한눈에 비교할 수 있게 한다는 점이다. 그림책을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이전 페이지의 그림과 만나 새로운 그림이 완성되는 재미를 선사할 뿐 아니라 자연스럽게 문화를 인식할 수 있게 한다. 이 책은 ‘다름’과 ‘틀림’에 대해 이야기한다. 우리는 다른 나라에 가지 않더라도 세계 여러 나라의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세계화 시대에 살고 있다. 학업이나 일자리를 위해 온 사람들, 여행 온 사람들, 결혼하고 새로운 가정을 꾸리러 온 사람들 등 다른 문화를 가진 다른 나라 사람들과의 만남이 어렵지 않다. 서로를 이해하고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는 그들 나라의 문화를 인식하고 존중하는 마음을 배워야 한다. 서로 인종도, 문화도, 자라온 환경도 다르지만 그 어떤 것도 맞고 틀린 건 없기 때문이다. 누군가 손으로 밥을 먹는다고 해서, 이야기할 때 침을 튀긴다고 해서 그 사람이 예의가 없는 것이 아니다. 단지 문화가 다를 뿐이다.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하나의 지구촌 공동체 안에서 살고 있음을 인정ㆍ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에 초점을 맞춘 이 책을 통해 글로벌 시대의 필수 교양인 문화의 다양성을 익혀 보자.
저자 : 박규빈 , 출판사 : 다림 , 입수일자 : 2024.11.13 ]]>
박규빈 2024-11-13
<![CDATA[단단한 사랑이 있는 한, 넘어지지 않는다 :끝까지 견뎌 기적을 만든 너에게 전하는 세상의 목소리]]> 륀후이, 2024-10-28 <![CDATA[대온실 수리 보고서 :김금희 장편소설]]> 김금희, 2024-10-28 <![CDATA[데루코와 루이:인생 2회차, 두 여자의 통쾌한 질주]]> 윤은혜 2024-10-28 <![CDATA[디 에센셜,한강]]> ★ 표지 이야기 표지 사진은 최근 가장 주목받는 사진작가 정멜멜의 작품이다. 피사체를 따뜻하고 차분한 시선으로 담아내는 사진작가와의 협업으로 나온 수많은 사진 가운데 작가가 눈을 감은 컷을 선택하였다. 지그시 감은 눈에서는 신비로움과 새로움이, 엷은 미소에서는 다정함과 따뜻함이 느껴져 한강 작가를 잘 보여주는 사진이라 판단했다. 뒤표지에는 글을 쓰는 작가의 손 사진을 넣었다. ‘작가의 손’은 그 자체로 문학의 은유로 느껴진다. 더불어 수록작의 목록만을 뒤표지에 간결하게 넣어 마무리하였다. ‘에센셜’이라는 시리즈 타이틀처럼 작가와 작품을 수식하는 홍보 문구들 없이 그 자체만을 오롯이 담고자 하였다. *위 도서는 교보문고 단독 한정 상품 『디 에센셜 한강』의 보급판으로 본문 내용은 동일하나 양장본에서 무선본으로 사양이 변경되었습니다.
저자 : 한강 , 출판사 : 문학동네 , 입수일자 : 2024.11.19 ]]>
한강 2024-11-19
<![CDATA[말투만 바꿨을 뿐인데 :찰나의 말투 하나로 당신의 인생이 놀랍게 달라진다!]]> 김민성 2024-10-28 <![CDATA[멜랑콜리아 Ⅰ-Ⅱ]]> 나는 자유를 되찾아야 한다. 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 나는 모든 것을 버려야 한다. 그림을 그릴 수 없다면 내가 존재할 이유도 없다. 빛도 사라질 것이다. -본문에서 나는 평생 이렇다 할 그림을 그릴 수 없을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나는 너무나 큰 눈을 가지고 있으니까. 나는 필요 이상으로 많은 것을 본다. 그림을 그리기엔 내 눈에 보이는 것들이 너무나 많다. -본문에서 제가 신을 믿는다거나 또는 믿지 않는다고 단언하는 것은 어떤 면에서 보자면 옳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신이 신으로 존재하므로, 한편 우리 인간도 인간으로 존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비드메가 말했다. -본문에서 나는 몸을 일으켜 하늘을 쳐다보았다. 푸른 하늘에 하얀 구름이 떠 있었다. 나는 바다를 바라보았다. 검푸른 바다에 하얀 파도가 넘실거렸다. 나는 라스가 하늘 같다고, 바다 같다고 생각했다. 항상 변하는 사람. 밝음에서 어둠으로, 흰색에서 칠흑 같은 검은색으로. 라스는 그런 사람이었다. 바다와 똑같은 사람이라고. -본문에서 『멜랑콜리아 I』은 빛을 사랑했지만 외롭고 그늘진 인생을 살아야 했던 예술가 ‘라스 헤르테르비그’의 1인칭 시점과 3인칭 시점,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진행된다. 1853년 늦가을, 그는 위대한 풍경화가가 되고자 같은 노르웨이 출신의 화가 한스 구데가 교수로 재직한 독일 뒤셀도르프 예술 아카데미를 찾는다. 1853년 가을날 오후, 멋진 보랏빛 코듀로이 양복을 차려입고 자신의 운명을 결단해 줄 구데 선생을 기다리던 헤르테르비그는 돌연 착란에 사로잡힌다. “혹시 나더러 그림을 그릴 수 없는 사람이라고, 예술적 재능이라곤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인간이라고 하면 어떡해야 하나? 아니다, 나처럼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은 없다. 오직 나만이 제대로 된 그림을 그려 낼 수 있는 예술가이다!” 그런데 얄궂게도 불안과 우울, 편집증적 망상 속으로 깊이 침잠해 가던 헤르테르비그의 눈앞에 또 다른 운명의 서광이 비친다. 바로 자기가 하숙하는 빙켈만 집안의 딸, 헬레네에게 완전히 매료되고 만 것이다. 하지만 헤르테르비그의 두 가지 운명은 어둑한 영혼 속에 까마득히 잠들어 있던 파국을 향해 전진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멜랑콜리아 II』는 50여 년에 이르는 긴 세월을 건너뛰어 1902년(라스 헤르테르비그가 사망한 해이다.), 노르웨이 서남단에 위치한 스타방에르를 배경으로 전개된다. 2부는 돌연 라스 헤르테르비그의 누이이자 치매로 인해 고통받는, 허구적 인물 ‘올리네’의 관점에서 서술된다. 그는 이미 대부분의 가족을 저세상으로 떠나보내고 죽음을 바라보는 노인으로, 거친 바람에 흔들리는 위태로운 촛불처럼 한없이 명멸하는 기억 속을 방황하며 라스의 모습, 음성, 그 모든 흔적을 헛되이 뒤쫓는다. 올리네는 과연 라스를 되찾을 수 있을까? 끊길 듯 가느다란, 그러나 슬프도록 찬연한 한 줄기 빛이 여전히 소녀를 간직한 그 나이 든 얼굴에 가닿는다. - 예술가 라스 헤르테르비그에 대하여 라스 헤르테르비그(Lars Hertervig, 1830~1902) 라스 헤르테르비그는 험준한 화성암 산악과 빙하 침식 지대, 호수와 피오르, 장엄한 프레이케스톨렌(다이빙대처럼 공중으로 죽 비어져 나온 암석 지형) 등이 첩첩이 쌓인 라이팔케 지방의 풍경을 그려 낸 대표적인 노르웨이 화가다. 헤르테르비그는 노르웨이 서부, 척박하고 외딴 지역에서 농사를 짓던 가난한 퀘이커교도 부모 밑에서 태어났다. 일찍이 미술에 관심을 보인 그는 가난 속에서도 꿈을 잃지 않고, 독일 뒤셀도르프 예술 학교의 교수 한스 구데에게 사사하기 위해 유학을 떠난다. 1854년 어느 날, 동료 학생들의 잔인한 장난에 크게 상심한 헤르테르비그는 모든 활동을 접고 고향으로 돌아온다. 급기야 1856년, 가우스타 정신 병원에 입원한다. 그렇게 그는 사망하기까지 30여 년 동안 가난하고 고립된 환경 속에 갇힌 채, 유화가 아닌 수채화와 구아슈화, 심지어 호밀 반죽을 사용해서 가까스로 작품 활동을 이어 간다. 헤스테르비그의 예술 작품은 1914년, 그가 죽은 지 12년 뒤에야 비로소 세상의 빛을 받는다. 오늘날 그는 노르웨이를 대표하는 화가로서 인정받고 있으며 환상적이고 마술적인 풍경화의 정점으로 평가받는다. 2023년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인 욘 포세는 자신의 작품 『멜랑콜리아 I-II』를 통해 우울이라는 어둠 속에서도 빛을 추구한 그에게 깊은 경의를 표했다. 이번에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으로 펴낸 『멜랑콜리아 I-II』의 표지 그림 역시 라스 헤르테르비그의 작품으로, 그의 고향 풍경인 보르그외이섬이다. 정신 병원에 머물며 가난한 생활에 갇혀 있을 때 완성된 이 작품은 화가의 고통과 환희를 동시에 보여 준다.
저자 : 손화수 , 출판사 : 민음사 , 입수일자 : 2024.11.19 ]]>
손화수 2024-11-19
<![CDATA[못 말리는 친구 사건]]> ★제28회 창비 좋은어린이책 대상 수상 정은정 작가 신작★ ▣ 작품의 내용 ■ 친구와의 다툼을 다룬 네 가지 이야기 새 학년이 되자 새로운 친구들이 한 반에 모였어요. 이미 알던 친구들도 있고, 낯선 친구들도 있지요. 선생님은 ‘우리는 친구!’라며 사이좋게 지내라고 해요. 과연 새로운 반에서는 어떤 일들이 일어날까요? 키 번호 1번인 새민이는 자기를 괴롭히는 여자아이 박수민 때문에 고민이에요. 수민이는 왜 자꾸 새민이를 괴롭히는 걸까요? 새로 전학 온 승욱이는 엉뚱한 친구 기찬이와 짝꿍이 되었어요. 너무나 다른 둘은 친해질 수 있을까요? 유치원 때부터 단짝인 우진이와 민찬이는 기린 연필 때문에 크게 싸워요. 이 일로 둘 사이가 영영 멀어지면 어떡하죠? 도미는 친구들 사이에서 은근히 따돌림을 당해요. 과연 무슨 일 때문일까요? 친구들 사이의 오해와 다툼을 그린 네 편의 이야기, 갈등 시작부터 해결까지 은밀하게 파헤쳐 보아요. ▣ 기획 의도 ■ 싸우면서 자라는 아이들 학교 생활에 적응하는 저학년 시기를 거쳐 중학년이 되면 친구들이 다양해지고 관계도 깊어집니다. 여러 친구들과 사귀면서 ‘우정’을 느끼고, 친구 사이의 의리를 깨닫기도 하지요. 또 이전에는 알 수 없었던 다채로운 감정을 경험하기도 한답니다. 그 와중에 친구들과 옥신각신 충돌하며 다투는 일은 아이들이 감정이 요동치는 큰 시련이자 ‘사건’이지요. 흔히 ‘아이들은 싸우면서 자란다.’는 말을 많이 합니다. 다른 사람과 갈등을 겪는 당시에는 힘들고 마음의 상처도 입지만, 그 과정을 해결하면서 깨달음을 얻고 한 단계 성장하기 때문이에요. 이 책을 쓴 정은정 작가 역시 어린 시절 친구와 대립했던 적이 있다고 해요. 학교 마치고 따로 운동장에서 만나 싸울 정도로 관계가 틀어졌죠. 그렇게 싸우다 보니, 실은 그 친구와 더 친해지고 싶은 마음에 서운하고 속상해서 화가 났다는 걸 깨달았다고 해요. 친구와 피식 웃고 화해한 후 정말 친한 친구가 되었고요. 이처럼 친구와 싸우는 건 어쩌면 더 가까워지고 싶은 관심의 또 다른 표현 아닐까요? 이 책은 한 학급에서 1년 간 일어난 아이들 사이의 갈등 사건 네 가지를 시간 순으로 담고 있는 ‘옴니버스’ 식 동화집입니다. 각 편의 주인공이 모두 다른 이야기로, 네 가지 모습의 친구 관계를 돌아보게 합니다. 각 이야기마다 아이들이 겪는 심적 어려움은 제각각이지만, 어려움을 이겨내고 한 단계 더 성장하는 모습은 공통적입니다. 요즘 아이들의 학교 생활과 친구 관계를 실감나게 그려서 몰입하여 읽기에 적당하고요. 이야기를 읽은 다음에는 나의 친구 관계에 대입하여 생각해 볼 수도 있습니다. ‘나라면 이야기 속 주인공과 같은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했을까?’ 떠올리며 감상해 보아도 좋습니다. 친구의 마음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자세, 또 열린 마음으로 친구와 대화하고 솔직하게 다가가는 모습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합니다. ■ 네 편의 이야기, 네 가지 친구 관계 책에 실린 네 편의 친구 사건은 각기 다른 아이가 주인공의 되어 자신과 갈등 상황 속에 놓인 친구와 있었던 일을 털어놓는 이야기입니다. 어떤 사건은 가볍게 지나가지만, 어떤 사건은 꽤 심각하게 지속되기도 합니다. 사건의 발단부터 전개, 그리고 해결까지 촘촘히 이야기하기에, 책의 모양도 사건 파일처럼 구성되어 있습니다. 네 가지 사건을 통해, 네 가지 빛깔의 친구 관계를 생각해 보게 합니다. ★이성 친구 관계 첫 번째 사건 ‘새민이 이야기’는 이성 친구 간의 갈등을 그리고 있습니다. 가끔 좋아하는 친구를 더 괴롭히는 아이들이 있지요? 좋아하고 친해지고 싶는 마음과 반대로 짓궂게 표현하는 거예요. 이야기 속 수민이가 그런 아이랍니다. “있잖아, 오새민, 나…… 너 좋아해. 네가 나 싫어하는 거 같아서 심술 났어. 그래서 장난이라도 쳐서 친해지려고 그런 거야. 아프게 하려고 한 거 아냐.” _〈못 말리는 친구 사건〉 중에서 수민이가 이렇게 행동한 것은, 다른 사람에게 자기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데 미성숙하기 때문이에요. 이런 수민의 마음도 모르고 새민이는 전전긍긍 수민이에게 벗어날 방법을 궁리 중인데요……. 자, 친해지고 싶은 친구에게 심술 부리기보다는 용기 내어 솔직하게 다가가면 오해할 일도 없겠죠. ★반대 성향의 친구 관계 두 번째 사건 ‘승욱이 이야기’는 반대 성향의 친구끼리 친해지는 내용입니다. 전학을 온 승욱이는 독립적인 성향을 지닌 똑 부러진 아이예요. 반면 승욱이의 짝이 된 기찬이는 실없이 싱글거리며 오지랖 넓게 온갖 일에 참견하는 아이랍니다. 야무진 승욱이 눈에 허술해 보이는 기찬이가 맘에 들 리 없죠. ‘우씨, 창피해! 저런 애 진짜 싫은데, 짝이라니!’ 내 얼굴은 빨갛다 못해 화끈거렸다. _〈못 말리는 친구 사건〉 중에서 하지만 극과 극으로 다른 친구라도 마음을 열 수 있는 특별한 계기가 생긴다면 어떨까요? 그 친구를 이해하게 되면, 그 친구의 싫었던 모습마저 좋아 보여서 나도 모르게 따라 하게 될지도 모른답니다. ★단짝 친구 관계 세 번째 사건 ‘우진이 이야기’는 절친끼리의 다툼에 관한 내용입니다. 유치원 시절부터 단짝인 우진이와 민찬이는 사소한 일로 크게 싸우게 되어요. 너무 격없이 지내다 보니 사소한 시비가 큰 싸움까지 번진 것이죠. 오랫동안 친했던 친구와 틀어졌으니 둘 다 마음이 편할 리가 없습니다. ‘아, 이러다가 민찬이랑 영영 멀어지면?’ 덜컥 겁이 났다. 민찬이와는 유치원 때부터 절친이다. 우리 반에서 나랑 가장 잘 통하는 사이고. 그런 민찬이랑 멀어진다 생각하니 가슴이 답답해졌다. _〈못 말리는 친구 사건〉 중에서 마침 둘은 등교 길에 마주치고, 사과하고 싶지만 자존심 때문에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는 상황에 놓여요. 자, 과연 누가 먼저 화해의 손길을 내밀까요? 비 온 뒤 단단해지는 땅처럼, 싸움 뒤 둘의 우정이 더 굳건해질 수 있을지 기대해 봅니다. ★여자 친구끼리 샘내는 관계 네 번째 사건 ‘도미 이야기’는 여자아이들 사이의 ‘질투’ 감정을 다루고 있습니다. 친구가 많은 도미를 샘낸 민정이는 거짓말을 퍼뜨려 도미를 은근히 따돌리는데요, 여자아이들 사이에 흐르는 미묘한 감정 대립이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습니다. 어쩔 수 없이 혼자 가려는 순간, 몰려 있던 아이들이 고개를 확 돌려 날 쳐다봤다. 그것도 동시에. “어, 왜?” “아니야. 아무것도.” 눈빛으로 뭔가 주고받은 아이들이 머쓱한 표정을 짓더니 뭉쳐 걷기 시작했다. 뒤통수가 서늘해졌다. 가슴이 퉁퉁 무겁도 빠르게 뛰었다. _〈못 말리는 친구 사건〉 중에서 도미 입장에서는 이유 없이 따돌리는 친구들이 당연히 밉고 속상하겠지요. 그래서 학원도 빠진 채 혼자서 끙끙거리다 마법처럼 민정이의 속마음을 엿보게 되는데요……. 친구한테 서운한 일이 있을 때 혼자 끙끙거리지 말고 마음을 솔직하게 털어놓고 대화해 보면 어떨까요? 의외로 친구 역시 나처럼 고민하며 속상해하고 있을지 모른답니다.
저자 : 정은정 , 출판사 : 봄개울 , 입수일자 : 2024.11.05 ]]>
정은정 2024-11-05
<![CDATA[무엇이 삶을 부유하게 만드는가:돈이 전부인 시대의 도스토옙스키 읽기]]> 석영중 2024-10-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