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SS 서비스 http://lib.jnue.kr/JNUE 전주교육대학교 도서관 : 최신소장자료 ko 2024-09-20T00:01:01+09:00 Copyright (c) 전주교육대학교 도서관 All right reserved <![CDATA[(내가 당신과 하고 싶은 것은) 사소한 것들로 하는 사랑이었다]]> * 세기의 책들 20선 - 천년의 지혜 시리즈 NO. 07 * 최초 출간일 1997년 * 영국 대표 언론사 The Daily Telegraph 기준 135개국, 전 세계 2,500만 부 판매 * 뉴욕타임스 100주 이상 베스트셀러 * 영어, 스페인어, 한국어, 중국어, 일본어, 라트비아어, 폴란드어, 아이슬란드어, 세르비아어, 그리스어 26개 언어로 45번 개정판 출간 먼저 제 사랑하는 남편이자 정말 사랑 많은 한 사람이었던 리처드에게 개정판의 축하를 보냅니다. 사람들에게 “당신의 상대와 관계는 어떤가요?”라고 질문하면 “글쎄요, 괜찮은 것 같아요.”라는 말을 듣거나, 무관심하거나 확신 없는 여러 대답을 듣게 됩니다. 어떤 이유에서든 많은 사람이 ‘괜찮은’ 관계에 안주하는 것이 정상적이고, 완전하게 받아들여 질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때로는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답한 커플들조차도 ‘좋은’ 관계의 의미를 혼란스러워하는 것 같습니다. 파트너(연인이나 배우자)에 대한 지속적인 짜증이나 불만이 섞여 있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입니다. 거기에는 지속적인 갈등이나 말다툼, 조화와 만족감의 부족, 분노, 상대방이 달라지기를 바라는 마음, 진정한 기쁨과 감사의 부족 등도 있을 수 있습니다. 현재, 상대와 어떤 상태의 관계든- 문제가 있든, 적당한 사이든- 조금만 노력하면 더 좋은 관계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완벽한 관계는 없으며 모든 관계는 제각기 다르기 때문에, 시야를 넓힐 수 있는 몇 가지 간단한 전략으로 개선될 수 있다고 저는 믿습니다. 이 책이 바로 그런 것에 대한 것입니다. 인간은 비전이나 목표가 있을 때, 그 목표를 달성하거나 적어도 그 목표에 근접할 수 있다는 점에서 놀라운 존재입니다. 이 사실은 인간관계에서도 가능한 한 높은 비전을 갖는 일이 중요하다는 뜻입니다. 어떤 모양의 사랑이든 만들어 갈 수 있다는 걸 의미합니다. 당신은 가장 친한 친구, 영혼의 동반자, 모든 의미에서 진정한 파트너가 될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물론이고 커플로서도 더 사랑스럽고 경쾌하고 평화롭고 관대하고 감사하고 인내심 있고 수용적이며, 용서할 줄 아는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또한 더 큰 관점, 더 나은 유머 감각, 더 나은 경청 능력을 갖출 수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을 조금 더 가볍게 여길 수 있는 능력을 계발할 수 있습니다. 이런 특성뿐만 아니라 자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다른 미덕을 많이 가질 수 있습니다. 좋은 점은 나와 상대방의 단점이 드러날 때, 여유를 가질 수 있고, 크게 ‘신경 쓰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저희 부부는 낙관적인 성향을 갖고 있지만 비현실적이지는 않습니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사소한 것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면 문제나 이슈 없이 지낼 수 있다고 장담하는 것도 아닙니다. 가끔 서로에게 짜증도 내지 않을 거라고 장담하는 것도 아니며, 의심이 들거나 연인이나 배우자가 나를 미치게 만드는 순간이 없을 거란 것도 아닙니다. 다만 저희 부부가 제안하는 것은, 어떤 좌절감을 경험했든 그 좌절감이 줄어들 것이며 고민과 문제조차 더 쉽고 편안한 관점에서 접근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문제가 발생해도 그 문제를 극복하고 해결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기며 그러는 동안 다시 사랑의 연결로 되돌아갈 것이라는 점입니다. 이 책을 리처드와 함께 쓰는 일은 정말 즐거웠고 우리가 함께한 삶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였습니다. 이것은 우리에게 서로 사랑하고 양육하는 관계의 핵심에 관해 신중하게 되돌아볼 기회를 주었습니다. 우리 둘 다 관계 전문가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좋은 관계를 이룰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 모든 것들이 의지와 약간의 연습만 있으면 됩니다. 대부분의 시간 동안 우리는 서로를 사랑하고 친절하고 존중했으며 서로를 최고의 친구라고 생각했습니다. 가끔 서로의 신경을 건드릴 때도 있지만 다행스럽게도 매우 드문 경우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우리의 관계를 돌아보면 결점도 많았지만 가장 큰 장점은 사소한 일로 자주 다투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대부분 우리는 서로를 너그럽게 받아들이고 약점보다는 장점에 초점을 맞춰왔습니다. 서로를 원망하기보다는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더 많았습니다. 저희 둘 다 옳다고 주장하기보다는 친절을 선택하며 너무 경직되지 않을 때, 삶은 훨씬 더 쉬워지고 더 많은 사랑을 경험한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인생과 모든 관계에는 분명히 엄청난 도전이 많습니다. 불행하게도 인생의 특정 시기에는 현실이 되는 고통도 있습니다. 하지만 큰 문제를 처리하는 방식을 살펴보는 것은 매우 재미있습니다. 많은 이가 인생의 심각한 문제를 용기, 존엄성, 창의성으로 다룬다는 데 당신은 동의할 것입니다. 자녀 중에 아픈 아이가 있을 때, 모두가 함께 힘을 합칩니다. 나눔과 지원, 기도와 힘으로 이타적인 사랑의 행동이 이어집니다. 우리는 결혼한 지 14년이 되었고 17년 동안 힘을 합치고 희생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인내심을 발휘해야 될 일이 많았습니다. 다행히도 인생의 대부분은 큰일로만 이뤄져 있지 않습니다. 다시 말해, 직장에서 해고를 당하거나 이혼 신청을 하거나 몇 시간마다 응급실로 달려가는 일은 자주 없다는 것입니다. 이런 일들은 실제로 일어나며, 이런 일이 발생하면 엄청난 충격을 줄 수 있습니다. 이런 종류의 사건은 가끔 발생하고 흩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상하게도 우리는 사소한 일보다 큰일에 더 잘 대처하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반드시 극복해야 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우리 자신과 서로에게 최선을 끌어냅니다. 삶의 대부분은 매일, 일상적이고 사소한 일들로- 서로의 일상, 사소한 번거로움과 좌절, 교통 체증, 전화 무응답, 더 많은 번거로움, 혼란, 어수선함, 의견 충돌, 책임, 분실물, 소음 등으로- 소비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앞에 놓인 작은 문제에 대처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사소한 일들을 평정심을 잃지 않고 처리하는 법을 배우면 더 큰 일들도 잘 처리할 수 있게 됩니다. 이 책의 전략으로 작은 짜증이 넓은 시야로 더 쉽게 대처하는데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사소한 일에 방해 요소가 줄면 서로를 보살피고 사랑하는 새롭고 쉬운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저자 : Carlson, Richard, , 출판사 : Snowfox , 입수일자 : 2024.08.28 ]]>
Carlson, Richard, 2024-08-28
<![CDATA[(말하기 고수들만 아는) 대화의 기술 :막힐 때마다 바로 써먹는 말하기 비법]]> 말하기 고수들만 아는 특급 매뉴얼 대공개! 잡담부터 첫 만남, 사내 대화, 프레젠테이션, 전달이 잘되는 설명 및 보고, 대화를 끌어내는 질문 등 다양한 상황 총망라 인터넷 혁명이 도래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장소가 온라인 공간으로 옮겨 가면서 실제 얼굴을 맞대고 하는 대화에 어려움을 느끼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그렇다고 어려움을 느끼는 이유나 원인이 모두 다 같은 것도 아니다. 누군가는 성격 탓일 수도 있고, 또 다른 누군가는 상황에 맞는 적절한 대화거리를 찾지 못해서일 수도 있다. 이 책은 그런 모든 어려운 상황을 포함하기 위해 65개 항목으로 나누어 실용적인 대화 요령을 소개하고 있다. 이 책의 놀라운 점은 그렇게 다양한 상황을 담은 것뿐만이 아니라 바로 현실에서 써먹을 수 있는 실전형 노하우를 수록했다는 사실이다. 예를 들어 본격적인 대화를 하기 전에 관계를 맺기 위해 나누는 잡담을 어려워하는 사람들이 많다. 누군가는 초면에도 자연스럽고도 화기애애하게 대화를 잘 풀어나가지만 또 누군가는 무엇을 화제로 하면 좋은지, 어떻게 하면 상대방의 긴장을 풀어줄지 등 매번 고민에 휩싸인다. 이 책에서 ‘잡담’ 편을 찾아보면 곧바로 친근한 분위기를 만들 수 있는 대화 요령이 줄지어 소개돼 있다. 곧바로 다음날부터 직장에서 실천해서 상대방의 부드러워지는 표정을 확인할 수 있는 비법들이다. 직장인들의 영원한 숙제인 프레젠테이션을 위해서는 실전 감각을 극한까지 끌어올려 사전 준비를 철저히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알려준다. 청중을 사로잡는 발성법, 집중하게 만드는 딱 한 줄 전략 등 실전 노하우가 가득 담겨 있다. 또 영업 활동을 위해서는 자신이 전달하려는 내용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표정을 잘 살펴야 한다고 일러준다. 듣고 싶은 말을 해주지 않으면 아무것도 전달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저자가 직접 체득했기 때문이다. 특히 상대방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툴민의 논증모델’을 사용하는 것이 최선의 결과로 이어진다는 노하우를 전수한다. 주장, 사실, 논거라는 3단계를 거치는 툴민의 방법론은 일류 영업의 고수들은 이미 활용하고 있는 전략이다. “고수들은 이렇게 말한다!” 곧바로 효과를 실감할 수 있는 대화의 요령 바로 읽고 바로 써먹을 수 있는 해결 방안 총정리 “처음 만나는 사람과의 대화는 항상 어려워.” “남들 앞에서 내 의견을 말하는 건 상상도 못 할 일이야.” “여러 가지 방법을 시도해 보지만 말하는 게 나아지지 않아.” 이 책에 바로 써먹고 효과를 실감할 수 있는 대화 요령이 가득한 데는 이유가 있다. 저자 역시 말하는 데 어려움을 누구보다 뼈저리게 느껴봤기 때문이다. 인생 초년기에 대기업에 취직했지만, 전국 최하위의 영업 실적으로 원치 않는 곳으로 좌천된 경험은 지금 일본 최고의 말하기 강사로 우뚝 서는 데 자양분이 되었다. 산 경험을 가진 저자인 만큼 대화가 서투른 사람의 심정을 누구보다 잘 이해할 수 있었고 공허한 이론이나 애매모호한 지침 같은 것은 완전히 배제한 채 정말 현실 상황에서 바로 써먹을 수 있는 요령들만 정리할 수 있었다. 이 책에는 ‘잡담’부터 ‘처음 만나는 사람과의 대화법’, ‘사람들 앞에서 말하는 법’, ‘전달이 잘되는 설명’, ‘의견이 다른 사람과의 대화’ 나아가 ‘상대방이 좋아하는 듣기 자세’, ‘대화를 끌어내는 질문’에 이르기까지 말하기와 관련된 모든 상황과 문제의 해답이 들어 있다. ‘이럴 때는?’이라는 질문에 답이 빈칸으로 되어 있어 퀴즈처럼 생각하게 만드는 구성이라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정답은 다음 페이지에 쓰여 있는데 그 근거와 방법도 설명되어 있어 일상에서 응용하여 바로 실천할 수 있다. 이 책을 본격적으로 읽기 전에 앞부분에 있는 ‘말하기 체크리스트’를 통해서 자신의 취약한 부분이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해 보자. 자신에게 해당하는 부분부터 집중적으로 읽으면 더 효과적이다. 이 책에 쓰인 방법만 온몸으로 익힌다면 더는 어떤 자리에서든 누구와 만나든 말하기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지고, 내 말이 잘 먹혀들어 가는 말발 서는 사람으로 거듭날 것이다. ★★★먼저 읽은 독자들의 찬사★★★ “말하는 법에 관한 모든 요소를 상세히 망라하고 있는 보물 같은 책!” “‘정말 그렇네’를 연발하게 만드는 설득력 있는 내용이 가득하다. 잡담, 설명, 사람들 앞에서의 긴장, 질문, 프레젠테이션, 듣기 등 다양한 장면에서의 방법과 마음가짐이 이해하기 쉽게 쓰여 있다.” “말하기가 서툰 사람부터 잘하는 사람까지도 새로운 깨달음을 주는 책.” “바로 실천할 수 있는 내용이 많아서 유익하고 재미있습니다.” “지금까지 말하기 관련 책이 무수히 많았지만 이렇게 딱 짚어서 실전에 바로 써먹을 수 있는 책은 처음이에요.”
저자 : 기류 미노루, , 출판사 : 더페이지 , 입수일자 : 2024.08.28 ]]>
기류 미노루, 2024-08-28
<![CDATA[가연물]]> 米澤穗信 2024-09-12 <![CDATA[간소한 삶에 관한 작은 책:진민영 에세이]]> 미니멀 라이프의 응축된 핵심을 만나다 10년 차 미니멀리스트 진민영의 사유와 성장의 기록 이 책은 미니멀리즘이라는 새로운 생활 방식을 받아들인 후 관련 서적을 섭렵하고 고민해온 초창기의 결과물로서 진민영식 미니멀리즘의 엣센스를 담아내고 있다. 치열하게 고민하고 핵심의 핵심을 뽑아낸 글들이기에 짧은 맥락이지만 그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이러한 과정을 토대로 진민영의 미니멀 라이프는 단단하게 10년 차를 맞고 있다. 저자는 미니멀리즘과 처음 조우한 후 삶의 모든 면을 바라보는 태도는 변화를 맞았고, 홀로 삭이기 어려울 만큼 강렬했던 감동을 꾸준히 기록해왔다. 그 순간순간의 진솔함이 살아있는 이 책은 미니멀 라이프를 시작하려는 이, 또는 이미 미니멀리스트로 살아가는 이와 공감대를 이루며 또 다른 순간순간을 반려할 것이다. 독립 출판물로만 선보였던 진민영 작가의 《간소한 삶에 관한 작은 책》이 독자들의 이어지는 출간 요청에 따라 책읽는고양이 출판사를 통해 새롭게 출간되었다. 진민영 작가는 《조그맣게 살 거야》 《일상이 미니멀》 《내향인입니다》 등의 단행본을 통해 미니멀 라이프를 동경하거나 실천하는 이들에게 신뢰를 쌓아온 작가로서, 단지 외형적 다운사이징을 넘어서는 미니멀리즘, 전반적인 삶의 도구로서의 미니멀리즘을 전파하며 탄탄한 공감대를 형성해왔다.
저자 : 진민영 , 출판사 : 책읽는고양이 , 입수일자 : 2024.08.28 ]]>
진민영 2024-08-28
<![CDATA[글쓰기, 나를 알아가는 기쁨 =Writing, the joy of learning and understanding myself]]> 저자 : 안미영, , 출판사 : 역락 , 입수일자 : 2024.08.28 ]]> 안미영, 2024-08-28 <![CDATA[글쓰기의 힘:읽지 않는 시대에 글을 써야 하는 이유]]> 사이토 다카시 2024-09-12 <![CDATA[급류 :정대건 장편소설]]> ■헤어짐 이후의 나날 열여덟. 그들은 그날 그 밤의 사건을 덮어 둔 채, 가족의 손에 이끌려 작별하게 된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한 번에 잃게 된 악몽 같은 순간을 매일 복기하며 서로 다른 성격으로, 다른 마음가짐으로 그날 이후의 시간을 보내게 된다. 사랑하는 가족이 남긴 거대한 물음표를 지닌 채 사랑을 믿지 못하게 되거나, 혹은 더 이상 사랑하는 사람을 잃을 수 없다는 생각에 죄책감을 품고 죄인처럼 살아가는 것이다. 스물하나. 시간이 흘러 두 사람이 우연히 재회했을 때, 도담과 해솔의 상처는 아직 아물지 못한 채다. 기적적으로 다시 만나 연인이 되지만 이들의 관계는 절뚝거리고 위태로워 보인다. 그들은 이 사랑이 죄책감 때문인지 진짜 사랑인지 혼란스러워하며, 지난 불행을 잊기 위해 이번에는 반드시 행복해져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고, 서로의 얼굴을 보면 진평에서의 그날이 떠올라 서로를 똑바로 보지 못한다. 소설은 같은 트라우마를 지닌 채 헤어졌다가 다시 만난 도담과 해솔이 같은 상처를 어떻게 다르게 지나가는지, 어떻게 다시 한 번 서로를 사랑으로 선택하는지를 그려낸다. 충격적이지만 보편적인 사랑이야기이자, 애틋한 사랑이야기인 동시에 낭만적이기만 하지는 않은 복잡하고 깊은 물 같은 이야기다. ■다시 손을 잡기까지 시간이 흐르며 그들이 마주하게 된 사랑과 진실들은 각기 다른 유속과 방향으로 흐르는 물처럼 한 가지가 아니지만, 각자의 물살에 따라 살아가던 도담과 해솔은 몇 번이고 서로를 향한 끌림, 애처로움과 죄의식, 그리고 사랑하는 마음을 느낀다. 사랑을 이루는 감정은 하나가 아니며, 그러므로 사랑의 성질 역시 다이아몬드처럼 순정한 한 가지가 아니라 시간의 흐름에 따른 여러 감정이 축적된 퇴적암에 가까울 것이다. 이처럼 『급류』는 우리가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는 일이 단 한 가지 모양이 아닐지 모른다고 이야기하는 소설이다. 사랑에 눈뜨고, 배신당하고, 사랑을 믿고, 믿지 않고, 사랑에 빠지기를 두려워하거나 혹은 그럼에도 다시 사랑을 해 보려는 이들이 이 소설에는 등장한다. 언제나 잔잔할 것만 같던 수면이 한순간 예상치 못한 깊이와 속도로 깊고 거세지는 물 같고, 따뜻하게 쬘 줄만 알았던 불꽃이 순식간에 다가가지 못할 정도로 뜨겁게 치솟는 불 같은 것. 그만큼 예상치 못한 사랑의 성질을 우리는 어느 정도까지 깊이 경험할 수 있을까? 용감하게 몸을 던져 깊은 물의 바닥까지, 뜨거운 불의 안쪽까지 들어갔다 나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우리는 사랑을 한 뼘 더 가늠해 볼 수 있게 될 것이다.
저자 : 정대건, , 출판사 : 민음사 , 입수일자 : 2024.08.28 ]]>
정대건, 2024-08-28
<![CDATA[나는 매일 두 번 출근합니다:본업 수의사, 부업 작가의 글쓰기 노하우]]> 박근필 2024-09-11 <![CDATA[나르치스와 골드문트 :헤르만 헤세 장편소설]]> 헤르만 헤세의 성장기 체험이 고스란히 담긴 ‘영혼의 자서전’ 20세기를 대표하는 독일 작가 헤르만 헤세. 그가 “나의 성장기 체험이 고스란히 담긴 내 영혼의 자서전”이라며 애정을 드러낸 작품이 바로 『나르치스와 골드문트』다. 이성과 종교의 수호자 나르치스, 감각과 예술의 방랑자 골드문트. 서로 다른 세계를 상징하는 두 사람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이 소설은 헤세의 다른 작품들이 그렇듯, 그가 평생 천착했던 ‘자기만의 길’을 주제로 삼았다. 특히 이 소설은 『데미안』과 깊은 연관성을 지닌다. 두 명의 주인공이 등장해 특별한 우정을 맺는다는 점, 둘 중 한 명이 실질적인 주인공이고 다른 한 명이 그를 돕는다는 점 등 기본적인 설정이 유사한 것은 물론이고 생물학적 어머니를 넘어선 ‘근원 어머니’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 역시 동일하다. 등장인물의 연령대로 보면 마치 『데미안』 이후의 이야기가 『나르치스와 골드문트』에서 펼쳐지는 듯한 느낌마저 든다. 중세 독일의 한 수도원에서 시작하는 이 아름답고 풍요로운 이야기는 헤세 생전 가장 널리 읽힌 베스트셀러로서, 당대 헤세의 작가적 명성을 공고하게 만들어주었다. 오늘날에도 전 세계에서 꾸준히 읽히는 소설이며, 한국에서는 일본어판의 영향을 받은 ‘지知와 사랑’이라는 제목으로 소개된 적이 있다. 나르치스와 골드문트, 극점에 서 있는 두 사람의 우정과 사랑 수도원의 젊은 수사이자 보조교사인 나르치스는 뛰어난 학식과 범접할 수 없는 고상함으로 주위의 감탄을 불러일으킨다. 그러나 바로 그런 특성 때문에 시기와 질투를 받아 진정으로 친하게 지내는 사람이 별로 없다. 한편 골드문트는 아버지 손에 이끌려 수도원학교에 갓 입학한 소년이다. 동물과 식물을 벗 삼는 천진난만한 성격으로 금세 주위의 호감을 산다. 두 사람은 겉모습에서도 뚜렷한 대비를 이루는데, 나르치스가 검은 머리에 검은 눈동자, 엄격한 수도원생활로 마른 체격인 반면, 골드문트는 금발에 푸른 눈, 생기 넘치는 미소를 띠고 있다. 두 사람은 금세 서로를 특별한 존재로 인식하고 우정을 쌓아가기 시작한다. 그런데 골드문트가 사랑과 헌신으로 상반된 요소들을 극복할 수 있다고 믿음에도 불구하고, 사색가 나르치스는 “네가 나와는 얼마나 완벽하게 다른지 네게 보여주는 것”이 우정의 유일한 목적이라고 잘라 말한다. 그리고 골드문트가 잊고 있던 어머니에 대한 기억을 끄집어내어 결국 골드문트가 수도원을 벗어나 넓은 세상으로 방랑을 떠나게 한다. 수도원을 떠난 골드문트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가지각색의 사랑과 모험에 뛰어든다. 그는 마치 어린아이가 놀이에 빠져드는 것처럼 호기심과 순진무구함으로 주저 없이 새로운 경험을 맞이한다. 출산의 장면이나 죽음의 장면을 목격하기도 하고, 방어 살인으로 사람을 죽이는 극단적인 체험까지 하게 된다. 그렇게 방랑생활을 이어가던 중 골드문트는 아름다운 성모상을 보고 그것을 만든 장인을 찾아가 조각가, 즉 예술가로서의 삶을 시작한다. 그가 예술가가 되는 과정, 작품을 만들어내는 과정은 이 소설 전체를 일종의 예술론으로도 읽히게 한다. 놀라운 재능을 발휘해 주목을 받지만, 스승의 파격적인 제안도 거부하고 다시 방랑을 떠난다. 페스트가 휩쓸고 있는 세상을 떠돌던 그는 지금까지 본 여인 중 가장 아름다운 여인과의 사랑 때문에 죽을 위험에 처한다. 그리고 운명적으로 나르치스를 다시 만나 목숨을 건져 수도원으로 돌아간다. 읽는 사람을 ‘자기만의 길’로 이끄는 명작 이 소설에는 두 명의 주인공이 있지만, 독자가 그 여정을 함께하게 되는 실질적 주인공은 골드문트다. 소설의 거점은 초반부 골드문트가 나르치스와 우정을 쌓아가는 수도원, 중반부 골드문트가 예술가로 피어나는 주교도시 두 군데다. 거점 사이에는 각각 첫번째와 두번째 방랑생활이 있고, 결말부에 이르러 골드문트는 다시 처음의 수도원으로 돌아간다. 출발점으로 돌아가 마무리되는 이야기는 근본적으로 우리 삶의 여정과도 같다. 초반부 독자들은 나르치스가 설명해주듯, 두 사람의 차이에 주목하게 된다. 그러나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두 사람이 각기 다른 두 세계를 상징할 뿐만 아니라 한 사람의 내면에 존재하는 양면성을 상징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결국 우리는 나르치스인 동시에 골드문트인 것이다. 독일에서 태어나 스위스에서 삶의 대부분을 보낸 헤세는, 골드문트와 마찬가지로 거처를 이리저리 옮겨다니며 개인사에서 힘든 경험을 여러 번 했다. 특히 생애 동안 제1차세계대전과 제2차세계대전을 모두 경험했고, 조국에서 자기 작품이 금서가 되는 지경에 처했으며, 인간이 인간을 대량학살하는 광경을 목격했다. 이러한 아픔 속에서도 헤세는 ‘자기만의 길’에 대한 탐구를 멈추지 않았다. 소설 속 골드문트에게 ‘골드문트의 길’을 걷도록 이끌어준 나르치스라는 존재가 있었듯이, 우리에게는 헤세의 이 소설이 바로 그런 역할을 해주고 있다. [추천사 이어서] 깊이를 더해가는 대담성과 통찰력으로 고전적 인도주의의 이상과 높은 품격의 문체를 보여주는 직관의 글쓰기. _노벨문학상 선정 이유
저자 : Hesse, Hermann, , 출판사 : 문학동네 , 입수일자 : 2024.09.11 ]]>
Hesse, Hermann, 2024-09-11
<![CDATA[나의 두 번째 이름은 연아입니다]]> 신아현 2024-09-12 <![CDATA[네가 유성처럼 스러지는 모습을 지켜볼 운명이었다]]> 이야기의 끝, 간절히 기적을 바라게 되는 감성 로맨스 “…마지막까지, 마지막 순간까지 함께 여행하게 해줘.” ★ 포플러사 퓨어풀 부문 소설신인상 수상작 백 끼의 식사가 끝나면 죽음에 이르는 병에 걸린 맛집 블로거 리이. 시한부 인생이지만 마지막 날까지 즐겁게 식사를 만끽하고자 여행 메이트를 찾던 중 토우야를 만났다. 자신의 블로그를 아는 데다 입맛도 비슷한 토우야에게 “맛있는 거 찾아다니는 여행 하자! 우리 둘이!”라고 제안한다. 사실 토우야는 스노보드 경기 도중 큰 낙상 사고를 당해 죽을 위기에서 가까스로 살아남았다. 체력은 빠르게 회복했으나 엄청난 공포감에 휩싸여 경기에 참여하지 못한다. 스스로를 ‘쓸모없는 존재’라고 표현할 정도로 무기력해진 상태. 그런 그가 리이의 웃는 얼굴에 무작정 맛집 여행을 시작하고, 가장 멀리하고 싶었던 스키장에 들어가서 다시 두려움에 맞선다. 끝이 정해져 있는 사랑을 시작할 수 있을까? “리이의 웃는 얼굴에 앞으로 펼쳐질 내 전부를 맡겼다.” 한편, 늘 즐겁게 살아가는 것처럼 보이는 리에에게도 아픔이 있었다. 자신의 병을 가족에게 알리지 못한 것. 이제 막 행복을 찾아가는 엄마의 미래를 망칠까 봐 가장 빨리 알아야 할 사람에게 말하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토우야의 설득에 이끌려 부모님을 찾아가 소식을 알리고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낸다. 둘의 모습은 ‘그래, 사랑은 이런 거였지.’라며 잊고 있던 감정을 떠올리게 한다. 나 혼자 떨어진 것 같은 이 세상에 내 편이 있다는 든든함. 평소의 나라면 하지 않았을 행동을 서슴없이 하게 만들고, 대책 없는 상황에도 무작정 뛰어들게 만드는 사랑의 힘. 하지만 끝이 정해져 있는 사랑을 시작할 수 있을까? 이들에게 허락된 운명은 함께 맛있는 음식을 먹고 영원한 이별을 맞이하는 것뿐일까? 아슬아슬하고 사랑스러운 여행의 종착지가 궁금하다면 꼭 이 소설을 읽어보길 바란다. 죽을 위기에서 살아났지만 트라우마를 극복하지 못한 남자와 죽을 병에 걸렸지만 하루하루를 기쁨으로 살아가는 여자의 꿈과 청춘을 그린 감동 로맨스 소설 낙상 사고로 생긴 두려움으로 인해 경기에 참가할 수 없는 스노보드 선수 토우야. 백 끼의 식사가 끝나면 죽음에 이르는 병 ‘여명백식’에 걸린 맛집 블로거 리이. 둘은 맛집 여행 메이트로 만나 서로를 통해 자신의 진짜 모습을 발견하고 함께 성장한다. 죽음이라는 공통점으로 만난 두 사람이 서로의 꿈을 응원하는 이야기는 진정한 삶의 의미를 깨닫게 만든다. 특히 시한부 인생이라는 현실의 벽을 두고도 지금 눈앞의 연인을 마음껏 사랑하는 둘의 모습은 독자의 마음을 더욱 애달프게 한다. 미래를 약속할 수 없어도 지금의 시선이 서로를 향해 있다면 누구도 부러워할 것 없이 행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나아가 현재에 집중하는 삶이 얼마나 가치 있는지를 두 사람이 증명해낸다. 우리는 모두 어찌 보면 여명백식 잠복기를 앓고 있습니다. 허락된 식사가 백 끼밖에 남아 있지 않은 날이 언젠가 찾아오겠지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삶에 충실하는 것뿐입니다. _옮긴이의 말 맛있는 것을 먹으면 행복하다. 하지만 그 행복을 거듭할 때마다 생명이 줄어든다면? 죽음과 교환하는 식사라면 당신은 행복하게 먹을 수 있을까? 답은 “잘 먹었습니다!”라는 리이의 외침에 담겨 있다. 백 끼를 먹으면 죽음을 맞이하더라도 지금의 식사를 맛있게 먹고 빙그레 미소 지을 줄 아는 씩씩함. 정해진 죽음 앞에서도 두려움 없이 하루하루를 만끽하는 리이의 모습에서 우리는 삶을 되돌아보게 된다.
저자 : 祥湊 , 출판사 : 필름 , 입수일자 : 2024.08.28 ]]>
祥湊 2024-08-28
<![CDATA[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달리는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최초의 회고록! 두말이 필요 없는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 그의 최신간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출간되었다. 하루키는 이 책에서 달리기를 통해 데뷔 30년을 맞은 작가의 문학관과 인생관, 내적 성찰들을 진솔한 어휘와 놀라운 통찰력으로 풀어내었다. 오늘날 약 40여 개 언어로 번역되어 전 세계 독자들에게 작품이 읽히고 있으며, 해마다 강력한 노벨상 후보로 거론되는 하루키는 마라토너로서도 유명하다. 그는 왜 많은 운동 중에 달리기를 선택했는가? 그리고 달리기가 그의 소설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 하루키는 이 책에서 그에 관한 이야기를 솔직히 털어놓았다. 마라톤 풀코스 25회 완주, 하루키는 왜 달릴까? 하루키는 1978년 4월 도쿄 메이지 진구 구장에서 야구 경기를 관람하다가 한 타자가 정확히 볼을 때리는 순간 ‘그렇지, 소설을 써보자’라고 결심했다. 그의 나이 스물아홉이었고, 와세다대학 연극영화과를 졸업한 후 4년째 재즈클럽을 운영하고 있던 때였다. 그 계시의 순간으로부터 1년이 채 지나지 않아 그는 소설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를 써서 군조신인상을 받으며 문단에 등단, 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잘 나가던 재즈 클럽을 그만두고 전업 작가로서의 인생을 시작한 하루키. 그는 장편소설 《양을 쫓는 모험》을 탈고한 뒤 얼마 후인 1982년 가을, 본격적으로 달리기를 시작했다. 그 후 26년에 걸쳐 세계 각지에서 풀 마라톤과 100킬로 울트라 마라톤, 트라이애슬론을 쉼없이 계속해왔다. 그의 여행 가방 안에는 언제나 러닝슈즈가 들어 있었다. 하루키는 왜 ‘달리는 소설가’가 되었는가? ‘소설 쓰기는 육체노동이다’라고 생각하는 하루키는 체력과 집중력, 지구력을 키우기 위해 달리기를 선택했다. 여러 사람이 함께하는 운동보다는 혼자서 간편하게 할 수 있는 달리기나 수영을 어려서부터 즐겼던 하루키에게 달리기, 즉 마라톤은 어쩌면 당연히 선택할 수밖에 없는 운동인지도 모른다. 하루키는 이 책에서 달리지 않았더라면 자신이 쓴 소설의 성향이 많이 달랐을지도 모른다고 고백한다. ‘달리는 소설가’인 하루키, 그에게 있어 ‘달린다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문학도는 물론 400만 마라토너 그리고 이 시대의 젊은이에게 강추! 하루키는 이 책의 서문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것은 달리는 이야기에 관한 책이지 건강법에 관한 책은 아니다. 나는 여기서 ‘자, 모두 함께 매일 달리기를 해서 건강해집시다’와 같은 주장을 떠벌리고 싶은 건 아니다.”라고. 그러나 이 책을 읽는 독자라면 누구나 읽는 것과 동시에 달리고 싶은 마음이 들 것이다. 하고많은 운동 중에 ‘무지막지하다’라는 형용사가 잘 어울리는 마라톤과 트라이애슬론을 뛰는 하루키. 그가 그 힘든 42.195킬로미터를 달리며 얻는 것은 무엇일까? 달리기와 그의 문학은 어떤 상관관계가 있을까? 이와 같은 의문점을 가지고 책을 읽다 보면 하루키에게서 배워야 할 점이 무엇인지가 분명해진다. 그가 마라톤을 중심으로 그의 문학과 삶을 솔직하게 털어놓는 이 최초의 회고록에서 문학도는 문학에 대한 소신을 배울 수 있을 것이고, 러너라면 60이란 초로의 나이에 1년에 한 번은 마라톤 풀코스를 뛰는 하루키의 열정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큰 뜻을 품고 있는 젊은이들은 인생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어떤 마음가짐과 실천의 지표가 필요한지를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i〉달리기에 대해 정직하게 쓴다는 것은 나라는 인간에 대해서 정직하게 쓰는 일이기도 했다. -무라카미 하루키〈/i〉 - 역자 후기 중에서 - 이 책은 하루키 최초의, 어쩌면 최후의 회고록이 될지도 몰라 그 의의와 가치가 적지 않다고 하겠다. 왜냐하면 좀처럼 자신의 사생활을 공개하지 않는 이 저저가, 30년간의 작품 활동을 위한 고통스런 역정과 문학적 성취를 가능케 한 원동력으로서 혹독한 마라톤 단련의 고통을 극복하며 작가에게 필요 불가결한 체력과 집중력 그리고 지구력을 길러온 과정을 솔직하고 생생한 기록으로 남겼기 때문이다. -임홍빈(번역문학가) - 이 책에 대한 세계 매스컴의 평 - 한계를 인정하고 조금씩 목표를 높여 해소해나가는 점에서 풀 마라톤과 소설을 쓰는 것은 비슷하다. 좋아하는 것에 대해 말하는 가운데 ‘인간’은 가장 잘 드러난다고 말하는 하루키의 육성이 확실하게 들려오는 한 권의 책. _ 요미우리 신문 ‘나는 달린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100킬로 울트라 마라톤에서 이러한 몰아의 경지까지 경험한 러너작가 하루키의 회고록이다. 이 책에서는 문학에 못지않는 달리기에 대한 작가의 기백이 느껴진다. _ 아사히 신문 ‘달린다’라는 행위를 테마로 하여 세계적 작가로서의 개인사를 말하는 이 책은 흥미롭다. ‘범용성은 없을지라도’라고 하루키는 겸허한 자세로 말하지만 깊은 맛이 넘치는 문장들이 가슴을 친다. _ 산케이 신문 흥미진진하다. 이 기발하고 빛나는 보석 같은 책에서 하루키가 솔직하게 털어놓는 이야기는 보다 많은 독자들에게 값진 건강과 성공에 관한 비결을 안겨줄 것이다. _ 타임아웃 뉴욕 하루키는 유머가 두드러진 문장, 놀라운 통찰력, 매력적인 비유가 살아 있는 문장으로 개별적인 이야기를 엮어간다. 지극히 개인적이고 솔직하며 감동을 주는 이 책은 독자들로 하여금 읽고 싶은 동시에 달리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한다. _ 오스틴 핏 매거진
저자 : 임홍빈 , 출판사 : 문학사상 , 입수일자 : 2024.08.28 ]]>
임홍빈 2024-08-28
<![CDATA[당신의 직장생활은 안녕하십니까]]> 이용화 2024-09-12 <![CDATA[댓글부대 :장강명 장편소설]]> 경쾌하고 날렵한 문체, 거침없이 이야기를 밀고나가는 힘! 지금 한국문학이 주목하는 작가 장강명, 화제의 신작 장편소설 “이 음모가 앞으로도 계속될 거라는 불길한 상상!” _제3회 제주4·3평화문학상 심사위원단 “제가 쓴 소설 중 가장 빠르고 가장 독합니다.” 출간 전부터 화제를 모았던 장강명 장편소설 《댓글부대》가 마침내 독자들에게 선을 보인다. 올해 제3회 제주4·3평화문학상 수상작으로, 2012년 대통령선거 이후 진보적인 인터넷 사이트에 잠입해 악의적인 댓글을 달면서 여론을 조작하고 해당 사이트를 무력화하려는 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이다. 《표백》 《열광금지 에바로드》 《한국이 싫어서》 등 전작들에서 한국 사회를 관통하는 심리 기저의 문제들을 날카롭게 묘파했던 작가는 이번 여섯 번째 장편소설 《댓글부대》에서 특유의 치밀한 취재력과 현장감, 경쾌하고 날렵한 문체, 서사를 밀고나가는 힘을 한껏 증폭시켜 이전 작품들에서보다 훨씬 더 강력한 목소리로 부박한 현실에 정면 돌파를 시도한다. 짐작하듯 이 소설은 국정원 불법 선거개입 사건이 모티프가 되었다. 합리적으로 안전하게 설계됐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 인터넷 공간이 사실은 기둥 몇 개만 부러뜨리면 금방 무너질 수 있는 허약한 구조물에 불과하다는 것, 다음에 또다시 힘을 가진 개인이나 조직이 불순한 의도로 ‘작전’을 편다면 누구라도 당할 것이라는 불안감이 그로 하여금 《댓글부대》를 쓰도록 했다. 작가는 《댓글부대》를 집필하는 동안 여느 때보다 더 힘들었다고 고백한 바 있다. 원고지 800매 남짓의 길지 않은 소설이지만, 우리 사회에서 자행되었고 한편에서 현재진행형일지 모를 ‘댓글부대’에 대한 충격과 분노를 소설의 문장으로 온전히 담아내는 일이 결코 녹록치 않았다는 것이다. 자신이 쓴 소설 중 “가장 빠르고 가장 독하다”는 고백에는 그런 사연이 있다. 한편 제주4·3평화문학상 심사위원단(문학평론가 염무웅, 소설가 현기영, 소설가 이경자)은 “해박한 지식과 풍부한 상상력으로 여론조작의 폭력성을 선명히 드러낸 한편 정치적으로 교활하고 사악한 음모가 앞으로도 행해질 수 있다는 불길한 상상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을 높이 평가하며 작가에게 수상의 영예를 안겼다. “쓰는 동안 줄곧 파탄의 상태로 나를 몰았다. (…) 내가 받은 충격을 그대로 글에 옮기고 싶었다. 그런 독기 없이 이 소설을 쓴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_장강명, ‘작가 인터뷰’에서 조작하고 교란하고 초토화하라! 한국 사회를 조종하는 보이지 않는 손들의 음모 작가는 2012년에 출간한 소설집 《뤼미에르 피플》에 수록된 〈삶어녀 죽이기〉의 세 주인공들을 이 작품에 다시 호출한다. 한 여성에 대한 무자비한 인터넷 댓글 테러를 그린 이 단편을 발표한 뒤 국정원 댓글사건이 ‘단순의혹’에서 ‘사실’로 판명되자 그는 《댓글부대》를 쓰는 작업에 착수했다. 전작에도 음모 세력이 배후에서 여론을 조종하는 과정이 있지만 치밀한 취재에 힘입은 《댓글부대》의 깊이와 생생한 현실감, 적나라한 묘사, 그것에 비할 수는 없다. 소설은 인터넷 여론조작업체 팀-알렙의 멤버 찻탓캇이 진보 성향 일간지 K신문 기자에게 자신들이 해온 조작 사실들을 폭로하는 인터뷰 형식과, 팀-알렙이 실제로 현실에서 벌이는 일들이 교차되면서 진행된다. 팀-알렙의 멤버들 삼궁, 01査10, 찻탓캇 세 명은 이십 대 청년들로 모두 일베 ‘죽돌이’들이며 여자라면 일단 ‘김치녀’로 싸잡고, 여론조작으로 번 돈으로 안마방이나 유흥업소에서만 여자를 만나는 일그러진 청춘들이다. 처음에 기업 상품평과 유학 후기 등을 지어내며 쏠쏠히 용돈을 벌던 이들은 W전자 생산라인에서 일하다 백혈병으로 죽은 노동자를 다룬 영화가 개봉하자 회사 측에서 고용한 홍보대행업체로부터 연락을 받는다. 노동실태를 고발한 그 영화에 대해 안 좋은 입소문을 내달라는 의뢰다. 팀-알렙의 지략꾼 삼궁은 그런 식의 공작은 효과가 없다고 판단하고 과감하게 역제안을 한다. ‘노동자 인권 문제를 다룬다는 영화사가 오히려 더 스태프를 착취했다’는 악성 루머를 퍼뜨리자는 것. W전자는 삼궁의 제안을 거절하지만, 수수께끼의 조직 ‘합포회’가 나타나 팀-알렙을 고용해 그 작전을 실행에 옮기게 한다. 작전은 대성공을 거두고, 영화는 여론의 역풍을 받아 흥행을 거두지 못한다. 보잘것없는 자신들이 세상을 바꿀 수도 있다고 믿게 된 팀-알렙의 멤버들은 자부심을 느낀다. 그들에게 이제 합포회는 단지 비용을 지급하는 의뢰자가 아니라 사회에서 격리된 존재인 자신들을 믿고 격려해주는 유일한 존재가 된다. 얼마 뒤 팀-알렙은 합포회를 이끄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인물 ‘이철수’와 ‘남산의 노인’으로부터 현실 속 저항세력의 근거지인 인터넷 주요 커뮤니티를 무력화하고 십 대들 사이에 “386세대를 씹는” 문화를 일으키라는 지시를 받고 작업에 착수하는데…… ‘진보’라 불리는 또는 자처하는 온라인 커뮤니티 속에서 어떻게 권력이 생겨나고, 언제 회원들이 서로의 등에 칼을 꽂는지, 그들의 허위의식과 추악한 면모도 가감 없이 드러난다. 읽다보면 무엇이 진실이고 거짓이며 무엇으로 그것을 판단할 수 있을까 궁금해진다. 또 온라인과 오프라인, 소설과 현실의 경계는 어떤 것인지, 마지막까지 반전을 거듭하는 소설은 시종 긴장감을 유지하면서 흥미로운 질문을 던진다.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걸 건드려야 해. 두려움과 죄의식. 백만 명, 이백만 명을 한꺼번에 공략하는 방법은 그것뿐이야.” _본문에서 “읽는 모두가 조금씩 불편해지길 바라며 썼다!” 장강명, 인터넷을 통한 새로운 파시즘의 도래를 경고하다 국정원 댓글조작 사건에 착안해 쓰였지만, 《댓글부대》가 단지 여론조작을 꾀하는 권력과 보수 세력의 문제를 지적하는 소설만은 아니다. ‘팀-알렙’이 진보 사이트의 폐쇄성을 역이용해 사이트를 붕괴시키는 부분에 이르면 진보 진영의 모순에 대한 비판으로도 읽힌다. 남성우월주의적이며 보수적인 시각을 체화한 팀-알렙, 권력의 하수인으로 임무를 수행하다 결국 용도 폐기되는 세 멤버들에게도 결코 미워할 수만은 없는 애잔함이 든다. 작가는 《댓글부대》에 수록된 〈출처에 대하여〉라는 글에서 ‘이 소설은 전적으로 허구’라는 점을 강조한다. 익숙하거나 어떤 것을 연상시키는 이름들을 사용한 것은 그럴듯한 분위기를 내고 싶어서였을 뿐 자신은 어떤 견해나 어떤 인물도 지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잘 짜인 허구는 언제나 그럴듯한 현실에 기반을 둔다. 실제와 유사한 설정이 독자들에게 실감 나는 리얼리티를 선사하지만, 불편함을 자극할 수도 있다. 작가는 모두가 조금씩 불편해지길 바라며 썼다고 했다. 전체적으로 반어법이지만 극단의 상상을 몰아붙여 쓴 소설이다. “거짓과 진실의 적절한 배합이 100%의 거짓보다 더 큰 효과를 낸다.” “승리한 자는 진실을 말했느냐 따위를 추궁당하지 않는다.” 거의 백 년 전 나치 독일의 선전상 요제프 괴벨스가 한 말이 현재에도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한 사회의 구성원들이 결핍감을 느끼고 정신적으로 무력해질 때 파시즘이 모습을 드러낸다는 것을 우리는 역사에서 배운 바 있다. 우리가 어느 순간 좌절감과 무력감을 살짝만 건드려도 금세 증오로 변해버릴 것 같은 그러한 파시즘의 시대의 초입에 들어선 게 아닌지, 지금의 인터넷 세계는 언제든 당신을 포섭하고 속일 준비가 되어 있다고 작가는 《댓글부대》를 통해 경고한다. 심사평 《댓글부대》는 작가의 경쾌하고 날렵한 문체, 이야기를 밀고나가는 힘, 치밀한 취재로 현장감으로 좋은 평가를 끌어냈다. 해박한 지식과 풍부한 상상력으로 대중조작을 하고 있는 정치적 암흑세력을 현실적으로 그려, 우리에게 그런 정치적으로 교활하고 사악한 음모가 앞으로도 행해질 거라는 상상을 불러일으킨다. _제주4·3평화문학상 심사위원 염무웅(문학평론가), 현기영(소설가), 이경자(소설가) 이경자(소설가)
저자 : 장강명, , 출판사 : 은행나무 , 입수일자 : 2024.09.05 ]]>
장강명, 2024-09-05
<![CDATA[들풀의 구원 :부서진 땅에서도 왕성하게 자라난 희망에 관하여]]> ▽ 식물학자 신혜우, 시인 김소연·박준 추천 ▽ 2024 노틸러스 도서상 은상 수상 ■ “망가진 이 삶에서도 무언가 자랄 수 있다는 믿음이 필요하기에” 상실과 가난으로 부서진 땅, 그곳을 들풀 정원으로 가꾼 시인의 10년 우리는 자기 삶이 언제까지고 찬란한 장미 정원으로 남길 바라지만, 그 누구의 정원도 질병과 가난, 이별과 죽음, 실패와 실망이라는 침입종을 피할 수는 없다. 울타리를 넘어 번지는 이 ‘잡초’들은 아무리 뽑아내도 사라지지 않고 수시로 우리를 주저앉힐 것이다. 중년을 앞둔 무명 시인 빅토리아 베넷(Victoria Bennet)의 삶 역시 깊은 슬픔과 가난에 침략당한 폐허다. 세상은 예술가를 직업으로 인정해주지 않아 늘 가난에 허덕이고, 몇 번의 유산 끝에 어렵사리 아이를 가졌으나 태어난 아이는 고작 세살에 제1형 당뇨를 진단받았다. 그리고 출산 두 달 전, 자신과 함께 아이의 탄생을 기다리던 사랑하는 큰언니는 강가에서 카누를 타다 갑작스러운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베넷은 이 가없는 상실감과 고통에서 벗어나고자 잉글랜드 컴브리아주의 시골 마을에 지어진 공공 주택 단지로 이사하기로 결심한다. 그 단지는 과거 석공장 터에 지어져서 마당이 온통 돌무더기에, 땅속에는 철근과 석면으로 가득하지만 그녀는 아픈 아들과 함께 그곳을 정원으로 만들기로 한다. 그저 “이 교란되고 망가진 땅에서도 무언가 자랄 수 있다는 믿음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베넷은 음식물찌꺼기로 퇴비를 만들고 지렁이의 힘을 빌려 식물이 자랄 수 있는 토양을 준비한다. 비싼 모종은 살 수 없으니 들과 내에 자라는 들풀의 씨앗을 모으고 뿌리째 조심스레 발굴하여 자신의 마당에 옮겨 심는다. 더 이상 슬픔이 자신의 정원을 차지해버리지 못하도록, 언젠가 이 잡초들이 무성하게 자라나 자신과 가족을 치유하는 약이 되어줄 것이라는 한줄기 희망으로. 『들풀의 구원』은 불의의 사고로 언니를 잃은 뒤 아들과 함께 10여 년간 야생 정원을 일구며 진정한 애도와 희망을 얻은 한 시인의 이야기를 담은 자전적 에세이다. 유년의 상처와 가난과 상실로 스스로 망가진 땅이라 믿었던 저자는 들풀을 거두어 끈질기게 정원을 가꾸면서 야생으로부터 깊은 위안을 받는다. ■ “우리가 절망하고 슬퍼할 때에도, 야생 정원에서는 무엇이든 자라난다” 한여름의 짙푸른 잡초처럼 희망이 무성하게 자라는 어느 정원의 풍경 “가난의 풀, 우리 정원의 난민, 잡초는 도대체 어디서 태어나 여기까지 왔을까?” 사람이 원치 않는 곳에서 자라는 야생 식물을 일컫는 잡초는 인류 역사에서 사람들의 필요에 따라 재배되고 내쫓기기를 반복했다. 저자의 삶은 도무지 길들여지지 않아 환영받지 못하는 이 교란지 식물들처럼 느껴진다. 어린 시절의 상처와 죽은 언니를 향한 끝나지 않는 애도는 죽은 유령처럼 현재를 떠돌지만, 자신의 돌봄이 절실한 아들을 위해 매 순간 필사적으로 살아내야 한다. 척박한 땅에서도 열매를 맺고 언제 어디서든 뿌리를 내리고, 얼어붙은 땅에서도 되살아나야 하는 잡초의 운명이다. 인생의 불확실함과 무력감에 맞닥뜨렸을 때 시인은 들풀 정원을 가꾸며 스스로를 구원했다. 얼어붙은 흙을 고르고 자생 가능한 토양으로 마당을 다지며 겨울을 보낸 그녀는 드디어 본다. 부서진 흙과 갈라진 바위틈에서 쐐기풀, 우단담배풀, 미역취, 수선화, 창질경이, 석잠풀 같은 것들이 무성하게 자라나고, 그곳에 곤충과 새 등 새로운 생명이 날아드는 모습을. 그리고 콩과 호박과 로즈메리가 식탁을 향기롭고 풍성하게 채우고, 들풀의 꽃과 열매와 씨앗이 잼과 수프와 술과 차와 물약으로 돌아오는 현실을. 회색 돌뿐이던 그들의 정원이 재생과 희망의 약초원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베넷은 이토록 경이로운 정원의 마법 속에서 천천히 자신을 치유하면서 큰언니를 온전히 애도하고 지금까지 가족들로부터 받은 사랑을 되새기게 된다. 그리고 지병에도 불구하고 자유로운 영혼으로 자라나는 아들을 바라보며 확신한다. 결코 “우리는 망가지지 않았다”고. 그리고 “때로 우리 삶은 부서짐에도 불구하고 자라는 것이 아니라 부서진 덕분에 자라날 수도 있다”고. ■ “회복을 위한 데이지, 역경에 맞서는 서양민들레, 외로움에는 붉은장구채…” 당신 인생의 모든 계절에 건네는 90가지 들풀의 위로 “썩은 구근이 있다면 살아나는 구근이 있듯이” 한 생명이 가고 한 생명이 다가오는 자연의 섭리는 경이로운 동시에 가혹하다. 왜 삶은 사랑하는 존재를 주었다가 다시 앗아가는가. 가슴을 찢는 애도 속에서도 육아는 삶의 환희가 되고, 아이가 한 뼘 자라나면 부모와의 이별은 한 걸음 더 가까워진다. 저자는 삶과 죽음, 만남과 이별, 애도와 모성을 야생의 순환에 비유하며 때로는 담담하게, 때로는 울부짖듯 노래한다. 삶의 무게를 이고 지며 살아온 한 인간의 길들여지지 않는 형형한 야생성 앞에서, 독자는 어느새 자기 삶의 볕과 그늘을 툭 하고 터놓게 된다. 야생의 에너지로 응축된 저자의 문장은 번역가 김명남의 유려한 번역으로 다시 태어나 깊은 울림을 전한다. 베넷은 이 책의 서두에서 자신이 뿌린 씨앗이 정원을 이룰지 알지 못했듯, 우리에게 손에 쥔 것이 고작 한 줌 잡초 씨앗일지라도 희망으로 자라날 무언가를 그저 “심어보라”고 권한다. 회복력을 상징하는 데이지, 역경에 맞서는 서양민들레, 외로움을 물리치는 붉은장구채… 저자는 90가지 들풀의 이름과 모습, 약초학에서의 쓰임과 주술적 의미를 자기 삶의 이야기와 연결 지음으로써 독특한 구성의 회고록을 완성시켰다. 우리 발밑에 있었으나 알아차리지 못했던 존재들, 지나쳐온 소중한 삶의 가치들을 눈여겨보길 바라는 섬세한 의도에서다. 현재형으로 쓰인 90편의 짧은 글들은 들풀 고유의 아름다움을 나타낸 판화 그림과 어우러져 마치 한 권의 아름다운 압화집을 보는 듯하다. 여기에 한국어판에 특별 수록한 식물세밀화가 조아나 작가의 일러스트가 더해져 들풀 정원을 거니는 듯한 힐링의 시간을 선사한다. ■ “무엇이 될지 모르는 씨앗일지라도, 희망을 심는 마음으로” 부서지지 않는 모성, 그리고 세상 모든 ‘야생의 여자들’에게 보내는 연대 저자는 정원을 가꾸는 행위를 통해 스스로 가난하고 부족한 어머니일지라도 아이게는 충분히 비옥한 토양이 될 수 있음을 믿게 된다. 그리고 자신이 스스로를 구원할 수 있도록 지지와 사랑을 보내주었던 ‘야생의 여자들(Wild Womens)’을 떠올린다. 바로 “아무 표시도 없는 봉투에 야생화 씨앗을 모아 정원 가장자리에 뿌리는” 의외성의 즐거움을 가르쳐준 어머니, 아무리 힘든 경험도 이로운 것으로 바꿀 줄 알았던 큰언니와 힘들 때마다 투사처럼 달려와 자신을 보호해주었던 언니들, 그리고 자신과 함께 목소리를 내어주는 친구들 말이다. 베넷은 어머니의 정원에 심겨 있던 당개나리 꽃가지를 꺾어 자신의 정원에 심는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마을에는 큰 홍수가 나서 정원은 다시 만신창이가 되지만, 당개나리는 죽지 않고 다음 계절에 꽃을 피울 것이다. 그렇게 하나의 생명이 가고 새로운 생명이 이어진다. 어머니 식물에게 위협이 닥치면, 식물은 미래에 자식 식물이 살아남는 데 도움이 될 기억을 씨앗 속에 남겨둔다고 했다. 저자는 어둠에 지지 않고 희망을 지켜냈다는 기억, 돌과 쓰레기와 모든 망가진 것으로부터 정원을 길러냈으며, 게다가 그 정원이 번성했다는 기억을 이 책에 씨앗처럼 남겼다. 그리하여 정원이 가르쳐준 인생의 진실을 우리에게 전한다. 달리 아무것도 확실한 것이 없을 때에는 앞으로 자라날 희망을 심어보라는 바로 그 진실 말이다.
저자 : Bennett, Victoria , 출판사 : 웅진지식하우스 , 입수일자 : 2024.08.28 ]]>
Bennett, Victoria 2024-08-28
<![CDATA[떠나간 자와 머무른 자]]> * 전 세계 43개국 출간 예정 * 2016 맨부커 인터내셔널상 노미네이트 * 2016 타임지 선정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 * 2015 이탈리아 스트레가상 노미네이트 * 2015 타임지 선정 ‘올해 최고의 소설 1위’ * 2015 가디언지 ‘작가가 선정한 올해 최고의 책’ * 2015 BBC 선정 ‘올해 최고의 소설’ 전 세계를 강타한 베스트셀러 작가 엘레나 페란테의 ‘나폴리 4부작’ 제3권 『떠나간 자와 머무른 자』는 청춘의 끝자락에서 펼쳐지는 본능적이고 호소력 있는 이야기다. 레누와 릴라라는 두 여성의 60여 년간 우정을 그린 ‘나폴리 4부작’은 제1권 『나의 눈부신 친구』에서 두 주인공의 유년기와 사춘기를, 제2권 『새로운 이름의 이야기』에서는 청년기를 그렸다. 제3권 『떠나간 자와 머무른 자』에서는 중년기에 접어든 두 주인공이 결혼과 출산, 육아를 경험하며 각자의 삶을 살아간다. 나폴리를 떠나는 레누와 나폴리에 머무르는 릴라의 삶은 급변하는 사회상과 더불어 점점 복잡하고 다양해진다. 릴라와 레누의 관계는 마치 용수철처럼 서로에게서 멀어졌다가 다시 회복하기를 반복한다. 우리는 이들의 관계에서 애정과 증오, 사랑과 질투, 우정과 연대 등 인간의 모순적인 감정을 동시에 발견할 수 있다. 페란테는 이를 낱낱이 파헤쳐 그들을 지배하는 ‘불안감’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격렬하고 맹렬한 페란테의 서사는 전 세계 독자들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범죄와 폭력, 역사와 개인의 삶이 교차하다 ‘나폴리 4부작’은 『나의 눈부신 친구』 『새로운 이름의 이야기』 『떠나간 자와 머무른 자』『잃어버린 아이 이야기』로 구성된 인생과 우정, 역사가 담긴 대서사시다. 그중 제3권 『떠나간 자와 머무른 자』는 맹렬한 우정에 관한 이야기이자 균열된 이탈리아의 격동적인 역사에 맞서 두 여자가 겪는 내적 폭력에 관한 이야기다. 『떠나간 자와 머무른 자』는 제2권 『새로운 이름의 이야기』의 후반부에서 작가로서 성공하는 레누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릴라를 중심(가정 폭력에 노출된 릴라, 구두를 디자인하는 릴라, 돈 많은 스테파노와 결혼하는 릴라 등)으로 진행된 제1권과 제2권에 비해 확연히 다른 지점이다. 『떠나간 자와 머무른 자』에서 레누는 릴라가 머무르는 고향 동네로 돌아오지 않고, 명문가 집안의 아들로 대학교수인 피에트로와 피렌체에서 결혼 생활을 시작한다. 레누가 출간한 소설은 세간의 주목을 받지만 고향 사람들은 오직 “야릇한 부분”에만 관심을 갖는다. 작가로서 성공한 레누는 결혼, 출산, 육아의 과정을 경험한다. 두 딸의 엄마가 된 레누는 결혼이 지루한 일상의 반복이라고 생각한다. 한편 릴라는 열악한 햄 공장에서 일하면서 아들 젠나로를 키운다. 컴퓨터가 없는 상황에서 엔초와 매일 저녁 컴퓨터 공부를 한다. 정신적으로라도 엔초를 붙잡아놓기 위해서, 릴라 자신을 떠나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 두 여자의 개인적인 성장과 변화와 함께 역사도 대격변의 시기를 맞이한다. 거리의 폭력은 학생 시위, 공산주의자와 파시스트의 충돌로 확대된다. 릴라는 햄 공장의 노동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노조에 가입해 노동투쟁에 나선다. 릴라는 비아냥거리는 말투로 자기는 노동계급이니 뭐니 하는 것은 잘 모른다고 했다. 자기는 지금 일하고 있는 공장의 노동자들밖에 모르며 이들에게서 배울 것은 빈곤함 빼고는 아무것도 없다고 했다. 그러고는 청중에게 물었다. “하루 여덟 시간을 모르타델라 햄을 익히는 물속에서 허리까지 몸을 담그고 일하는 게 어떤 느낌인지 상상이 되나요? (…) 이것이 내가 일하는 공장의 현실이에요. 노조는 이곳에 발을 디뎌본 적도 없고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하나같이 위협에 시달리는 불쌍한 사람들이죠. 이들에게는 사장의 말이 법이에요. 사장은 돈을 준다는 명목하에 노동자들을 자기 소유물처럼 대하죠. 그들의 삶도 가족도 그들을 둘러싼 모든 것이 자기 것인 양 굴어요. 자기 말대로 하지 않으면 무참히 박살내버리겠다는 심보예요. 역사소설이 아니면서도 이 소설을 읽다보면 이탈리아의 역사가 궁금해진다. 가장 개인적이고 내밀한 이야기를 쓴 것 같은데도 책을 읽다보면 격동의 이탈리아 역사 한가운데 빠져 있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킨다. 페란테는 강물 같은 커다란 역사의 흐름을 살아내는 물방울 같은 개인의 존재에 주목한다. 다시 말해 “이 대담하고 화려하고 잔인한 소설에서 페란테는 정치와 개인의 삶 사이에 존재하는 깊은 관계를 추적한다. 이는 우리가 현재 삶을 살아가는 방식의 새로운 버전이다”(뉴욕타임스). 따라서 이들의 성장은 결코 사적이고 개별적인 것이 아니다. 진보하는 역사와 사회와 맞물려 이들의 삶도 끊임없이 전진한다. 하지만 미처 길에 들어서기도 전에 공장 밖에서 우르르 뛰어 들어오는 공장 사람들에게 휩쓸리지 않기 위해 한쪽으로 비켜서야 했다. 에도를 비롯한 몇몇 사람이 폭행을 막으려다 실패하고 도망쳐 들어오는 중이었다. 남자 여자 할 것 없이 모두 쇠막대기를 든 두 사내를 피해 달아나고 있었다. 페란테, 새로운 페미니즘적 글쓰기를 보여주다 제1권『나의 눈부신 친구』가 지하창고로 떨어진 인형에서 출발한다면 제3권『떠나간 자와 머무른 자』는 쓰러져 있는 한 여성에게서 시작한다. 레누와 릴라의 어린 시절 소꿉동무이자 미켈레의 전 부인 질리올라는 성당 옆 화단에 “고통과 두려움에 몸부림치다 벗겨”져 한쪽 구두만 신은 채 시체로 발견된다. 미켈레에게 버림받은 질리올라의 망가진 몸은 질리올라 개인의 비참한 삶을 드러낼 뿐만 아니라 나폴리에 사는 여자들이 여전히 위험에 노출되어 있음을 암시한다. 레누에게 나폴리는 끊임없는 폭력에 시달리는 곳이었고 여자들은 자주 이러한 폭력에 희생되었다. 레누는 작가로서 성공하고 학자 집안과 결혼한 자신의 이력과 어울리는 언어(표준어)를 자연스럽게 구사하는 법을 습득하는 동시에 자신의 출신 성분에 부합하는 언어(나폴리 사투리)도 잊지 않으려 한다. 이는 가부장적 제도를 비롯해 도처에 도사리고 있는 정신적·육체적 폭력에서 자신을 필사적으로 방어하기 위함이다. 『떠나간 자와 머무른 자』의 초반부에서 질리올라가 시체로 발견되는 장면이 암시하듯, 『떠나간 자와 머무른 자』에서 페란테는 무엇보다 여성 문제에 많은 부분을 할애한다. 당시 이탈리아에서는 학생운동, 노동운동과 더불어 여성해방운동도 활발히 전개되고 있었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 속에서 학업을 마치고 성공한 레누는 집안일과 육아를 도맡는 어머니로서의 자신의 정체성을 아무런 의문 없이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가부장적이고 자신의 일에만 몰두하는 남편 피에트로와의 결혼 생활은 만족스럽지 않았으며 집안일과 육아 때문에 두 번째 소설을 집필할 엄두를 내지 못한다. 급작스럽게 찾아온 이러한 변화로 레누는 자신에게 부여된 새로운 정체성을 끊임없이 사유하며 내적으로 갈등한다. 레누는 시누이 마리아로사와 어울리다 점점 페미니즘에 빠져든다. 이는 육아에 지친 레누의 삶과 지지부진한 글쓰기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그러나 마리아로사가 주관하는 페미니스트 모임에 참가한 레누는 이들에게 실망한다. 우리는 우리 자신에 대해서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 여성의 모든 행동과 생각과 논의와 꿈을 깊이 파고들어가 보면 결국은 그 무엇도 우리 것이 아닌 것 같았다. 이렇게 심오한 통찰은 정신력이 가장 약한 여성들을 지치게 했다. 이들은 과도한 자아성찰을 견디지 못하고 여성해방을 달성하려면 그저 여성을 자신의 삶에서 내쫓기만 하면 된다고 주장하기에 이르렀다. 레누는 그 모임에 참가하는 여자들이 자신과 별반 다를 게 없어 큰 도움을 받지 못한다. 레누는 이들처럼 급진적이고 거창하지만 한편으로는 공허한 정치적 구호를 외치는 페미니스트들과는 다른 길을 걷는다. 오히려 혼자 집필에 몰두해 자아를 돌아보며 페미니즘적인 사고를 발전시킨다. 이와 같이 새로운 방식으로 페미니즘적인 사유를 전개하기 때문에 여기서도 개인의 삶과 정치적 사상은 양분되는 것이 아니라 그 둘의 “경계는 해체”되고 뒤섞이며 앞으로 나아가는 것임을 알 수 있다. 레누의 두 번째 소설 초안을 읽은 니노와 아델레 부인 그리고 출판사 편집장은 이 원고를 극찬한다. 이는 남성 중심적 사회의 기원을 신화적으로 재해석한 레누의 두 번째 소설은 창조의 순간에서부터 여성은 남성의 어근에 붙은 접미사일 뿐이기 때문에 여성은 오직 남성의 언어 속에서만 스스로를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긴 세월을 지나며 남성 중심적이고 가부장적인 역사는 DNA화되었고 따라서 여성은 남성에 의해 주조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페란테는 이러한 끔찍한 진실을 폭로한다. 모두가 외면하고 싶거나 외면해온 사실을 레누의 입을 빌려 폭로함으로써 남성에 비해 대우받지 못하는 여성의 지위와 상황을 돌아보게 한다. 남성 중심적인 사회의 현실을 호도하지 않고 올곧게 바라보는 것에서부터 페란테나 레누의 페미니스트적 행보가 시작되는 것이다. 앞으로 레누가 이 두 번째 소설을 어떻게 전개해나갈지 기대되는 이유다. 레누는 릴라의 삶을 살고 릴라는 레누의 삶을 산다 『떠나간 자와 머무른 자』에서도 릴라와 레누의 관계는 우정 그 이상을 보여준다. 전작인『나의 눈부신 친구』와 『새로운 이름의 이야기』에서 릴라와 레누는 나폴리라는 같은 공간에서 직접 교류하며 서로에게 즉각적으로 반응한다. 그러나 『떠나간 자와 머무른 자』에서 레누가 피렌체로 떠나면서 이들의 관계는 멀어졌다가 가까워지기를 반복한다. 성인이 된 그들의 관계는 점점 더 ‘분리’할 수 없다. 이는 릴라가 어릴 때 쓴 이야기를 베껴 자신의 첫 소설을 출간한 레누의 모습에서 잘 드러난다. 레누의 성공은 오로지 레누 혼자만의 노력으로 일궈낸 것이 아니었고 릴라가 존재함으로써 가능했다. 릴라에 대한 레누의 질투도 기형적이다. 자신의 첫사랑 니노에 대한 마음은 예전에 니노의 연인이었던 릴라를 향한 감정과 함께 뒤섞인다. 니노를 향한 순수한 마음과 한때 릴라의 연인이었던 니노를 차지한다는 욕망이 레누의 내면에 공존한다. 니노 때문에 너 자신을 버리겠다고? 그딴 자식 때문에 가정을 망가뜨리겠다고?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아? 그 자식은 너를 이용하고 네 피를 쪽쪽 빨아 먹어 살고 싶은 마음이 싹 사라지게 만든 다음에 너를 버릴 거야. 이럴 거면 대체 왜 그렇게 공부를 많이 한 거야? 네가 내 몫까지 멋진 삶을 살아줄 거라고 상상했는데 다 소용없는 짓이었어. 내가 틀렸어. 너는 바보 멍청이야. 니노를 둘러싼 레누와 릴라의 관계는 비정상적인 것처럼 보인다. 한때 릴라의 연인이었던 니노를 이제 레누가 차지하려고 한다. 그것도 안정적인 가정을 버리면서까지 말이다. 자신의 선택을 계속해서 합리화하고 정당화하려는 레누와 이러한 레누를 질책하는 릴라의 관계는 간단히 설명할 수 없을 만큼 미묘하고 복잡하다. 니노와의 관계뿐만 아니라 삶의 모든 측면에서 레누와 릴라는 경쟁 관계에 있다. 하지만 이들의 경쟁은 상대방이 꼭 패배해야 하는 일반적인 경쟁과는 사뭇 다르다. 상대방이 패배한다면 이들의 관계는 유지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릴라와 레누는 서로가 서로에게 기생하고 공생한다. 레누는 릴라의 삶을 살기도 하고 릴라는 레누의 삶을 살기도 하는 것이다. 레누가 자신이 쓴 글을 릴라에게 읽어달라고 부탁하자 릴라는 극구 사양하다 마지못해 받아들인다. 레누가 자신의 글에 대해 평해달라고 재촉하자 릴라는 그만 참지 못하고 흐느끼며 이렇게 말한다. 다시는 내게 책을 읽으라고 하지 말아줘. 나는 그럴 만한 사람이 못돼. 난 네가 항상 최고였으면 좋겠어. 나는 네가 이보다 훨씬 뛰어난 글을 쓸 수 있다고 확신해. 네가 더 잘하기를 원해. 그게 내 가장 큰 소망이야. 네가 뛰어나지 못하면 내 존재는 아무런 의미도 없으니까. 이처럼 릴라는 멋진 소설을 쓰고 싶은 자신의 욕망을 레누에게 투사한다. 레누 역시 마찬가지다. 레누는 어릴 적부터 릴라에게 열등감을 느낀다. 자신이 처한 모든 상황을 릴라에게 대입해 생각해본다. 릴라였으면 어떻게 행동했을지를 먼저 떠올리는 레누에게 릴라는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물론 그동안 무엇인가가 되기는 했었다. 그것만은 확실하다. 뚜렷한 대상도, 진정한 열정도, 확실한 야망도 없이 말이다. 릴라는 중요한 사람이 되는데 나만 혼자 뒤처질까봐 무엇인가가 되고 싶었을 뿐이었다. 중요한 것은 뭐라도 되는 것이었으니까. 나는 무엇인가 되기를 바랐지만 릴라의 영향에서 벗어나지는 못했다. 이제 나는 다시 무엇인가가 되어야 한다. 이번에는 오직 나를 위해서 그렇게 되어야 한다. 릴라에게서 벗어나 성숙한 인격체로서 말이다. 레누는 릴라에게 의존하지 않고 두 발로 꼿꼿이 서려고 고군분투한다. 두 번째 소설의 출간이 그러한 노력의 일환이 될 것이다. 소녀 시절을 거쳐 성인이 된 릴라와 레누의 우정은 격렬하고 경이롭다. 페란테는 “여성의 우정은 규정화된 규칙이 없는 미지의 세계”라고 말한다. 그 안에서는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고 아무것도 확실하지 않다는 것이다. 또한 우정은 “도박”이 되기도 하고 “힘든 일”이 되기도 하며 소설의 매 단계에는 위기가 존재한다고 말한다. 페란테가 말하듯 맹렬하고 끔찍한 운명이 레누와 릴라를 찾아가더라도 이들의 우정은 계속 전개될 것이다. 페란테는 언제나 글 안에 있다 페란테의 ‘나폴리 4부작’은 레누와 릴라의 궤적을 쫓으며 우리 자신의 욕망과 우정을 반추해볼 수 있는 기회다. 페란테는 오늘날 활동하는 최고의 소설가다. 그러나 지금도 여전히 엘레나 페란테의 정체는 여전히 베일에 가려 있다. 페란테의 인기가 치솟는 만큼 페란테의 정체를 밝혀내려는 여러 시도가 있었지만 종국에는 페란테의 정체를 밝혀내려는 시도는 무용하며 페란테의 작품 자체와 마주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견해로 의견이 수렴되는 추세다. 페란테의 정체를 밝히는 것보다 ‘나폴리 4부작’을 읽는 것이 훨씬 흥미롭기 때문이다. 『떠나간 자와 머무른 자』를 읽은 후에 엘레나와 릴라, 피에트로, 스테파노, 리노, 마르첼로 그리고 미켈레에게 무슨 일이 생겼는지 관심을 가지지 않기란 불가능하다. 이는 페란테가 조각가인지 광대인지 심지어 남자인지 밝혀내는 것보다 더 흥미롭다. (캐나다_내셔널 포스트) 엘레나 페란테의 정체를 밝히는 데 실패했는데도 많은 비평가와 독자는 페란테를 사랑한다. (덴마크_폴리티켄) 이러한 논란 속에서 페란테는 작품은 오직 독자만을 필요로 하며 작가는 필요 없다고 말한다. 단순하게 글쓰기를 통해 작가 스스로를 대중에게 보여준다면 익명성은 단지 소설의 일부가 될 뿐이다. 다시 말해 페란테에게는 오로지 글쓰기의 형태로 기록된다는 사실만이 중요하다. 이와 같은 페란테의 생각은 『떠나간 자와 머무른 자』의 초반부에 나타나는 릴라와 레누의 말다툼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릴라는 자신의 이야기를 쓰려는 레누에게 경고한다. 만약 자신의 이야기를 쓴다면 컴퓨터를 뒤져 파일을 삭제할 것이라고 협박도 한다. 레누는 컴퓨터 정도는 보호할 줄 안다고 맞대응하지만 릴라는 싸늘하게 반응한다. “그래도 나는 못 당할걸?” 자신과 주변의 이야기를 쓰고 싶어 하는 레누의 욕망에서 우리는 글쓰기를 향한 페란테의 집착을 엿볼 수 있다. 앞으로도 페란테는 글을 쓰려는 자신의 욕망을 펼쳐보일 것이며 자신의 글 안에서 하나의 울림으로 존재할 것이다. 우리는 침묵 속에서 차례를 기다렸다. 딱 한 번 릴라가 침묵을 깼다. 이미 오는 길에 내 외모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던 릴라는 다시 나지막한 소리로 말했다. “너 지금 저 액자에서 걸어 나온 사람처럼 보여. 너는 귀부인이고 나는 하녀 같아.” 언제나 글 안에서만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페란테는 ‘떠나간 자’와 ‘머무른 자’ 가운데 누구의 손을 들어줄 것인가. 누구에게 원하는 삶을 살아가게 할 것인가.
저자 : Ferrante, Elena , 출판사 : 한길사 , 입수일자 : 2024.08.28 ]]>
Ferrante, Elena 2024-08-28
<![CDATA[라비우와 링과]]> 김서해 2024-09-05 <![CDATA[로재나]]> 전 세계 36개국 출간, 1000만 부 판매 경찰소설의 모범이자 북유럽 미스터리의 원점 ‘마르틴 베크’ 시리즈 국내 최초 출간! 요 네스뵈, 헨닝 망켈 등 유수의 범죄소설 작가들이 가장 사랑하는 시리즈, 북유럽 미스터리의 원점, 경찰소설의 모범 ‘마르틴 베크’ 시리즈가 엘릭시르에서 국내 최초로 정식 출간되었다. 시리즈의 첫 작품 『로재나』와 두 번째 작품 『연기처럼 사라진 남자』가 동시에 출간되었으며, 특히 첫 권에는 저자 마이 셰발이 직접 쓴 한국어판 서문이 수록되었다. 각 권에 사건이 벌어지는 장소의 지도를 첨부하여 낯선 배경에 대한 이해를 돕고 있다. 또한 장르 소설 전문 평론가인 박광규의 해설을 실어 북유럽 범죄소설에 대한 거리감을 한층 줄여준다. 열 권으로 이루어진 ‘마르틴 베크’ 시리즈는 스웨덴 국가범죄수사국에 근무하는 형사 마르틴 베크를 주인공으로 하는 경찰소설이다. 공동 저자인 마이 셰발과 페르 발뢰는 이 시리즈에 ‘범죄 이야기’라는 부제를 붙여 부르주아 복지국가인 스웨덴이 숨기고 있는 빈곤과 범죄를 고발하고자 했다. 또한 긴박한 전개와 현실적인 인물이 자아내는 위트도 갖추고 있어 뛰어난 오락성도 동시에 제공하는, 두 마리 토끼를 훌륭하게 잡은 작품이다. 작품성과 대중성을 모두 갖춘 이 시리즈를 기점으로 북유럽 범죄소설은 ‘셜록 홈스’ 식 수수께끼 풀이에서 탈피하여, 현실적이고 입체적인 인물이 등장해 사회의 문제점을 고발하는 방향으로 흘러갔다. 스웨덴 범죄소설작가 아카데미는 이 시리즈가 기여한 바를 기리기 위해 마르틴 베크상을 제정하여 매년 훌륭한 범죄소설에 시상하고 있다. ●‘마르틴 베크’ 시리즈의 시작: 『로재나』 스웨덴을 가로지르는 유명한 관광지 예타운하에서 한 여성의 시신이 발견된다. 성폭행과 교살의 흔적 말고는 아무 단서도 없는 답답한 상황. 스웨덴 최고의 형사 마르틴 베크가 가세하지만 수사는 진전을 보이지 않는다. 마르틴 베크와 동료들은 모든 증거들을 하나하나 재검토하는 것으로 실마리를 찾는다. ‘마르틴 베크’ 시리즈의 첫 권 『로재나』에 대한 아이디어는 셰발과 발뢰가 사건의 배경이 되는 예타운하를 여행할 때 얻었다. 이 소설가 커플이 탄 운하 여객선에 검은 머리카락의 아름다운 미국인 여성이 타고 있었고, 발뢰가 그 여성을 빤히 보고 있다는 것을 눈치챈 셰발이 “저 여자를 죽이는 걸로 이야기를 시작하면 어때?”라는 농담을 던졌다. 이야기는 정말로 그렇게 시작되었다. 『로재나』는 출간 당시 스웨덴 사회에 신선한 충격을 던져주었다. 말 그대로 ‘현실적인 경찰 수사’가 나오기 때문이었다. 영웅적인 면모로 범죄를 해결하거나 번뜩이는 직관력으로 수수께끼를 푸는 탐정 대신, 여러 명의 경찰관들이 등장해 함께 애를 쓰고 난관을 넘어서며 차근차근 사건을 해결한다. 천재적인 추리력보다는 충분한 물적증거를 통한 공동의 판단이 유효한 현실적인 세계관이다. 저자들은 경찰이라는 직업을 있는 그대로 화려하지 않게 그리는 데 공을 들였으며 느리고 짜증스러운 현실의 수사에서 유발되는 긴장감을 사용해 철저한 사실주의를 구현했다. ‘마르틴 베크’ 시리즈의 첫 권으로서 『로재나』는 경찰소설로서의 성격을 가장 잘 보여주고 있는 작품이다. ●‘마르틴 베크’ 시리즈의 특징: 노련한 설계로 만들어진 작품 마이 셰발과 페르 발뢰는 전직 기자였다. 그들은 기자 생활에서 얻은 통찰력으로 스웨덴 사회에 숨겨진 범죄를 알아보았고, 철두철미한 조사 능력을 활용해 범죄와 경찰 수사의 현실적인 모습을 담은 소설을 썼다. ‘마르틴 베크’ 시리즈는 범죄 현장의 모습, 작중 인물들이 이동하는 거리와 시간까지 사실을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작은 에피소드 하나하나까지 당시 스웨덴 사회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현실적이고 상세하며 탄탄하게 설계된 플롯을 토대로 두 사람은 처음 계획대로 열 권짜리 시리즈를 완성했다. ‘마르틴 베크’ 시리즈의 플롯의 우수성은 출간 오십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빛이 바래지 않았다. 밸 맥더미드나 헨닝 망켈 등 유수의 작가들이 아직까지도 감탄을 금치 못할 정도다. 이 시리즈는 사건 현장에 대한 독특한 묘사가 담긴 도입부로 독자를 단번에 작품 속으로 끌어들인 후, 기막힌 솜씨로 숨겨놓은 복선들로 클라이맥스에서 독자들의 허를 찌른다. 타고난 재능을 가진 두 저자가 만들어낸 기발한 스토리 라인들은 후대 작가들이 몇 번이나 재사용했다. 밸 맥더미드가 말했다시피 “경찰 수사물이라는 하위 장르에서 클리셰가 되다시피 한 갖가지 핵심적인 장치들이 바로 이 열 권의 소설에서 탄생”했다. 무엇보다 필력이 무르익기를 기다릴 필요 없이, ‘마르틴 베크’ 시리즈는 첫 권에서부터 작가들의 노련한 솜씨를 만끽할 수 있다. ●북유럽 범죄소설사에 큰 획을 그은 시리즈 셰발과 발뢰는 보다 많은 사람들이 경각심을 가지길 원했기에 범죄소설이라는 대중적인 형식을 택했다. ‘마르틴 베크’ 시리즈에는 현실의 범죄가 담겨 있기 때문에 반드시 현실적인 경찰 수사가 등장해야 했다. 그전까지 스웨덴에서는 범인의 정체를 알아내거나 트릭의 수수께끼를 푸는 범죄소설이 유행했지만, 셰발과 발뢰의 데뷔 이후 현실적이고 입체적인 인물이 등장해 사회의 문제점을 고발하는 풍조가 자리잡았다. 비판의 대상은 복지국가의 이면, 부유층의 비리 등에서 첨단 기술의 역효과, 환경문제 등 사회문제 전반으로 확장되었다. ‘마르틴 베크’ 시리즈 이후 범죄소설은 사회를 비추는 거울의 역할을 수행한다. ‘마르틴 베크’ 시리즈의 영향을 받은 작가로는 영미권에서 선풍적인 인기몰이를 한 ‘쿠르트 발란데르’ 시리즈의 저자 헨닝 망켈,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인 ‘밀레니엄’ 3부작을 쓴 스티그 라르손, 그리고 국내에서 큰 사랑을 받은 ‘해리 홀레’ 시리즈의 작가인 요 네스뵈가 있다. 놀라운 재능을 가진 후대 작가들이 나올 때마다, ‘북유럽 미스터리의 원점’이라는 명예로운 이름과 함께 ‘마르틴 베크’ 시리즈는 거듭 언급되며 불후의 명작으로서 가치를 증명하고 있다. [추천사] ●이 시리즈에 바치는 찬사들 “스릴러소설의 정점을 찍은 시리즈.”_리 차일드 “경찰 수사물이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것.”_ 마이클 코널리 “경찰 수사물의 핵심적인 장치들을 탄생시킨 시리즈.”_ 밸 맥더미드 “범죄소설의 모범을 제시했다. 북유럽 범죄소설의 시작점.”_ 요 네스뵈 “이 시리즈는 현대의 고전이 되었다. 내게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시리즈.”_ 헨닝 망켈 “도스토옙스키 이후 가장 복잡하고 탐구적이며, 궁극적으로는 당신을 서글프게 만들 범죄소설.”_ 미국 《시카고 선타임스》 “평온한 수면 아래 숨어 있는 위험에 대한 흥미롭고 충격적인 작품.”_ 미국, 《퍼블리셔스 위클리》
저자 : 발뢰, 페르 , 출판사 : 엘릭시르 , 입수일자 : 2024.09.05 ]]>
발뢰, 페르 2024-09-05
<![CDATA[면도날]]> 『인간의 굴레에서』, 『달과 6펜스』와 함께 서머싯 몸의 3대 장편소설 중 하나 비정한 현실을 정면으로 마주하려는 모든 젊은이들에게 바치는 작품 평범한 삶의 위대함, 그 위대함을 넘어서는 고귀한 여정 “몸은 위대한 예술가다. 그는 천재다.” ―시어도어 드라이저 “보기 드물게 뛰어난 몸의 스토리텔링 능력은 상상력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선데이 타임스》 “이 시대의 정직한 작가라면 서머싯 몸의 작품에 도저히 무관심한 척할 수가 없다. 몸은 작가로서 빛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고어 비달 서머싯 몸의 장편소설 『면도날』은 1930년대 유럽, 그 풍요와 야망의 시대를 배경으로 꿋꿋이 자신만의 길을 개척하는 한 젊은이의 구도적 여정을 그린다. 『달과 6펜스』, 『인간의 굴레에서』와 함께 서머싯 몸의 대표적인 장편소설로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아 온 『면도날』은 날카로운 면도날을 넘어서는 것처럼 고되고 험난한 구도의 길을 선택한 한 젊은이를 통해 삶이 무엇인지에 대한 본원적인 질문을 던진다. 몸은 ‘구원’이라는 다소 무겁고 진지한 주제를 다루면서도 그 특유의 명쾌하고 간결한 문체와 유머를 잃지 않아, ‘소설은 재미를 위한 것’이라는 자신의 문학관을 이 작품에서도 성공적으로 보여 준다. 치밀한 구성으로 주인공 래리뿐 아니라 그 주변 인물들이 발산하는 젊음의 색깔들을 고르게 펼치는 『면도날』은 이 시대의 움츠러든 청춘들에게 인생에서 가장 가치 있는 것이 무엇인가 하는 진중한 화두를 던진다.■ 대중이 사랑한 20세기 작가 서머싯 몸 서머싯 몸은 자전적 회상록 『요약(The Summing Up)』에서 “나는 20대에는 비평가들의 잔인한 평을 받았으며, 30대에는 건방지다는 평을, 40대에는 냉소적이라는 평을, 50대에는 유능하다는 평을, 그리고 60대에는 천박하다는 평을 받았다.”라고 말했다. 많은 작품이 사랑받았고, 말년에는 명예 훈위, 문학 훈위 칭호까지 받은 작가에 대한 평가치곤 가혹하게 느껴지지만, 이 고백이 작가의 엄살만은 아니다. 실제로 그는 생전에 비평가들에게 외면당한 작가였고, 그 명성에 비해 작품에 대한 진지한 연구는 아직까지도 의외로 적다. 하지만 우리가 잘 알고 있듯이 몸은 많은 독자들에게 재미와 감동, 통찰과 발견을 제공한 20세기 대표적인 작가이다. 그는 91세까지 사는 동안 장편소설 20편, 희곡 25편, 여행기와 평론집 11편, 단편소설 100편을 완성해 “정력의 작가”라는 별명을 얻었을 만큼 성실하게 작품 활동을 했는데, 문학을 향한 그의 높은 열정은 당대의 대중들에게 고스란히 전해졌다. 따라서 몸의 표현을 빗대어 그를 다시 소개하자면, 그는 살아서는 대중의 열광적인 사랑을 받았고, 죽어서는 불멸의 고전으로 기억되는 거장이 되었다. 특히 그의 몇몇 장편은 날카로운 관찰력과 생생한 인물 묘사를 바탕으로 심오한 세계를 창조해 고전의 반열에 올랐다. 그중 하나가 뒤늦게 우리나라에 정식으로 소개되는 『면도날』이다.■ 평범한 인간이 추구할 수 있는 가장 고결한 가치 이 작품의 가장 중요한 축은 주인공 래리의 구도적 여정이다. 비록 어려서 부모를 잃었지만, 유복한 후견인 집안에서 부족할 것 없이 자란 래리는 여느 젊은이들처럼 교회에도 나가고 골프도 즐기는 평범한 청년이었다. 어려서부터 사귀어 온 예쁜 여자 친구와의 결혼도 아무런 장애 없이 받아들일 만큼 그의 미래는 순탄해 보였다. 하지만 비행기를 탈 수 있다는 소박한 기대로 1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뒤로 래리의 삶은 보통의 젊은이들과는 다른 궤도에 들어선다. 부대에서 친해진 쾌활한 친구가 교전 중에 자신을 구해 주고는, 눈앞에서 숨을 거두는 장면을 목격하게 된 것이 계기였다. 전쟁이 끝나고 고향으로 돌아왔지만, 삶의 날카로운 일면을 경험한 그는 무엇이라고 정확하게 설명할 수 없는 존재론적 질문들에 사로잡힌다. “나는 순간, 직감이랄까, 이 청년의 내면에서 어떤 혼란스러운 갈등이 요동치고 있지 않은가 하는 느낌이 들었다. 그런 갈등이 어느 정도 깊은 생각에서 기인한 것인지, 아니면 막연한 감정에서 비롯된 것인지는 나도 알 수 없었지만, 혼란과 불안감에 사로잡혀서 어딘지도 모르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 같았다.” 결국 래리는 안정된 직장과 결혼을 앞둔 약혼녀, 평범하게 상류사회의 일원이 될 수 있는 기회를 모두 버리고 인간 존재에 대한 철학적인 답을 찾아 먼 길을 떠난다. 그 구도의 여정은 프랑스의 탄광과 수도원, 독일의 농장,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곳곳을 돌아 마침내 인도의 아슈라마에까지 이른다. 이 작품 속 시대는 1차 세계대전에서 시작하여 대공황기를 거쳐 2차 세계대전까지 이어진다. 여러 굵직한 사건들로 인해 전통적 가치가 붕괴되고 새로운 가치는 미처 성숙하지 못한 사회적 혼란기이다. 하지만 『면도날』은 이 혼돈을 소모적인 허무주의나 현실 도피로 연결하지 않는다. 세속적인 허영과 불안에 주목하기보다 래리라는 인물을 통해 인간은 왜 사는가, 어떻게 살 것인가와 같은 삶의 근본적인 물음에 몰입한다. 소설 속 래리의 구원은 동양적 세계관과 닿아 있다. 래리는 로이스부르크 같은 신비주의자의 책을 탐독하고, 개개인의 영성적 변화에서 구원을 찾으며, 방랑자적인 면모를 풍긴다. 이것은 서머싯 몸 자신의 관심과도 일치한다. 실제로 몸은 젊은 시절 인도 여행을 통해서 많은 철학적 영감과 얻었으며, 그 경험을 이 소설에서 생생하게 녹여 낸다.■ 세속적 삶 속에 숨겨진 성스러운 씨앗 한편 래리의 약혼녀 이사벨은 인생의 갈림길에서 래리와 전혀 다른 결단을 내린다. 어려서부터 한동네에서 함께 자라서 래리에 대해서라면 모르는 게 없다고 자부하는 이사벨이지만, 전쟁에서 돌아온 래리가 예전과는 다른 사람처럼 낯설게 느껴져 불안해한다. 결혼은커녕 취직할 의지도 없이 “빈둥거리는” 래리를 보다 못한 이사벨은 파리에 가서 2년간 원하는 공부를 실컷 하고 돌아오라고 제안한다. 하지만 약속한 2년이 다 흐르도록 래리가 “바보 같은 소리”만 늘어놓자 미련 없이 그를 포기한다. “하지만 래리, 그거 알아? 당신은 나한테 맞지도 않는 삶을 요구하고 있어. 내가 관심도 없고, 또 관심을 갖고 싶지도 않은 삶 말이야. 난 그저 평범한 여자일 뿐이라고. 몇 번이나 말해야 알겠어? 난 이제 겨우 스무 살이야. 10년 후면 늙어 버릴 거고, 지금 시간이 있을 때 삶을 즐기고 싶어. 아, 래리, 난 당신을 너무나 사랑해. 하지만 당신이 말하는 삶은 시시해.” 사랑 대신 안정되고 화려한 생활을 선택한 이사벨은 래리의 친구이자 재벌 2세인 그레이와 결혼한다. 하지만 작가는 이사벨을 단순히 악녀로만 묘사하진 않는다. 오히려 순수하고 욕망에 솔직한 사랑스러운 여성으로 그린다. 그녀뿐만 아니라 무리한 고집으로 사업을 벌이다 대공황 때 빈털터리가 된 그레이나, 남편과 아이를 잃고 미쳐 버린 소피, 몽마르트르 화가들의 첩으로 살아가는 닳고 닳은 수잔, 파리 사교계의 지독한 속물 엘리엇마저도 작가는 “사랑할 만한” 사람이었다고 말한다. 몸은 여러 가지 희망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통해, 이 시대에 존재하는 다양한 가치들을 아름답게 진열한다. 결국 그것이 개인적인 행복이나 이기적인 욕망을 위한 것이라 할지라도 『면도날』의 인물들은 적어도 자신이 원하는 것에 당당하고, 그것을 위해 성실하게 노력한다. 이 작품에서 우리는 세속적 삶 속에 숨어 있는 성스러움의 씨앗을 볼 수 있다. 세속적 삶과 가장 동떨어진 래리조차도, 긴 여행의 깨달음을 바탕으로 현실과의 접점을 만들어 나간다. 이로써 작가는 시끌벅적하고 서로 부대끼는 구체적인 현실이 마냥 천박하고 비루한 것이 아니라 성스러움을 구현하는 장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야기 안팎을 오가며 펼쳐지는 생생한 입담 이 책의 독특함 중 하나는 작가 자신이 소설 속 인물로 등장한다는 것이다. 이야기의 화자이자 작품 속 조연인 ‘서머싯 몸’은 때론 인물들의 가까운 이웃으로, 때론 몇 년 동안 연락이 닿지 않는 옛 친구로 그들의 삶을 전해 준다. 소설 속 서머싯 몸은 명백히 가공된 인물이지만 작가라는 직업과 이름이 똑같을 뿐 아니라, 취미, 버릇, 성격 등 실제 자신을 모델로 실감나는 이야기를 창조한다. 또한 이러한 참신한 설정을 활용해, 작가는 이야기 밖에서 자신의 고민을 솔직하게 털어놓기도 한다. “지금껏 이렇게 염려스러운 마음으로 소설을 시작해 본 적이 없다. 내가 이 글을 소설이라고 부른다면 그것은 단지 마땅히 붙일 다른 이름이 떠오르지 않기 때문이다. 줄거리다운 줄거리도 별로 없고 결말이 죽음이나 결혼으로 끝나지도 않는다.” 말년의 몸은 여전히 독설가이고, 냉소적인 개인주의자이지만, 동시에 타인의 이기심에 관대하고, 아집을 포용하는 어른의 태도를 보여 준다. 작가는 『면도날』을 통해, 방황하는 모든 젊은이들에게 열성적인 후원자는 아닐지라도, 필요할 때 손을 내밀어 따뜻한 온기를 전한다. 『면도날』은 세상이 정해 놓은 레일을 뛰어 넘은 래리를 통해 인간 존재에 대한 깊은 성찰을 보여 준다. 누구에게나 잠재하는 숭고함의 씨앗은, 삶을 통해서 증명될 때 비로소 명징한 빛을 밝힐 수 있음을 역설하는 것이다. 동시에 작가는 자신이 창조한 숭고함을 절대시하기보다, 가치 판단은 독자들의 몫으로 남긴 채 각자의 자리에서 고군분투하는 모든 이의 삶에서 감동과 공감을 이끌어낸다.
저자 : 몸, 윌리엄 서머싯 , 출판사 : 민음사 , 입수일자 : 2024.09.11 ]]>
몸, 윌리엄 서머싯 2024-09-11
<![CDATA[무명의 감정들 :나를 살아내는 일]]> “나는 꿋꿋이 행복해질 거야. 슬픔도 내 것이지만 행복도 진정한 나의 것이다.” 진정한 나의 이름을 찾는 여정 〈무명의 감정들 - 나를 살아내는 일〉 인생이란 결국 행복을 찾는 여정이다. 그 여정이 쉬울 리는 없고 그 괴리에서 우린 머리를 부여잡으며 괴로워한다. 하지만 성장은 모두 고통에서 비롯된다. 아파본 사람이 남에게 상처 주지 않고, 불행에 본 사람이 행복의 농도를 더 짙게 만끽할 수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삶에서 느낀 좌절과 극복, 흔들리는 마음과 관계, 소중한 인연과 두려움 등 현대인이라면 느끼는 공통된 고민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우리가 이 책을 통해 위로받을 수 있는 이유는 누군가를 위해 건네는 뻔한 위로의 말이 아니라 모두 저자의 실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누구나 한 번쯤 겪었을, 그리고 겪고 있을 상황을 읽다 보면,‘나와 비슷한 사람이 있구나’와 같은 동질감의 위로를 짙게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책에는 꿈, 행복, 두려움, 불안, 관계, 사랑, 직장 등 다양한 주제가 포함되어 있어 읽을거리가 풍성하다. 저자의 진중한 문장과 마음을 관통하는 그림을 본다면 복잡한 생각을 정리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무명의 감정들』은 거창한 이야기가 아니다. 그저 치열히 사색하고 살아가는 한 사람의 이야기로 우리는 ‘어느 어른’의 깊은 내면을 이 책을 통해 들여다볼 수 있을 것이다. 남의 일기장이 제일 재밌듯, 일상 곳곳에서 〈무명의 감정들〉을 통해 위안을 받길 바란다. “만약 당신이 지금 갈림길에 서 있다면, 이 이야기가 수많은 참고서 중 한 권이 되기를. 끝내 당신도 당신의 정답을 고르길. 정답은 당신 마음속에 있다.” - 작가의 말 중
저자 : 쑥 글·그림 , 출판사 : Deep&wide , 입수일자 : 2024.09.12 ]]>
쑥 글·그림 2024-09-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