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DATA[[전주교육대학교 도서관] 인기대출도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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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교육대학교 도서관 : 인기대출도서 ko2025-01-24T00:01:01+09:00Copyright (c) 전주교육대학교 도서관 All right reserved<![CDATA[ [2025-01-24] 1순위 : 소년이 온다 :한강 장편소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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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을 덮어도 결코 잊을 수 없는 이야기
끝나지 않는 오월, 피지 못한 아이들의 영혼을 위한 간절한 노래
『소년이 온다』는 1980년 5월 18일부터 열흘간 있었던 광주민주화운동 당시의 상황과 그 이후 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철저한 고증과 취재를 바탕으로 한강 특유의 정교하고도 밀도 있는 문장으로 그려낸다. 5·18 당시 중학교 3학년이던 소년 동호는 친구 정대의 죽음을 목격한 것을 계기로 도청 상무관에서 시신들을 관리하는 일을 돕게 된다. 매일같이 합동분향소가 있는 상무관으로 들어오는 시신들을 수습하면서 열다섯 어린 소년은 '어린 새' 한마리가 빠져나간 것 같은 주검들의 말 없는 혼을 위로하기 위해 초를 밝히고, ‘시취를 뿜어내는 것으로 또다른 시위를 하는 것 같은’ 시신들 사이에서 친구 정대의 처참한 죽음을 떠올리며 괴로워한다.
정대는 동호와 함께 시위대의 행진 도중 계엄군이 쏜 총에 맞아 쓰러져 죽게 되고, 중학교를 마치기 전에 공장에 들어와 자신의 꿈을 미루고 동생을 뒷바라지하던 정대의 누나 정미 역시 그 봄에 행방불명되면서 남매는 비극을 맞는다. 무자비한 국가의 폭력이 한순간에 무너뜨린 순박한 사람들의 평범한 일상과 무고하게 죽은 어린 생명들에 대한 억울함과 안타까움이 정대의 절규하는 듯한 목소리로 대변된다.
5·18 당시, 인구 40만의 광주 시민들을 진압하기 위해 군인들이 지급받은 탄환은 80만발이었다고 전해진다. 이런 엄혹한 분위기 속에서도 국가의 부조리에 맞서도록 어린 그들까지 시위현장으로 이끌었던 강렬한 힘은 다만 ‘깨끗하고도 무서운 양심’ 하나였다. 그렇게 아이들은 ‘세상에서 가장 거대하고 숭고한 심장의 맥박’을 느끼며 수십만 시민들이 모여 만든 위대한 ‘양심의 혈관’을 함께 이루었던 것이다. 소설은 동호와 함께 상무관에서 일하던 형과 누나들이 겪은 5·18 전후의 삶의 모습을 통해 대한민국 근현대사의 비극적인 단면들을 드러내 보인다. 살아 있다는 것이 오히려 치욕스러운 고통이 되거나 일상을 회복할 수 없는 무력감에 괴로워하는 이들의 모습은 수십년이 지난 지금도 현재진행형으로 이어지고 있다.
당시 수피아여고 3학년 시절에 5·18을 겪은 ‘김은숙’은 '전두환 타도'를 외치는 데모로 점철된 대학생활을 포기하고 작은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일하면서 담당 원고의 검열 문제로 서대문경찰서에 끌려가 ‘일곱대의 뺨’을 맞기도 한다. 봉제공장에서 일을 하면서 ‘고귀한 우리’ 자신을 지키기 위해 노조활동을 하다 쫓겨난 ‘임선주’는 이후 양장점에서 일을 하다가 상무관에 합류하게 되고, 경찰에 연행된 후 하혈이 멈추지 않는 끔찍한 고문을 당한다. 상무관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던 대학생 ‘김진수’ 역시 연행된 이후 ‘모나미 볼펜’ 고문, 성기 고문 등을 받으며 끔찍한 수감생활을 했고, 출소 후 트라우마로 고통받다 결국 자살하고 만다. 소설은 이러한 국가의 무자비함을 핍진하게 그려내면서 ‘유전자에 새겨진 듯 동일한 잔인성’으로 과거뿐 아니라 지금까지도,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세계에서 끊임없이 자행되고 있는 인간의 잔혹함과 악행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던진다.
“당신이 나를 밝은 쪽으로, 빛이 비치는 쪽으로,
꽃이 핀 쪽으로 끌고 가기를 바랍니다.“
한강은 이 작품을 통해 열다섯살 소년 동호의 죽음을 중심으로 5·18 당시 숨죽이며 고통받았던 인물들의 숨겨진 이야기를 하나하나 힘겹게 펼쳐 보이며 그들의 아픔을 어루만지고 그 시대를 증언하는 숙명과도 같은 소명을 다한다. ‘살아남았다’는 것이 오히려 치욕이 되는 사람들이 혼자서 힘겹게 견뎌내야 하는 매일을 되새기며, 그들의 아물지 않는 기억들을 함께 나눈다. 한강 작가는 “무덥고 습했던 여름 끝에 가로수 아래를 걷다가, 잘 마른 깨끗한 홑청 같은 바람이 얼굴과 팔에 감기는 감각에 놀라며 동호를 생각”한다. 따뜻했던 봄날의 오월을 지나 ‘그 여름을 건너가지 못한 동호, 이런 아침을 다시는 만나지 못하는 동호’를 떠올리며 작가는 우리가 ‘날마다 만나는 모든 이들이 인간이란 것을’ 되새기고, 인간으로서의 우리가 이들에게 어떠한 대답을 해줄 수 있는가를 간절한 목소리로 묻는다. 그리하여 이제는 더이상 억울한 영혼들이 없기를, 상처 입은 영혼들이 “밝은 쪽으로, 빛이 비치는 쪽으로, 꽃이 핀 쪽으로” 나아가 평온할 수 있기를 기도한다. 5·18 희생자들의 ‘눈 덮인 무덤들’ 사이에서 못다 핀 소년 동호를 추모하기 위해 작가 한강이 마음을 다해 밝힌 작은 촛불들이 안타까운 세상에 온기를 더해줄 것이다. 저자 : 한강 , 출판사 : 창비 대출횟수 : 5 ]]>2025-01-24T00:01:01+09:00<![CDATA[ [2025-01-24] 2순위 : 언어의 온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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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과 글에는 나름의 온도가 있다”
섬세한 것은 대개 아름답다. 그리고 예민하다. 우리말이 대표적이다. 한글은 점 하나, 조사 하나로 문장의 결이 달라진다. 친구를 앞에 두고 “넌 얼굴도 예뻐” 하려다 실수로 “넌 얼굴만 예뻐”라고 말하는 순간, 서로 얼굴을 붉히게 된다.
말과 글에는 나름의 온도가 있다. 따뜻함과 차가움의 정도가 저마다 다르다. 적당히 온기 있는 언어는 슬픔을 감싸 안아준다. 세상살이에 지칠 때 어떤 이는 친구와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고민을 털어내고, 어떤 이는 책을 읽으며 작가가 건네는 문장에서 위안을 얻는다.
용광로처럼 뜨거운 언어에는 감정이 잔뜩 실리기 마련이다. 말하는 사람은 시원할지 몰라도 듣는 사람은 정서적 화상(火傷)을 입을 수 있다. 얼음장같이 차가운 표현도 위태롭기는 마찬가지. 상대의 마음을 돌려세우기는커녕 꽁꽁 얼어붙게 한다.
그렇다면 이 책을 집어 든 우리의 언어 온도는 몇 도쯤 될까? 무심결에 내뱉은 말 한마디 때문에 소중한 사람이 곁을 떠났다면 '말 온도'가 너무 뜨거웠던 게 아닐까. 한두 줄 문장 때문에 누군가 마음의 문을 닫았다면 '글 온도'가 너무 차갑기 때문인지도 모를 노릇이다. 어쩌면.
작가 이기주는 엿듣고 기록하는 일을 즐겨 하는 사람이다. 그는 버스나 지하철에 몸을 실으면 몹쓸 버릇이 발동한다고 고백한다. 귀를 쫑긋 세운 채 평범한 사람들의 대화에 귀를 기울인다. 그리고 꽤 의미 있는 문장이 귀로 스며들면 그것을 슬그머니 메모한다. 그들이 무심코 교환하는 말과 끄적이는 문장에 절절한 사연이 도사리고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언어의 온도』는 저자가 일상에서 발견한 의미 있는 말과 글, 단어의 어원과 유래, 그런 언어가 지닌 소중함과 절실함을 농밀하게 담아낸 책이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문장과 문장에 호흡을 불어넣으며 적당히 뜨거운 음식을 먹듯 찬찬히 곱씹어 읽다 보면, 각자의 ‘언어 온도’를 되짚어볼 수 있을지 모른다. 저자 : 이기주 , 출판사 : 말글터 대출횟수 : 4 ]]>2025-01-24T00:01:01+09:00<![CDATA[ [2025-01-24] 3순위 : 살인자의 기억법 :김영하 장편소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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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 건 악이 아니오. 시간이지. 아무도 그걸 이길 수가 없거든."
남성적인 문체의 속도에 대한 완벽한 배반, 시야가 좁아질 정도의 질주를 스키드 마크도 없이 일시에 끝내버린 급정거, 폭발하는 굉음들 사이에 갑자기 찾아온 완벽한 정적, 이 낯선 기분들과 이 기분들이 서서히 공포로 바뀌는 체험이 결정적이다. 첫 문장의 강렬함이 채 사라지기 전에 마지막 문장의 마침표까지, 숨 가쁘게 내달린다. 그리고 문득 눈앞을 가리는 아득한 심연!
수식어가 필요 없는 작가,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그 김영하다. 올해로 데뷔한 지 19년. 하지만 그는 독보적인 스타일로 여전히 가장 젊은 작가다. 그의 소설은 잔잔한 일상에 '파격'과 '도발'을 불어넣어 우리를 흔들어 깨운다. 그가 일깨운 우리의 일상은, 매순간이 비극인 동시에 또한 희극이다. 슬픔과 고독, 아이러니와 패러독스의 인물들을 마주할 때마다 내 곁을 스쳐지나간 사람들의 얼굴이 하나하나 떠오른다. 김영하는 어느새 우리 삶에 깊숙이 침투해 있다.
데뷔작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에서 김영하는 우리에게 자살안내인을 소개했다. 판타지이고 허구인 줄만 알았던 그의 역할이 오래지 않아 현실이 되는 기이한 현상을 목도한 우리는 이제 다시 그 강렬했던 경험을 만나게 된다. '고아 트릴로지'의 마지막 작품 [너의 목소리가 들려] 이후 일 년 반 만에 신작 장편소설 [살인자의 기억법]을 들고 김영하가 돌아왔다.
[살인자의 기억법]에서는 알츠하이머에 걸린 은퇴한 연쇄살인범이 점점 사라져가는 기억과 사투를 벌이며 딸을 구하기 위한 마지막 살인을 계획한다. 아무렇지 않게 툭툭 던지는 잠언들, 돌발적인 유머와 위트, 마지막 결말의 반전까지, 정교하고 치밀하게 설계된 이번 소설에서 김영하는 삶과 죽음, 시간과 악에 대한 깊은 통찰을 풀어놓는다.
이것은 내 소설이다. 내가 써야 한다. 나밖에 쓸 수 없다. - 김영하“무서운 건 악이 아니오. 시간이지. 아무도 그걸 이길 수가 없거든.”
남성적인 문체의 속도에 대한 완벽한 배반, 시야가 좁아질 정도의 질주를 스키드 마크도 없이 일시에 끝내버린 급정거, 폭발하는 굉음들 사이에 갑자기 찾아온 완벽한 정적, 이 낯선 기분들과 이 기분들이 서서히 공포로 바뀌는 체험이 결정적이다.
첫 문장의 강렬함이 채 사라지기 전에 마지막 문장의 마침표까지, 숨 가쁘게 내달린다.
그리고 문득 눈앞을 가리는 아득한 심연!
수식어가 필요 없는 작가,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그 김영하다. 올해로 데뷔한 지 19년. 하지만 그는 독보적인 스타일로 여전히 가장 젊은 작가다. 그의 소설은 잔잔한 일상에 ‘파격’과 ‘도발’을 불어넣어 우리를 흔들어 깨운다. 그가 일깨운 우리의 일상은, 매순간이 비극인 동시에 또한 희극이다. 슬픔과 고독, 아이러니와 패러독스의 인물들을 마주할 때마다 내 곁을 스쳐지나간 사람들의 얼굴이 하나하나 떠오른다. 김영하는 어느새 우리 삶에 깊숙이 침투해 있다.
데뷔작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에서 김영하는 우리에게 자살안내인을 소개했다. 판타지이고 허구인 줄만 알았던 그의 역할이 오래지 않아 현실이 되는 기이한 현상을 목도한 우리는 이제 다시 그 강렬했던 경험을 만나게 된다. ‘고아 트릴로지’의 마지막 작품 『너의 목소리가 들려』 이후 일 년 반 만에 신작 장편소설 『살인자의 기억법』을 들고 김영하가 돌아왔다.
『살인자의 기억법』에서는 알츠하이머에 걸린 은퇴한 연쇄살인범이 점점 사라져가는 기억과 사투를 벌이며 딸을 구하기 위한 마지막 살인을 계획한다. 아무렇지 않게 툭툭 던지는 잠언들, 돌발적인 유머와 위트, 마지막 결말의 반전까지, 정교하고 치밀하게 설계된 이번 소설에서 김영하는 삶과 죽음, 시간과 악에 대한 깊은 통찰을 풀어놓는다. 저자 : 김영하 , 출판사 : 문학동네 대출횟수 : 4 ]]>2025-01-24T00:01:01+09:00<![CDATA[ [2025-01-24] 4순위 : 곰탕.1-2 :김영탁 장편소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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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횟수 : 4 ]]>2025-01-24T00:01:01+09:00<![CDATA[ [2025-01-24] 5순위 : 사회 4-2 : 교사용 지도서 : 초등학교 3~4학년군 사회 : 2015 개정 국정 초등학교 지도서 ]]>
http://lib.jnue.kr/JNUE/Search/SearchReport.csp?FILENUM=139749
대출횟수 : 4 ]]>2025-01-24T00:01:01+09:00<![CDATA[ [2025-01-24] 6순위 : 사회 6-1 : 교사용 지도서 : 초등학교 5~6학년군 사회 : 2015 개정 국정 초등학교 지도서 ]]>
http://lib.jnue.kr/JNUE/Search/SearchReport.csp?FILENUM=140750
대출횟수 : 4 ]]>2025-01-24T00:01:01+09:00<![CDATA[ [2025-01-24] 7순위 : 작별하지 않는다 :한강 장편소설 ]]>
http://lib.jnue.kr/JNUE/Search/SearchReport.csp?FILENUM=147144
이상하지, 눈은.
어떻게 하늘에서 저런 게 내려오지.
『작별하지 않는다』는 소설가인 주인공 경하가 꾸었던 꿈의 장면으로 시작한다. 눈 내리는 벌판, 수천 그루의 검은 통나무가 마치 묘비처럼 등성이까지 심겨 있다. 묘지가 여기 있었나, 생각하는 사이 어느 순간 발아래로 물이 차오르고, 그는 무덤들이 모두 바다에 쓸려가기 전에 뼈들을 옮겨야 한다고 생각하며, 하지만 어쩌지 못하는 채로 꿈에서 깬다. 경하는 그것이 그 무렵에 꾸었던 다른 악몽들과 마찬가지로 지난 책에서 다룬 학살에 대한 꿈이리라고 생각하고, 한때 사진과 다큐멘터리 영화 작업을 하다 어머니를 돌보기 위해 제주로 내려가 목공 일을 하는 친구 인선과 함께 그 꿈과 연관된 작업을 영상으로 만들 계획을 세운다. 그러나 그뒤로 몇 해 동안 힘든 시기를 겪고 겨우 삶을 회복하는 사이 계획은 진척되지 못했고, 경하는 자신이 그 꿈을 잘못 이해했다고 마음을 바꾼다.
그러던 겨울 어느 날, 경하는 병원에 있는 인선으로부터 급한 연락을 받는다. 인선이 통나무 작업을 하던 중 사고로 두 손가락이 잘려 봉합수술을 받은 것. 곧장 병원을 찾은 경하에게 인선은 갑작스레 그날 안에 제주 집에 가 혼자 남은 새를 구해달라고 부탁하고, 그는 인선의 간절한 부탁을 차마 거절하지 못하고 그길로 서둘러 제주로 향한다. 그러나 제주는 때마침 온통 폭설과 강풍에 휩싸여 한 치 앞을 분간할 수 없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발작적으로 찾아오는 고질적인 두통에 시달리며, 경하는 가까스로 마지막 버스를 타고 인선의 마을로 향한다. 그러나 정류장에서도 한참 떨어진 곳에 있는 인선의 집까지 눈길을 헤치고 산을 오르던 길에서 폭설과 어둠에 갇혀 길을 잃는다.
눈은 거의 언제나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그 속력 때문일까, 아름다움 때문일까? 영원처럼 느린 속력으로 눈송이들이 허공에서 떨어질 때, 중요한 일과 중요하지 않은 일이 갑자기 뚜렷하게 구별된다. 어떤 사실들은 무섭도록 분명해진다.(44~45쪽)
심장이 다시 뛸 거지.
그렇지, 이 물을 마실 거지.
천신만고 끝에 도착한 인선의 집에서, 경하는 칠십 년 전 제주에서 벌어진 민간인 학살과 얽힌 인선의 가족사를 마주하게 된다. 온 가족을 잃고 슬퍼할 겨를도 없이 십오 년을 감옥에서 보내야 했던 아버지와, 부모와 동생을 한날한시에 잃고 오빠마저 생사를 알 수 없게 된 채로 언니와 둘이 남겨진 어머니의 이야기를. 그리고 그와 함께, 학살 이후의 시간을 살아내며 오빠의 행적을 찾는 일에 수십 년을 바쳐 끝까지 포기하기를 택하지 않았던 인선의 어머니 정심의 고요한 싸움이, 폭설로 고립된 외딴집의 어둠 속에서 희미한 촛불 아래 떠오른다. 빛과 어둠 사이를 가르며 영원처럼 느리게 하강하는 수천수만의 무심한 눈송이들 속에서, 이곳에 있지 않은 사람을 간절히 생각하는 마음이 그렇게 정심에게서 인선에게로, 인선에게서 경하에게로 스며든다.
이렇게 눈이 내리면 생각나. 내가 직접 본 것도 아닌데, 그 학교 운동장을 저녁까지 헤매 다녔다는 여자애가. 열일곱 살 먹은 언니가 어른인 줄 알고 그 소맷자락에, 눈을 뜨지도 감지도 못하고 그 팔에 매달려 걸었다는 열세 살 아이가.(87쪽)
하지만 모든 게 끝난 건 아니야.
정말 헤어진 건 아니야, 아직은.
작가는 이 소설이 “지극한 사랑에 대한 소설이기를 빈다”(‘작가의 말’)고 했다. 그 사랑은 우선 마지막까지 사람과 삶에 대한 믿음을 놓지 않았던 인선의 어머니 정심의 마음에 있을 것이다. 그것이 어디가 바닥인지 알 수 없는 막막한 어둠 속에서도 빛을 잃지 않게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그저 환하고 따뜻하기만 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 또한 우리는 알게 된다. 그 사랑이 지극하고 간절한 만큼 그것은 무엇보다 무서운 고통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말이다.
뻐근한 사랑이 살갗을 타고 스며들었던 걸 기억해. 골수에 사무치고 심장이 오그라드는…… 그때 알았어. 사랑이 얼마나 무서운 고통인지.(311쪽)
인선의 어머니 정심이 일평생 그랬던 것처럼, 인선은 어머니의 삶이 자신에게 스며오는 것에 고통스러워하면서도 그 사랑을 외면하지 못하고, 경하 또한 인선의 마음이 자신의 마음으로 겹쳐지는 것에 힘겨워하면서도 그 마음을 내치지 못한다. “이 눈보라를 뚫고 오늘밤 그녀의 집으로 갈 만큼 그 새를 사랑하지 않는다”(88쪽)고, “이런 고통을 느낄 만큼 사랑한 적도 없다”(152쪽)고 고개를 저으면서도 어쩌지 못하고 그 사랑에 손을 내밀어 기어이 고통을 택하는 것이, 그것만이 오직 인간이 인간일 수 있는 길이라고 소설은 말하는지도 모른다. 그것만이 절멸로부터 삶을 지켜내는 길이리라고. 어쩌면 실은 그 부름은 이미 언제나 우리 앞에 와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 사랑을 사랑으로 알아보고 그 손을 잡는 것이 우리의 일이라는 듯이. 그 앞에 조심스레 손을 내밀 때, 그 마음이 닿은 자리가 눈송이처럼 차갑고 동시에 불꽃처럼 뜨거워 영영 잊히지 않는 것은 한강의 소설만이 전할 수 있는 경험이 아닐까. 이렇게 한강의 소설이 우리 앞에 와 있다.
몇 년 전 누군가 ‘다음에 무엇을 쓸 것이냐’고 물었을 때 사랑에 대한 소설이기를 바란다고 대답했던 것을 기억한다. 지금의 내 마음도 같다. 이것이 지극한 사랑에 대한 소설이기를 빈다. _‘작가의 말’ 중에서
작가가 소재를 택하는 것이 아니라 그 반대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강은 하게 만든다. ‘5월 광주’에 이어 ‘제주 4·3’에도 한강의 문장을 통해서만 표현될 수 있는 영역이 있었다고 믿게 된다.
학살 이후 실종된 가족을 찾기 위한 생존자의 길고 고요한 투쟁의 서사가 있다. 공간적으로는 제주에서 경산에 이르고, 시간적으로는 반세기를 넘긴다. 폭력에 훼손되고 공포에 짓눌려도 인간은 포기하지 않는다. 작별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이 딸의 눈과 입을 통해 전해진다. 폭력은 육체의 절멸을 기도하지만 기억은 육체 없이 영원하다. 죽은 이를 살려낼 수는 없지만 죽음을 계속 살아 있게 할 수는 있다. 작별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들 곁의 소설가 ‘나’는 생사의 경계 혹은 그 너머에 도달하고서야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이만한 고통만이 진실에 이를 자격을 준다는 듯이, 고통에 도달하는 길은 고통뿐이라는 듯이. 재현의 윤리에 대한 가장 결연한 답변이 여기에 있다.
언젠가부터 그의 새 소설 앞에서는 숙연한 마음이 된다. 누구나 노력이라는 것을 하고 작가들도 물론 그렇다. 그러나 한강은 매번 사력을 다하고 있다.
_신형철(문학평론가) 저자 : 한강, , 출판사 : 문학동네 대출횟수 : 4 ]]>2025-01-24T00:01:01+09:00<![CDATA[ [2025-01-24] 8순위 : 불편한 편의점 :김호연 장편소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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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횟수 : 4 ]]>2025-01-24T00:01:01+09:00<![CDATA[ [2025-01-24] 9순위 : 세계문학전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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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오비디우스, , 출판사 : 민음사 대출횟수 : 3 ]]>2025-01-24T00:01:01+09:00<![CDATA[ [2025-01-24] 10순위 : 수학 4-1 : 교사용 지도서 : 초등학교 3~4학년군 수학 : 2015 개정 국정 초등학교 지도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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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횟수 : 3 ]]>2025-01-24T00:01:01+09:00<![CDATA[ [2025-01-24] 11순위 : 사회 3-2 : 교사용 지도서 : 초등학교 3~4학년군 사회 : 2015 개정 국정 초등학교 지도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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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횟수 : 3 ]]>2025-01-24T00:01:01+09:00<![CDATA[ [2025-01-24] 12순위 : 과학 4-2 : 교사용 지도서 : 초등학교 3~4학년군 과학 : 2015 개정 국정 초등학교 지도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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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횟수 : 3 ]]>2025-01-24T00:01:01+09:00<![CDATA[ [2025-01-24] 13순위 : 사회 5-1 : 교사용 지도서 : 초등학교 5~6학년군 사회 : 2015 개정 국정 초등학교 지도서 ]]>
http://lib.jnue.kr/JNUE/Search/SearchReport.csp?FILENUM=140749
대출횟수 : 3 ]]>2025-01-24T00:01:01+09:00<![CDATA[ [2025-01-24] 14순위 : 철도원 삼대 :황석영 장편소설 ]]>
http://lib.jnue.kr/JNUE/Search/SearchReport.csp?FILENUM=143771
역사와 허구,
현재와 과거를 오가는 마술적 리얼리즘
공장이 밀집된 영등포지역을 중심으로 한 삼대의 서사 속 이일철 이이철 형제의 이야기는 일제강점기 노동운동과 독립운동을 고증하며 더 큰 울림을 준다. 기차를 보고 첫눈에 반했던 철도공작창 기술자 “이백만이 아들을 낳자 기차를 생각하고 지은 이름이 한쇠였고 그다음 태어난 아들도 형의 이름을 따라서 두쇠로 지었다가 민적에 올리면서 일철이 이철이가 되었다.”(23∼24면) 형 일철은 아버지의 뒤를 이어 철도종사원양성소를 거쳐 당시 드물었던 조선인 기관수가 되어 이백만의 자랑이 되었으나, 동생 이철은 철도공작창에 다니다 해고당한 뒤로 공장노동자를 전전하며 독립운동가로 활동하다 투옥되는 등 고초를 겪는다. 이철과 함께 활동하던 것으로 그려지는 이재유 김형선 미야케 등 실존인물이나 이철과 아지트 부부였다가 실제 부부 연을 맺어 아들 장산을 낳게 된 한여옥, 일제의 앞잡이 노릇을 하던 최달영, 이철의 독립운동 연락책을 맡았던 박선옥 등의 인물은 형제의 이야기를 더욱 풍성하게 한다.
한편 황석영이 꿈처럼 그려내는 이야기 속에서 돋보이는 부분은 여성 인물들의 활약이다. 한쇠 두쇠가 아직 어릴 때 이백만의 아내 주안댁이 세상을 뜨게 되자 백만의 누이동생 이막음이 형제를 돌보게 되고, 주안댁과 막음이 고모는 ‘혼’으로 소통하며 형제의 경조사를 챙긴다. “방직공장에 취직하러 왔다가 혼자된 둘째 오빠를 위하여 아이들을 돌보고 살”(88면)게 된 이막음은 센 입담으로 “한쇠와 죽이 맞아서 주안댁에 대한 여러가지 전설을 만들어”(94면)내곤 했는데, 과묵하고 생활력이 강했던 주안댁이 형제에 대한 사랑이 극진하여 고모와 한쇠 부부에게 자주 모습을 보인 터였다. 특히, “누구든지 처음 만나서 잠깐 바라보면 과거에 일어난 일과 앞으로 일어날 일을 족집게처럼 맞혀서 주위 사람들을 놀라게” 해 “별명이 ‘신통방통 신금이’였다”(24면)는 일철의 아내 신금이는 과거 시동생 이철과 함께 노동운동을 했던 신여성으로서의 지성과 타고난 예지력으로 집안에 닥친 고난을 현명하게 이겨내며 가족을 위로하고 중심을 잡아준다.
문학사적 위업을 달성한 거장의 강한 필치
황석영은 ‘작가의 말’을 통해 우리 근현대문학에서 “단편소설에 비해 훨씬 질과 양이 떨어지는 장편소설 부분과 그중에서도 근대 산업노동자들의 삶을 반영한 소설이 드물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러므로 이 묵직한 한권의 장편소설은 “우리 문학사에서 빠진 산업노동자를 전면에 내세워 그들의 근현대 백여년에 걸친 삶의 노정을 거쳐 현재 한국 노동자들의 삶의 뿌리를 드러내보고자” 한 고투의 기념비적인 결과물이다. 문학평론가 한기욱은 “염상섭의 『삼대』가 구한말에서 자본주의의 등장까지를 펼쳐 보였다면 황석영의 『철도원 삼대』는 일제강점기와 분단의 역사, 현재의 노동운동까지를 다룬바, 이 두 작품을 함께 읽는 데서 한국문학의 근현대가 완성된다”고 평하기도 했다.
1970년 단편소설 「탑」으로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면서 본격적인 작품활동을 시작한 지 오십년. 독재정권에 맞서 싸우고, 사회의 변화와 한국문학의 발전을 위해 반세기 동안 현역으로서 쉼 없이 활동해온 거장은 “방대한 우주의 시간 속에서 우리가 살던 시대와 삶의 흔적은 몇점 먼지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르며, “세상은 느리게 아주 천천히 변화해갈 것이지만 좀더 나아지게 될 것이라는 기대를 버리고 싶지는 않다”고 말한다. ‘하늘도 아니고 땅도 아닌’ 사십오 미터 높이의 굴뚝에서 위태롭게 삶을 버텨내고 있는 이진오가 화분에 씨앗부터 기르기 시작한 상추의 여린 잎들이 무성해지듯 작가가 오래 품어온 ‘철도원 삼대’의 이야기는 세상의 작은 변화를 일으키는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씨앗이 되어줄 것이다. 더불어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노동자로서 우리가 우리의 뿌리를 발견하고 우리의 저력을 발휘하는 데에 든든한 위로와 자부를 느끼게 해줄 작품으로 오래 기억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것은 유년기의 추억이 깃든 내 고향의 이야기이며 동시대 노동자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나는 이 소설을 한국문학의 비워진 부분에 채워넣으면서 한국 노동자들에게 헌정하려 한다.(작가의 말, 619면) 저자 : 황석영 , 출판사 : 창비 대출횟수 : 3 ]]>2025-01-24T00:01:01+09:00<![CDATA[ [2025-01-24] 15순위 : 검푸른 고래 요나:김명주 장편소설 ]]>
http://lib.jnue.kr/JNUE/Search/SearchReport.csp?FILENUM=150044
제12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검푸른 고래 요나」가 다산책방에서 출간되었다. 2011년 제정된 혼불문학상은 대하소설 「혼불」로 한국문학사에 커다란 족적을 남긴 故 최명희 선생을 추모하고 그의 문학 정신을 기리기 위해 만들어졌다. 제1회 「난설헌」을 비롯해 제2회 「프린세스 바리」, 제3회 「홍도」 등 작품성이 뛰어난 수상작을 꾸준히 배출해내며 독자들로부터 관심과 신뢰를 받아왔다. 지난해부터는 상금을 7,000만 원으로 대폭 상향 조정하고, 은희경ㆍ전성태ㆍ이기호ㆍ편혜영ㆍ백가흠 등 현 한국 문단을 이끌고 있는 소설가들이 본심위원으로 위촉되어 더 새롭고 의미 있는 작품들을 발굴해내는 젊은 문학상으로 그 위상을 재정립한 바 있다. 올해는 총 348편의 작품들이 접수되어 예심을 통과한 8편의 작품 중 3편이 본심에 올랐고 치열한 논의 끝에, 아이돌 스타 출신 ‘강주미’가 고래인간(인어) ‘최요나’와 가까워지며 겪게 되는 사건을 그린 장편소설 「검푸른 고래 요나」가 당선작으로 선정되었다.
심사위원장인 은희경 작가는 주관사인 전주MBC와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여러 가지 사회적 문제와 질문들, 고민들을 다양하게 담고 있는 흥미로운 작품”이라고 평했으며, 심사위원인 백가흠 작가는 “우리가 알던 대로 끈끈하게 대서사로 읽는 방식을 탈피한 점들이 새롭게 느껴졌다”고 평가했다.
최종심에 참여한 심사위원들은 심사평을 통해 “기존의 독법으로 재단하기 어려운 이 작품의 특징을 새로운 매체적 글쓰기 형식으로 봐야 한다”며 “콘텐츠이자 이야기로서의 특성을 수용”해 “웹툰과 웹소설의 장르적 속성과 속도감에 익숙한 독자가 반길 만한 새로운 현상”으로, 이 작품의 당선이 “이 시대 새로운 글쓰기와 미학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모색”으로 이어지길 바란다며 선정 이유를 밝혔다.
비운의 케이팝 아이돌과 고래인간 소년의 운명적 만남,
불협한 세상에서 서로를 알아본 둘만의
비밀스런 화음으로 완성된 히든트랙 같은 이야기!
기획사 연습생들이 경쟁하는 아이돌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케이팝 루키’)에서 승리를 거머쥐며 케이팝을 대표하는 아이돌 그룹의 센터가 된 ‘강주미.’ 하지만 불의의 사고로 장애를 얻은 후 고교생 신분으로 돌아와 외톨이 생활을 한다. 그러던 중 우연히 ‘최요나’라는 동급생과 음악실에서 마주치고, 둘은 ‘음악’이라는 공통된 끈을 통해 가까워진다. 요나도 고교 밴드 경연대회에서 우승한 전력이 있는 ‘디바인 핸즈’에서 일렉기타로 두각을 나타내던 멤버였던 것.
너를 처음 만난 날 알 수 없는 어색함 / 말이 없는 우리 모습 그렇게 만났었지
너를 만날 때마다 알 수 없는 어색함에 / 애태우며 망설이다 이제서야 다가가네
(…) 우리 함께 하고 싶은 많은 일들 있지만 / 너에게 해주고픈 많은 말들 있지만
(…) 이젠 너를 보내고 내일을 꿈꾸네 / 다시 만날 그때에 함께 웃을 그날을 _본문 34~35쪽
누구도 자신을 이해하지 못하리라 여기며 외로운 시간을 보내던 두 사람은 듀엣곡을 맞추면서 급속도로 가까워지고, 서로의 목소리에 익숙해진 만큼 친구 이상으로 서로를 바라보게 된다. 함께 부른 노래 가사처럼, 연을 맺은 두 사람은 서로에 대한 진심을 확인하고 마음의 상처를 치유받는다.
나는 고래인간이야. / 고래면서 인간이지만, 고래도 아니면서 인간도 아니야. 바다도 땅도 집이면서 바다도 땅도 내 집이 아니야. 내가 변함없이 믿을 사람은 우리 엄마와 할아버지라고 생각해왔어. 고래인간으로 살아가는 나를 어떤 누구도 이해하지 못할 거라고 믿어왔어. (…) 내가 사람을 사랑하게 되면 고래를 위해 싸우듯이 그 사람을 위해 싸워야 한다고 했어. 우리 엄마와 할아버지를 두고 말하는 걸까 했지. (…) 네 손이 내 고래 피부를 따뜻하게 만져서 깨닫게 된 거야. 내가 지켜야 할 사람이 너라고, (…) _본문 269쪽
하지만 요나에게는 가족인 어머니와 할아버지를 제외하고는 알지 못하는 비밀이 있었으니, 주기적으로 고래의 몸으로 변신하는 특이체질인 ‘고래인간’이었던 것. 요나는 “바다 아래 바다 고래”인 “하얀 혹등고래와 대화를 나누고 그가 주는 묵계를 받아서” 살아나간다. 고래인간으로 변신한 후에는 커진 몸집과 강해진 힘으로 고래들이 “죽을힘을 다해 발버둥쳐도 빠져나오지 못하는 그물”을 “모조리 끊어서 구조하기도” 한다.
요나의 장난스러운 웃음 뒤에 감춰진 비밀을 알게 된 주미는 고래인간을 추적하는 이들을 피해 그가 안전하게 바다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돕는다. 평화로운 바다를 위해 ‘고래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을 하러 떠나는 요나를 배웅하는 주미. 하지만 그날 이후 주미는 감당하기 힘든 일들을 연이어 겪게 되고, 사랑하는 존재들마저 위협받기에 이르는데…….
작가는 케이팝 아이돌 그룹 공연에 매료되어 아이돌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소설을 구상하게 되었고, 2019년 혼불문학상 예심 통과작이었던 자신의 소설 「스텔라」의 후속편으로 이 작품을 집필하게 되었다고 밝힌 바 있다. 소설 곳곳에 노래 가사와 피아노 선율, 선곡 목록 등 음악적 요소가 배치되어 있는 것 역시 작가가 고교 시절 밴드 활동을 한 이력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바다의 수호천사 VS 맹수 본성을 숨긴 특이체질자?
‘고래인간’의 실체를 쫓는 거대 세력의 음모와
미제 살인사건을 둘러싼 미스터리,
그리고 하나둘씩 밝혀지는 요나의 과거
소설은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다. 제1부는 ‘주미’가 화자가 되어 이야기를 끌어간다. 1부는 주미의 가족사와 주미가 사고를 당하기까지의 사정을 담고 있다. ‘요나’의 이야기는 제2부부터 본격적으로 다뤄지며, 요나의 가족사와 ‘고래인간’에 얽힌 비밀이 하나둘씩 드러난다. 어머니인 ‘최구희’가 화자로 등장하며, 배가 침몰되는 사고를 겪은 그녀가 열일곱에 요나를 임신하게 된 기이한 사연과 요나의 성장과정이 밝혀진다. 또한 고래인간으로 변신한 요나의 모습과, 요나가 인간도 고래도 아닌 ‘고래인간’임을 자각하고 자신의 사명을 찾아 나가는 바닷속 여정 등이 자세히 그려진다.
“상괭이들이 나를 진짜 좋아했어. (…) 나한테는 손이 있다고, 자기네들이 그물에 걸리면 구해줄 수 있겠?v. 다섯이서 뭉쳐 다녔는데 친구 둘이 그물에 걸려서 죽었어. 자기들은 손이 없어서 그물을 뗄 수 없었대.” / 첫 만남을 추억하던 요나의 눈이 말갛게 젖었다. / “이빨로 그물을 떼려다가 주둥이를 다쳤어. 숨을 쉬러 물 위로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왔는데 친구들이 죽어 있었대.”_본문 211쪽
제3부에서는 소설의 분위기가 급변한다. 고래인간을 추적하는 세력들은 포위망을 좁혀오고, 요나가 먼바다로 떠나 있던 사이 미제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요나가 지목되면서 최구희가 협박을 당한다. 이로 인해 주미와 요나의 가족들까지 얽히게 되고, 요나는 사랑하는 이들을 지키기 위해 그들 앞에 모습을 드러낸다. 일련의 과정들이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 속도감 있는 전개를 이어나가며, 별개로 느껴졌던 사건들이 하나로 이어지고 이야기는 절정으로 치닫는다.
요나는 손이 있어서 범고래를 죽일 수 있어.
범고래가 다른 고래들을 죽이는 것과 비슷하게._355~56쪽
“파랗게 빛나는 고래인간의 눈,
그 눈은 바다의 안온한 빛을 띠었다.”
거침없는 스토리텔링, 우아한 상상력의 향연
나는 머리를 무릎에 대고 웅크렸다. 얼굴을 감싸 쥔 두 손에서 눈물이 샜다. 그의 침대에서 잠을 자고 깨어난 아침에, 인간으로 돌아온 그가 나를 내려다보며 웃음 지었던 얼굴이 어른거렸다. / 가라앉았던 그의 목소리가 느릿하게 떠올라 피아노의 멜로디를 만지며 날아갔다. 그의 목소리가 날개지느러미를 한들거리는 혹등고래를 그려주었다. 온화한 그 품이 나를 안고서 눈부신 바닷속을 날아올랐다._271~272쪽
「검푸른 고래 요나」는 독자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장면들로 가득하다. 특히 요나가 혹등고래의 모습으로 변신하는 장면과, “묵계를 내리는 새하얀 혹등고래”와 함께 요나가 ‘바다 아래 바다’ 속 세상을 마주하는 장면은 놓치지 말아야 할 부분 중 하나이다. 다양한 고래 무리의 특성과 인간 사회를 비교한 부분도 소설의 흥미로운 지점이다.
작가는 소설 속 ‘고래인간’의 외양과 습성은 ‘혹등고래’의 것을 차용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혹등고래는, 동종 고래에게도 공격성을 보이는 “바다의 최상위 포식자”인 ‘범고래’를 물리쳐 “위험에 처한 다른 동물을 보호”하는 “생태계에서 포식자를 상대로 싸움을 거는 유일한 피식자”이기 때문이다.
작품의 무대가 서울, 군산, 흑산도, 위도, 서해뿐 아니라 제주도에서 괌까지, 동해에서 북극해, 사할린까지 광활하게 아우르는 것도 이 혹등고래와 관련이 있다. 혹등고래는 한반도 바다에 서식하는 대표적인 수염고래 중 하나였지만, 일제의 포경 사업으로 남획되어 멸종된 역사가 있다. 오늘날까지도 불법 포경과 고래고기가 불법 유통되는 현실이 일제의 잔재임을 상기시키며, 그릇된 역사가 아직까지도 이어지고 있음을 넌지시 꼬집는다.
‘고래인간’이라는 판타지를 다루고 있지만, 이처럼 이 작품은 작금의 문제를 간과하지 않는다. 인간의 이기심으로 빚어진 환경문제와 기후 위기뿐 아니라, 대중음악 산업과 인터넷 마녀사냥 문제, 정보기관에서 자행된 불법사찰 등 우리 사회의 부조리함과 불합리를 예리하게 짚어냄으로써 독자들에게 긴 여운을 남긴다.
200자 원고지 기준 1,600매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임에도 독자의 예상을 뛰어넘는 사건과 속도감 있는 전개, 각각의 고래들의 습성과 인간성에 대한 통찰, ‘바다 아래 바다’라는 깊은 심연의 세계를 창조해낸 상상력, 흡인력 있는 문장은 이 소설만이 줄 수 있는 색다른 재미임은 분명하다. 쏟아지는 숏폼 콘텐츠들 사이에서 이 작품은 장편소설만이 줄 수 있는 스토리텔링의 묘미를 독자들에게 선사할 것이다. 저자 : 김명주, , 출판사 : 다산책방 대출횟수 : 3 ]]>2025-01-24T00:01:01+09:00<![CDATA[ [2025-01-24] 16순위 :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 :김기태 소설 ]]>
http://lib.jnue.kr/JNUE/Search/SearchReport.csp?FILENUM=152234
“김기태의 소설은 완전한 기쁨을 주었다.
그는 응원의 태도를 발명하고 있다.”_임솔아(소설가)
“그것도 사랑이라면, 나는 어쩐지 그 근시의 사랑이 조금 그립다.”
삶이라는 무대에서 고군분투하는 모든 배역에게 바치는 경의
진지하되 위트 있고 상처받되 사랑을 잃지 않는, 바로 ‘당신’들의 이야기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은 정치적·윤리적으로 복잡한 겹을 지닌 현대 세계에서 길을 잃은 우리의 초상을 정확히 직면하면서 시작된다. 소설집을 여는 「세상 모든 바다」의 걸 그룹 ‘세상 모든 바다’ 콘서트장에서 마주친 하쿠와 영록. 하쿠는 영록에게 게릴라 콘서트가 뒤이어 열릴 것이라는 소문을 전하지만 그 소문에 몰려든 인파와, 주목을 위해 연출된 ‘테러’에 휘말려 영록이 죽고 만다. 죄책감에서 채 헤어나오기도 전에 사망 사고의 책임을 둘러싸고 모두가 서로에게 비난을 가하는 상황 앞에서 하쿠는 길을 잃는다.
이어지는 소설들은 짙은 안개가 깔린 듯 막막한 시야 가운데서 이정표처럼 날카롭게 솟는다. 예능 출연자들을 잔인하게 품평하는 악플 앞에서 “너네는 어쩌다 이렇게 좆같아졌어?”(「롤링 선더 러브」) 묻고, 일인분을 하기 위해 열심히 살았는데도 약자라는 이유로 더욱 야멸차게 다그치는 세상 앞에서 우리가 그렇게 잘못 살았냐”(「두 사람의 인터내셔널」) 묻는 서늘한 질문들로. 이 질문들은 이전과는 다른 국면을 열어젖힌다. 마르크스를 가르쳤다는 이유로 정치적으로 편향되었다는 민원을 받은 교사가 “파괴될지언정 패배해서는 안 되는 시험”(「보편 교양」)을 각오하게 되듯이. “세상은 정치적인 음악가에게는 약간의 존경을 적선하지만, 정치하는 음악가에게는 무자비하다는 걸”(「로나, 우리의 별」) 느끼며 조금씩 닳아가는 아이돌 ‘로나’를 팬의 시점에서 바라볼 때, 팬덤 정체성과 불가분한 현대인에게 잠재된 열광적인 ‘정치적 집단’으로서의 가능성이 비로소 열린다.
결석하지 않고 학교도 잘 다녔다. 법을 어긴 적도 없었다. 하루에 삼분의 일에서 이분의 일을 일터에서 성실히 보냈고 공과금도 기한 내에 냈다. 그럼 큰 걱정 없이 살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렇게 살았으니까 이만큼이라도 산다고 만족해야 할까. ‘스물일곱 살 인생 평가 좀’ 같은 제목의 글에 사람들이 쏟아놓는 댓글을 보면 가끔 뭘 잘못한 것 같기도 했다. 더 잘살고 싶었다면 공부를 더 잘했어야 한다고. 솥뚜껑삼겹살도 즉석떡볶이도 먹지 말고 맥주도 마시지 말고 섹스도 하지 말고 닥치고 공부해서 시험에 붙든 돈을 모으든 했어야 한다고. 남들 다 자리잡을 때 어리바리하고 게을렀던 우리가 ‘빡대가리’라고. 두 사람은 이런 질문에 도달했다.
“우리가 그렇게 잘못 살았냐?”
_「두 사람의 인터내셔널」, 133~134쪽
오늘날 요원하게만 보이는 ‘우리’라는 호명을 다시 타진하는 동안에도,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에선 사람들의 다채롭고 고유한 정체성을 살피는 성실한 균형감각이 빛을 발한다. 마치 아홉 번의 삶을 거듭 살아온 것처럼, 김기태는 아홉 편의 이야기로 인생을 찍어낸다. 세상이 시키는 대로 살아가며 탄탄대로를 걸어가는 한 남자가 자신이 그간 연기를 펼쳐온 것은 아닌가 느끼며 “나다운 것이 뭐냐고”(「전조등」) 물을 때 인생이라는 연극의 컴컴한 장막이 살짝 펄럭인다. 그 무대 위에는 검은 비닐봉지 속 물컹거리는 무언가처럼 의뭉스럽기만 한 삶의 이면에도 “무슨 장난과 음모가 있든 살아야 할 시간이 많”(「태엽은 12와 1/2바퀴」)다며 의지를 길어내는 노인과, 카지노가 들어선 폐탄광촌에서 추상적이라 아무 힘도 없는 “꿈이나 희망” “미래”(「무겁고 높은」) 대신 ‘100킬로그램’에 도전하는 역도부 고등학생이 있다. 그들의 구체적인 고군분투를 고요히 지켜보는 김기태의 시선은 따스하되 섣불리 바벨을 들어주지 않는, 견고하고 올곧은 3인칭 시점의 도래를 예고한다.
견고하고 올곧은 3인칭 시점으로부터
우리의 세계를 바꿀 첫걸음이 시작된다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을 닫는 「팍스 아토미카」는 현대인의 내밀한 강박증을 2차세계대전 이후 핵이 만들어낸 위태로운 평화와 교차한다. 지극히 연약한 인간의 머릿속과 세계의 내부에 자리잡은 ‘핵’을 제거할 ‘결정적 주문’을 고안하기 시작하면서 개인과 세계의 경계는 무너진다. 이처럼 가혹한 세계를 향한 김기태의 응전은 비약 같은 낙관도, 손쉬운 비관도 아니라 ‘평범한 이’(이희우, 해설에서)들에 대한 진솔한 “응원”(임솔아)으로 펼쳐진다. 독자는 이 안의 어디에선가는 스스로를 발견하게 되고, 또한 전혀 몰랐던 삶의 방식을 우애어린 모습으로 만나게 된다. 바로 그것이 우리가 소설에서 바랄 수 있는 거의 전부가 아닐까. 경쾌한 위트와 리듬을 겸비한 채 삶의 고단함까지 사려깊게 짚어내는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은 오늘 이후의 한국문학이 참조할 새로운 분기점으로서, 2020년대의 한국을 새로 재현하는 진지하고도 대담한 첫걸음을 내딛는다.
소설은 위대한 정치적 선언문처럼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라고 말하지는 못한다. 문학은 다수를 ‘단결’시키지 못하고, 적과 친구를 명확히 나누지 못한다. 다시 말해 문학은 정치에 반드시 있어야 하는 어떤 계기와 힘을 갖고 있지 않다. (…) 다만 소설에서 우리는 정치적 구호와는 다른 구호를 발견한다. 이 구호의 익히 알려진 의심스러움과 연약함에도 불구하고, 좋은 소설을 읽을 때 우리는 이 구호를 생생하게 떠올리게 된다. 김기태가 가장 당대적인 방식으로 반복하는 그 구호는 이러하다. ‘평범한 자들이여, 들어오라.’
_이희우 해설 「평범한 자는 들어오라」에서 저자 : 김기태 , 출판사 : 문학동네 대출횟수 : 3 ]]>2025-01-24T00:01:01+09:00<![CDATA[ [2025-01-24] 17순위 : 수학 2-2 :초등학교 1~2학년군 수학 :2022 개정 국정 초등학교 교사용 지도서 ]]>
http://lib.jnue.kr/JNUE/Search/SearchReport.csp?FILENUM=152648
대출횟수 : 3 ]]>2025-01-24T00:01:01+09:00<![CDATA[ [2025-01-24] 18순위 : 자기앞의 生 ]]>
http://lib.jnue.kr/JNUE/Search/SearchReport.csp?FILENUM=80999
국내 최초의 원작 계약
“출판사에서도 원작자가 누구인지 몰라 광고를 통해 작자를 찾기까지 한 '75 공쿠르 상 수상자 에밀 아자르! 그는 누구인가? 정말 그가 썼는가? 왜 상을 거부했나? 전 세계에 파문을 던진 아자르의 충격!”
1976년에 출간된 문학사상사판 『자기 앞의 생』에는 작가 소개 대신 이 문구가 자리하고 있다. 문학사상사 이외에도 수많은 판본의 『자기 앞의 생』이 출간되었지만, 어느 판본도 정식으로 저작권 계약을 맺지 않았으며, 소설의 많은 부분이 누락된 채로 출간되었다. 이번에 새롭게 번역 출간된 『자기 앞의 생』은 프랑스 메르퀴르 드 프랑스 사와 정식으로 계약을 맺고 새롭게 번역된, 그야말로 정본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에는 로맹 가리 사후에 갈리마르 출판사에서 출간된, 로맹 가리의 유서라 할 수 있는 『에밀 아자르의 삶과 죽음』도 함께 수록되어 있다.
모든 좋은 책들이 그렇듯, 이 책 역시 울면서 동시에 웃게 만든다.
--르 누벨 옵세바퇴르
『자기 앞의 생』은 비범한 일을 하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비범한 일이란, 사랑을 깨닫고 그것을 실천하는 일이다. 모모는 내게 말해주었다. 슬픈 결말로도 사람들은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것을.--조경란(소설가)
『자기 앞의 생』은 슬프고 아름다운 이야기다
『자기 앞의 생』은 ‘삶에 대한 무한하고도 깊은 애정’이 담겨 있는 소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한 '아픈' 소설이다. 누가 삶을 두고 '등허리에 무거운 짐을 얹고 산을 향해 조심조심 오르는 것'이라고 했던가. 하지만 모모의 등에 지워진 삶의 무게는 산을 오르기는커녕 어린 그에겐 가만히 서 있기도 쉬운 것이 아니다.
그러나 정작 가슴 아픈 것은 어린 모모의 인생을 짓누르는 그 삶의 무게가 아니다. 차라리 힘들다고 주저앉아 운다면, 발버둥치며 이런 제발 이런 인생에서 벗어나게 해달라고 떼를 쓴다면 그의 삶을 읽는 우리가 이렇게 힘들지는 않을는지도 모른다. 그렇다. 작품을 읽는 내내 우리는 힘이 든다. 힘이 들어 몇 번씩 책장을 덮어야 하고, 같은 이유로 또다시 책을 집어들어야 한다. 하지만 어린 모모는 그 무거움을, 너무 일찍 알아버린 인생의 슬픔을 내색하지 않는다. 그는 오히려 시니컬한 냉소로 그 무게를 떨쳐내려 한다. 그의 그런 냉소가 무수한 눈물들이 쌓인 알갱이들이란 사실을 잘 알기에 가슴이 아릴 수밖에……
하밀 할아버지, 사람은 사랑 없이도 살 수 있나요?
작가는 자기의 실제 나이보다 많은 나이를 살고 있는 열네 살 모모의 눈을 통해 이해하지 못할 세상을 바라본다. 모모의 눈에 비친 세상은 결코 꿈같이 아름다운 세상이 아니다. 아이의 눈으로 바라보기 때문에 세상은 더욱 각박하고 모진 곳이다.
인종적으로 차별받는 아랍인, 아프리카인, 아우슈비츠에 끌려갔다 구사일생으로 살아 돌아온 유태인, 버림받은 창녀의 자식들, 살아가기 위해 웃음을 팔아야 하는 창녀들, 창녀들의 아이를 돌보는 여자, 친구도 가족도 없는 노인, 한 몸에 여성과 남성의 성징을 모두 갖고 있는 성 전환자, 가난한 사람들, 병든 사람들, 살인자…… 모모가 사랑하는 사람들은 모두 이렇게 세상의 중심으로부터 이탈한, 사회로부터 소외되고, 그들 자신도 스스로를 소외시켜 밑바닥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버림받은 사람들, 소진되어가는 삶에 괴로워하고 슬퍼하는 사람들…… 하지만 그들은 누구보다도 사랑에 가득 차서 살아간다. 그를 맡아 키워주는 창녀 출신의 유태인 로자 아줌마를 비롯해 이 소외된 사람들은 모두 소년을 일깨우는 스승들이다. 소년은 이들을 통해 슬픔과 절망을 딛고 살아가는 동시에, 삶을 껴안고 그 안의 상처까지 보듬을 수 있는 법을 배운다.
“어디에서도 어떤 상황 속에서도 나를 깎아내리지 않을 사람, 내 편인 사람을 두 사람만 가지고 있으면 행복한 사람이라고 그랬는데……" 신경숙 소설의 한 구절이다.
죽은 로자 아줌마를 아줌마만의 지하방, 낡은 소파에 고이 앉혀두고 점점 푸르게 굳어가는 자신의 모습이 싫지 않을까 몇 번씩 화장을 고쳐주며 그 옆을 지키는 모모에게 아줌마는 바로 이러한 "내 편"인 단 한 사람이었다. 친아버지에게도 아이를 내주지 않은 아줌마에게 역시 모모는 아줌마의 "내 편"인 단 한 사람이었다. 두 사람이 보여준 인종과 나이, 성별을 초월한 관계의 사랑은 서로를 간절하게 그리워하고 따뜻하게 보듬는 것이었다.
가진 것 없고 무시받는 이들의 남루한 삶을 들추고 소년이 발견하는 것은 ‘신비롭고 경이로운 생의 비밀’이다. 그것은 어리둥절한 소년의 목소리를 빌려 작품 전체를 관통하며 말하고자 하는 작가의 함축적인 진실이기도 하다. 로맹 가리(에밀 아자르)는, 그의 복화술사 모모는 말한다. "사랑해야 한다."
"미토르니히 조르겐.” 유태어를 모를까봐 말해주겠는데, 그건 ‘세상을 원망할 건 없다’는 뜻이다. 그렇다. 세상을 원망할 건 없다. 우리는 사랑해야 하고, 또 사랑하고 있으니까.
고독한 광대 로맹 가리의 삶과 죽음--『에밀 아자르의 삶과 죽음』
‘휴머니즘의 작가’로 알려진 로맹 가리는 러시아 이민자 출신의 유태인이다. 그의 어머니는 1차세계대전이 발발한 후 조국 러시아를 등지고 아들과 함께 폴란드를 거쳐 프랑스로 십여 년에 걸친 긴 여정을 시작한다. 이민자로 프랑스 땅에 정착하기 위해 그의 어머니는 닥치는 대로 일을 했고, 그런 억척스러운 어머니 밑에서 자란 로맹 가리는 글쓰기 좋아하고 수줍음이 많은 소년이었다. 2차세계대전 때는 레지스탕스 단체‘자유 프랑스’로 활동하며 로렌 비행 중대에서 대위로 활동한 공으로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받기도 한다.
전쟁 후 그는 세계 각지에서 외교관으로 일하면서 1956년에는 소설 『하늘의 뿌리』로 공쿠르 상을 수상했다. 일곱 살 연상의 『보그』지 편집자 레슬리 블랜치, 『네 멋대로 해라』의 히로인 진 세버그 등과의 화려한 결혼생활 외에도 그는 성공한 작가라는 타이틀과 함께 연예인 같은 생활을 즐기는 듯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그런 화려한 겉모습의 이면에는 늘 새롭고 싶었던 고독한 작가의 모습이 있었다. 로맹 가리는 에밀 아자르 이외에도 포스코 시니발디, 샤탕 보가트라는 가명으로 여러 소설을 발표한 적이 있다. 그의 삶에 대한 채워지지 않는 갈망은 이름을 바꿔서라도 자기 자신으로 살고 싶은 욕망에 그 근원을 두고 있던 것이다.
결국 아자르의 이름으로 발표한 두번째 소설 『자기 앞의 생』으로 한 작가에게 결코 두 번 주어지지 않는다는 공쿠르 상을 수상하게 되고, 로맹 가리와 에밀 아자르의 이름으로 번갈아가며 소설을 발표한 작가는 결국 ‘아자르를 표절하려 든다’는 아이러니컬한 모함마저 받게 된다. 전처 진 세버그가 약물 투여로 자살하고 난 일 년 후인 1980년 12월, 로맹 가리 역시 권총자살로 고독했던 생을 마감한다. 그의 나이 66세였다. 그의 자살 후 출간된 『에밀 아자르의 삶과 죽음』에서 로맹 가리는 아자르가 자신임을 밝히고 소위 ‘파리풍’이라는 문단권력과 작품조차 꼼꼼히 읽어보지 않고 비평을 쓰는 평론가들을 조소하며 자신이 왜 가명을 쓰면서까지 끊임없이 창작에 몰두할 수밖에 없었는가에 대하여 고백한다.
유일하게 공쿠르 상을 두 번 받은 작가 로맹 가리
1975년 공쿠르 상 수상자가 『자기 앞의 생』을 쓴 에밀 아자르라고 발표되자 수상작가는 공쿠르 상 아카데미에 수상 거절 의사를 밝힌다. 그러나 아카데미 의장인 에르베 바쟁은 다음과 같이 답한다.“아카데미는 한 후보가 아닌 한 권의 책에 투표한 것이다. 탄생과 죽음처럼 공쿠르 상은 수락할 수도, 거절할 수도 없는 것이다. 수상자는 여전히 아자르이다.” 그렇게 해서 베일에 싸인 작가 에밀 아자르는 수상자로 남게 되고, 후에 아자르가 실은 로맹 가리임이 밝혀지게 되면서 로맹 가리는 유일하게 공쿠르 상을 두 번 받은 작가로 남게 된다.
슬픈 결말로도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것을
‘차라리 모르는 게 더 나은 일들이 많은’어린 날들은 곧 지나가버린다. 『자기 앞의 생』을 읽고 난 얼마 후 나는 어른이 되어버렸고 모모처럼 커다란 상처와 그것을 숨길 수 있는 힘에 대해서 배우게 되었다. 『자기 앞의 생』은 비범한 일을 하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비범한 일이란, 사랑을 깨닫고 그것을 실천하는 일이다. 모모는 내게 말해주었다. 슬픈 결말로도 사람들은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것을.
『자기 앞의 생』을 덮고 나자 문득 진심을 다해 누군가의 이름을 부르고 싶어졌다. 내가 이렇게 그를 부르고 싶은 것은 그를 사랑하고 그의 이름을 아는 사람이 아직 있다는 것과 그에게 그런 이름이 있다는 것을 상기시켜주기 위해서이다. 그리고 또 문득 누군가 아주 큰 소리로 내 이름을 불러주었으면 좋겠다. 어쩌면 우리는 이 생을 산다는 건 땅에 소금을 뿌리거나 얼음 조각을 옮기는 일처럼 그렇게 무용한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는 그런 말들을 뜨겁게 나눌 수 있게 될지도 모를텐데. 그리고 우리는 말할 것이다. 서로에게 용기를 줄 수 있는 그러한 사랑에 관해서.--조경란(소설가) 저자 : 아자르, 에밀. , 출판사 : 문학동네 대출횟수 : 2 ]]>2025-01-24T00:01:01+09:00<![CDATA[ [2025-01-24] 19순위 : 성균관 유생들의 나날 : 정은궐 장편소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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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횟수 : 2 ]]>2025-01-24T00:01:01+09:00<![CDATA[ [2025-01-24] 20순위 :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신경숙 장편소설 ]]>
http://lib.jnue.kr/JNUE/Search/SearchReport.csp?FILENUM=115797
사람이 사람을 어떻게 사랑하는가를 추적해가는 작품. 여러 개의 종소리가 한꺼번에 울리는 듯한 소설이다.
사랑의 기쁨과 상실의 아픔, 달랠 길 없는 불안과 고독의 순간들……
여러 개의 종소리가 동시에 울려퍼지는 젊은 우리의 초상
“태어나서 살고 죽는 사이에 가장 찬란한 순간, 인간이거나 미미한 사물이거나 간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에게는 그런 순간이 있다. 우리가 청춘이라고 부르는 그런 순간이.”
‘청춘’은 깊고 거친 들숨과 날숨, 절망과 상처를 동반하는 것일까. 인생의 가장 아름답고 파랗게 빛나는 이 시기에, 우리는 가장 크게 웃고, 울고, 기뻐하고, 좌절하며, 사랑하고, 헤어지고, 그러면서 성장한다. 어떤 시대를 지나온 세대라도 마찬가지. 이 아름다운 시기에 우리는-청춘들은-누구보다 비극적인 시간을 만나고, 오래, 깊이 고민하고, 질문하고, 답을 찾는다.
가장 깊이 절망하고 고민하고 상처받았기에 오히려 더욱 아름답게 빛나는 시간.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는 바로 그 청춘의 이야기이다.살아 있으라
마지막 한 모금의 숨이 남아 있는 그 순간까지 이 세계 속에서
사랑하고 투쟁하고 분노하고 슬퍼하며 살아 있으라
작가는 비극적인 시대상황 속에서 부대끼며 살아가는 주인공들의 모습을 통해 사랑과 젊음의 의미를 탐색한다. 성장소설이고 청춘소설이며 연애소설이기도 한 이 작품은, 그래서 고통스러운 아름다움으로 빛난다. 그것은 지나간 시대에 대한 애틋한 초상인 동시에 새로운 시대를 맞아 새롭게 삶의 의미를 찾아나선 젊은 세대에게 바치는 연가이기도 하다. 내.가.그.쪽.으.로.갈.까?
내.가.그.쪽.으.로.갈.게.
의문과 슬픔을 품은 채 나를 무작정 걷게 하던 그 말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그 쓰라린 마음들은.
혼자 있을 때면 창을 든 사냥꾼처럼 내 마음을 들쑤셔대던 아픔들은
어디로 스며들고 버려졌기에 나는 이렇게 견딜 만해졌을까.
이 작품은 육 개월 동안 연재된 원고를 초고 삼아 지난겨울 동안 다시 썼다. 겨울만이 아니다. 봄과 이 초여름 사이…… 아니, 방금 전까지도 계속 쓰고 있었다. 아무래도 인쇄되기 직전까지도 쓰고 있을 것 같다. 어쩌면 책이 나온 후에도. 어째 나는 십 년 후…… 이십 년 후에도 계속 이 작품을 쓰고 있을 것 같은 느낌이다.
사랑의 기쁨만큼이나 상실의 아픔을 통과하며 세상을 향해 한 발짝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젊은 청춘들을 향한 나의 이 발신음이 어디에 이를지는 모를 일이지만,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이 우울한 사회풍경과 시간을 뚫고 나아가서 서로에게 어떻게 불멸의 풍경으로 각인되는지……를 따라가보았다. 가능한 시대를 지우고 현대 문명기기의 등장을 막으며 마음이 아닌 다른 소통기구들을 배제하고 윤이와 단이와 미루와 명서라는 네 사람의 청춘들로 하여금 걷고 쓰고 읽는 일들과 자주 대면시켰다. 풍속이 달라지고 시간이 흘러가도 인간 조건의 근원으로 걷고 쓰고 읽는 일을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작품 안에서 나는 작품 바깥에서 글쓰기를 했던 셈이다. (……) 작품 속의 그들 또한 글쓰기 앞에서 뭔가에 벅차 벌떡 일어나는 것처럼 느꼈던 그 모든 순간순간들을 여기에 부려놓고 이제 나는 다른 시간 속으로 건너간다.
이 소설에서 어쩌든 슬픔을 딛고 사랑 가까이 가보려고 하는 사람의 마음이 읽히기를, 비관보다는 낙관 쪽에 한쪽 손가락이 가 닿게 되기를, 그리하여 이 소설에 자주 등장하는 ‘언젠가’라는 말에 실려 있는 아직 다가오지 않은 미래의 꿈이 읽는 당신의 마음속에 새벽빛으로 번지기를……
_'작가의 말' 중에서
작가 자신이 끝까지 펜을 놓지 못했듯, 독자들 역시 끊임없이 새로이 이 작품을 읽어야 할지도 모르겠다. 책장을 덮고도 귓가를 떠나지 않는 그 종소리 때문에, 한번 덮었던 책장을 다시 펼칠 때마다 새로운 신호들이 나타나므로.
사랑의 기쁨과 상실의 아픔을 통과하며 세상을 향해 한 발짝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청춘들에게 보내는 작가 신경숙의 이 간절한 소통의 발신음은, 이 시기를 힘겹게 넘겨온 이들에게, 또한 새롭게 이 시기를 맞을 이들에게 닿아, 바로 그 자리에서 또다른 발신음이 되어 퍼져나갈 것이며, 다시 그들 자신에 의해 새롭게 씌어질 것이라 믿는다.다시 한번 멀고 끝없는 길 위에 선 작가, 신경숙
인간의 내면을 향한 깊고 유니크한 시선, 상징과 은유가 다채롭게 박혀 빛을 발하는 울림이 큰 문체로 존재의 미세한 기미를 포착해내던 그는 삶의 시련과 고통에서 길어낸 정교하고 감동적인 서사로 작품세계를 넓혀가 평단과 독자의 관심을 지속적으로 받아왔다. 최근 몇 년 동안 『리진』 『엄마를 부탁해』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등 장편 집필에 집중하며 한국문학의 대표작가로 자리를 굳힌 그는 밀리언셀러를 기록한 2009년 최고의 화제작 『엄마를 부탁해』가 미국과 유럽 아시아 등 19개국에 판권이 수출되어 세계 독자들과 만날 예정이다.
신경숙 소설의 문장들은 가녀린 눈송이들을 닮았지만, 소설 말미에 이르면 집채를 삼킬 수도 있는 눈사태처럼 독자의 마음을 흔들어버린다. _황종연(문학평론가)
왜 나는 지드와 헤세의 청춘소설에 감동받은 척했던 것일까. 그들의 책은 아름다웠지만 상처가 만져지지 않았고 그래서 나는 아픔을 느끼지도 못했었는데. 그러나 신경숙의 소설은 아파서, “세계는 떠나버렸다. 내가 널 짊어져야 한다”라는 첼란의 시구를 생각나게 했지. 자신의 삶을, 동료의 죽음을, 심지어 공동체의 운명을 짊어져야 했던 한 시대의 ‘크리스토프’들이 여기 있네. 네 명의 청춘이 유리병에 넣어 띄운 편지가 오늘날 청춘들의 마음에 온전히 가 닿기를. 그들의 아픈 시간으로 되돌아가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 아픔들을 잊지 않으면서, 마침내 아픔이 없는 시간 쪽으로 걸어가기 위해서. _신형철(문학평론가) 저자 : 신경숙 , 출판사 : 문학동네 대출횟수 : 2 ]]>2025-01-24T00:01:01+09:00